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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케이포룬
작성
10.04.18 13:43
조회
1,434

편의상 존칭 생략하며, 작품 순은 내림차순입니다.

원문 - http://kayphorun.egloos.com/168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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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꿈을걷다

김이환 김지훈 문영 수담옥 이재일 장경 좌백 진산 하지은 한상운 홍성화

2010년 3월 3일 발간

2010.04.18 p.m 01:40 에 완성

-오늘 하루 종일 내가 뭘 한 거지?

0. 2010 꿈을걷다

0-1 노블레스 클럽의 단편집, 꿈을걷다 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발간되었다. 아무래도 베스트 컬렉션이라는 간판을 달고 나오는 단편집이니만큼, 작년만 해도 꽤나 수준급의 작가 군을 과시했었고, 거기에 올해는 작년의 그것을 뛰어넘는 엔트리를 자랑했다 생각되리만치 멋진 작가 군으로 포진했다 생각된다. 더군다나 그 유명 작가 군이라는 무리가 내가 기다려 마지않던 작가 분들로 이뤄져 있었음에 개인적으로도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품었었다.

0-2 아아..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뭔가 아쉽다. 아, 물론, 작품 개개의 질이 아쉽다는 소리는 아니고, 이전 인터넷 매체에서 미리 접해봤던 작품들이 몇몇 정도 보여서 조금 아쉬웠달까. 뭐, 그래도 충분히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들이었고 또 텍스트로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라 생각하기에 재독이라도 그닥 기분 나쁘지 않았으니, 재미없는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그럼 작품 군 개개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물론 작년의 그것에 대한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내가 집어보고 싶은 작품만 집어보도록 한다.

1. 작품

1-1 김지훈 - 페르마의 부탁

글 의 문장에서부터 발상, 전개, 마무리까지 모조리 '캔커피'스러운 글이었다. 아, 마무리까지 캔커피스럽다...라는 말은, 사실 그닥 유쾌한 말이 아니긴 한데, 어쩌겠어, 사실이 그랬는걸. 캔커피 글의 도입은 언제나 거대하고 장황스럽다. 뭔가 스펙터클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스펙터클한 서사가 시작된다. 오오. 멋있어. 재밌어. 그런데, 갑자기 응? 하고 끝난다. 아, 왜 이럴까. 분명 이러지 않을 수 있는 작가님이라 생각되는데, 특히 그가 '거울'이라든지의 사이트에 단편을 몇몇 남긴 글들을 읽어보면 이 생각은 더욱 확고히 든다. 그곳에 남겨진 비영리 목적의 단편들은 무척이나 깔끔하고 정갈하다. 음, 그런데 이번 작품은, 여지의 출판작들 처럼 뭔가 뒷심이 2%정도 모자란 기분이랄까. 단편이라는 제약보다도,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마 작가님 스스로 조금 피식 하고 식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재라는 것은 변함없다.

1-2 수담옥 - 일검쟁위

당대제일의 검객이 상대를 지목해 천하제일검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 무림인의 축제, 일검쟁위. 그러나 오랜 세월 주인 없이 묻혀있던 그 일검쟁위의 전설이 홀연히 나타난 무적의 검객과 무적의 허풍선이의 대결로 재림한다. 아마 무협 소설을 그닥 많이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혹은 지극히 현실적인 독자라면 이 글이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에는 낭만이 녹아있다. 무협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소재에만 담아낼 수 있는, 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이 글에는 살아있다. 언뜻 말이 되어 보이지 않는 논검비무, 그리고 전 무림인의 축제인 일검쟁위, 상상 속의 검법인 대붕검까지 - 무협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낭만과 정취가 가득 담겨있어, 너무너무 좋았던 글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수담 옥의 글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1-3 이재일 - 문지기

아 마, 미리 인터넷 상에서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이번 단편집에서 첫 손으로 꼽았을 작품, 그리고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지만, 역시나 훌륭하다 라고 밖에 평할 수 없는 작품이다. 여느 소설에서나 쉬이 등장하고, 또 그만큼 쉬이 사라지는 단역인 '문지기'라는 업에 대해 약간은 특이한 관점에서 바라본 단편이다. 강제로 봉문 당한 '무적운검가'와 그 집의 대문을 기준삼아 안과 밖을 단절시키는 '봉문사', 그러니까 약간은 특이한 문지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아직은 철부지인 소년의 입장에서 그려낸 글이었는데, 아무래도 상당히 특이한 시점을 지니고 있으니만큼, 어린 아이의 시점으로 쓰여진 그 유명한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건 일반 소설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의식중의 비교가 일 수 밖에 없었고, 아마 어린 아이가 처해 있는 위치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차이였겠지만, 마냥 어린 애라는 느낌의 사랑손님-의 그 아이보단, 이쪽의 두들겨 맞으면서 커가는, 문지기가 될 소년의 시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1-4 좌백 - 마음을 베는 칼

좌백은 언제나 충격적인 작가였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그의 글이자 거진 마지막으로 집필한 글인, '천마군림'을 읽었을 때에도, 그리고 그가 처음 출사표를 내던진 '대도오'를 선보였을 때에도, 그리고 대도오와 천마군림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들 모두가 하나하나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 이번의 단편은 참신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무협 소설 조금 읽었다 한 이들이라면 몇 페이지 만에 누구나 예상 할 수 있을 법한 전개로 글을 풀어 나갔다. 그럼에도 이 글이 눈에 띄었던 점은, 너무 깔끔해서라고 말하면 적절하려나. 그러니까, 참신하다기 보단, 안정적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마무리가 약간은 휑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알고 보는 글이라도, 예상되는 글이라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이번 글도 재밌게 읽었다. 여담인데, 대도오 2부인 흑풍도하는 어찌 잘 진행되고 있나 모르겠다. 완결나면 볼 예정인지라, 아직 손에 쥐어보지도 못해서...

1-5 한상운 -  강호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한 작품, 아마 이걸 글틴에서 봤던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서 봤던가.. 무튼, 읽었을 당시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정말 재밌게 읽은 작품 중 하나다. 위의 일검쟁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스타일의 무협이라 볼 수 있다. 무협 소설에 나오는 중국, 그러니 우리가 '강호'라 부르는 세계에 대해서 가장 적나라게 현실적인 시점으로 그려내는 글이다. 너무도 전형적인 한상운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칼끝에 얹힌 낭만 따위는 사실 다 개나 줘버리고, 현실은 그저 비루하고 저열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쁜 인간 군상이 있을 따름이라는, 그런 글이다. 한상운이 데뷔작 '양각양'부터 '무림사계'에 와서는 조금 옅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이렇게 냉정하기 짝이 없는 글을 하나 선사했다. 하지만 일검쟁위나, 이 강호나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현실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인 바, 미워할 수 없는 글이다.

1-6 홍성화 - 세상 끝으로

악담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 작년의 단편집에서, 그것도 마무리로 써억 유쾌하지 못한 글을 남겨서 이번에도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음, 작년보단 훨씬 괜찮았다. 소재나 발상, 전개 모두 상당히 동화적인 글이었고, 나름 그 의도에 부합하게 글을 풀어냈다 생각된다. 다만 어린 얘들 케릭터가 이리저리 제법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종종 누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는 점이 굳이 꼽자면 단점일까. 예전부터 이름은 적잖이 들어왔던 작가인데 글을 읽어본 것은 작년의 단편이 처음이라, 앞으로 또 어떤 글을 써줄지 기대해도 괜찮을까.

2. 정리하며

2-1 올해 단편집은 아무래도 무협이 소위 말하는 '대세'가 아니었나 싶다. 작품만 해도 11작품 중에 4작품이나 무협이었으니, 거진 반이 무협이었는데다가, 작품의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무협들이 상위 작품 군에 속하지 않았나 싶은 개인적인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무협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다 보니. 여기에 사실 무척이나 개인적인 소망이었지만, 문영님이 작년 같은 잘빠진 무협 소설 한질을 써주셨다면 정말 금상첨화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내 속을 간질간질 거려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다.

2-2 올해엔 기존 작품의 외전격인 글을 쓴 작가가 몇몇 있었다. 그나마 진산 같은 경우엔 전작인 '체리피커'를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즐기기엔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서사를 보여주긴 했지만, 김이환 같은 경우엔 과연 전작을 읽지 않았다면 이건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연작 격인 작품을 써내고 싶었더라면, 조금은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기에 세계관 설명에만도 숨이 벅찼던 장경의 글도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2-3 아마 한동안, 적어도 한 2년 내외로는 마지막으로 쓰게 되는 감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2년 뒤가 오늘이 되어, 그때에 얼마나 감상글을 적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될 터인지라, 이번 감상문이 지니는 의미는 내 스스로에게 있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감상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만 어쩌겠어. 이히히. 무척이나 오랜만에 쓴 감상글이자,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마지막 감상이 될 글을,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 짓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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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kayphorun.egloos.com/1688626


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4.18 22:39
    No. 1

    일검쟁위! 사라전종횡기를 본 사람이라면 이 단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제목입니다 꼭 봐야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수아뜨
    작성일
    10.04.19 18:54
    No. 2

    단편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매년 이 시리즈가 발전적으로 출판되었으면 합니다.
    ... 그나저나 이재일님 쟁선계는 언제쯤 ??? ... 쟁선계 양장본이 집안 어딘가 파묻혀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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