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몽월
작품명 : 천마봉
출판사 : 드림
난 무협을 그냥 흥밋거리로 읽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지식과 교양을 쌓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함은 분명 아니다.
산이 있어 오르는 것처럼 무협소설이 있어 읽는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떼우기 이보다 좋은 장르 문학은 없다고 생각한다.
천마봉은 그런면에서 무척 좋다. 특히 빨래 방이라는 아이디어가 기존 무협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었고 오랫동안 몽월님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유머 감각이다.
진짜 웃긴다.
억지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폭소가 터져나온다.
그 한 예가 피난새란 캐릭터이다. 난 그를 전편에 걸쳐 쭈욱 지켜 볼 예정이며, 초반부분 주인공이 매화루란 기루에 쳐들어가 도끼로 위협하는 장면은 웃지 않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었다.
누가 어쩌내 저쩌내 하는 따위의 감상평은 난 쓰고 싶지도 않고 쓸 자신도 없다. 학교 다닐 때 벤허라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라고 했는데 그만 줄거리를 써버렸다. 천하에 너 같은 돌대가리는 처음 봤다는 선생님의 군밤을 맞으며 이후 뭔가 보고 느낀 점을 누가 물으면 패죽이고 싶다.
그런데 무협을 보고 변화한 내 자신이 신기하고 조금은 이상하다.
암튼 구대문파를 비롯한 정도무림과 마교가 중심이 되는 사도무리란 벗어 날 수 없는 설정속에서 아무리 얘기를 잘 엮은 듯 엇비슷할 수밖에 없는 무협의 한계에서 유머는 분명히 독창적인 작가만의 역령이다.
특히 주화령과 치고 받는 난타전은 웃다 울다 했고 방망이로 보여주는 온갖 쑈는 썩은 골치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책의 최대 강점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데 과연 언제 둘이 만나고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자못 기다려진다.
갈수록 능수능란해지는 몽월님의 필력에 춘곤증이 달아난다.
어머니가 경운기 시동끄라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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