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촌부
작품명 : 화공도담3
출판사 : 청어람
허어, 세상천지에 아름다운 것이 있던가?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저 살고자했을 청년의 글귀에 가문을 잃어야 했네. 그도 원치 않고 나도 원치 않는 일이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 이것도 아름다운 것인가?
도는 지극하고 높은 이치지만, 그것도 천지만물에 소용되지 않네. 여우는 닭을 잡아 먹고 사마귀는 나비를 잡아먹는 것이 곧 자연의 이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죽여야 하는 것일세. 이것이 아름답던가?
1,2권에서 보여준 도가의 향이 아직도 진합니다. 이것이 장점일수도 있지만 단점일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앞의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너무 도가를 이상적으로 그려서 그것이 거북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작가의 글이 순식간에 변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지요.
이 글은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아니 이전의 우화등선과 자승자박부터 줄기차게 도에 대한 화두를 풀어가고 있는 소설이니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벗고 다른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치열한 태도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니 이 모습만 보여 주면 그건 안 될 말이죠. 음악에도 강약에 변화를 주고 음의 높낮이에 변화를 주면서 곡을 살립니다. 아직은 그런 과정으로 보입니다.
3권 들어서 자명과 대적할 무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통 적을 옛날 전대물처럼 세계정복이나 노리는 무리로 그리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몰입은 되지 않지요. 그건 초등학생용 이야기니 말입니다. 그런 것을 떠나 왜 이 무리가 분란을 일으키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중 하나가 앞에서 굵은 글씨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적이 그냥 아무 생각없는 것보다는 저렇게 품격을 갖추고 자기만의 정의가 있을 때 저는 몰입이 됩니다. 그냥 세계정복이 목표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욕망이든 대의든 이런 식으로 내걸고 거기에 걸맞는 품격을 지닐수록 적이 빛나고 그 적과 대적하는 주인공 일행의 매력도 커집니다.
스타워즈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다스베이더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지금 이 책이 도입을 지나 중반으로 가는 중이고 적의 매력이 다 표출된 것도 아닙니다. 적은 아직 안개에 가려있죠. 그러한데도 지금 적의 일부가 나왔지만 그 적의 사연이 있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삐뚤어졌지만 그 삐뚤어짐을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습니다. 저 사람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에게 아무리 말로 위로해봐도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건 별로 없을 겁니다.
자연이든 인간사회든 어떻게 보면 냉정합니다. 자연은 평화로워 보여도 먹이사슬 아래 계속 대결하고 있죠. 먹이를 뜯으면서도 포식자의 기색을 살피는 초식동물과 그런 초식동물을 잡아 먹으려는 육식동물간의 암투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죠. 굳이 인간사회의 예를 들 필요도 없겠죠. 안그래도 각박한 세태를 들먹이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밤 하늘에 떠있는 달빛이 푸근하게 만물을 보듬고 밖에서 뛰노는 동식물은 생명력이 약동합니다. 사람들 사는 사회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그런 냉혹함만 있는 것이 세상이 아니죠. 세상은 여러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에서 절망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세상을 볼 필요는 없겠죠. 그런 것을 일부러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세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서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자명의 행보는 무림과 관련이 많이 생길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무협이니 말입니다. 무협의 한 요소인 도가쪽 모습은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무, 싸움을 보여 줄 차례고 그 안에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적고 보니 너무 감상적인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감상문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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