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풍운검로
출판사 : 마루
정상수 작가님의 신작 판타지 소설이 나온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그것도 출간된 지 5년여가 된 작품의 감상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더하여 본 작품[풍운검로]는 출간 시에 작가님이 이야기하셨듯이 대여점에서의 반품이 거듭하여 그 당시 나름 인기 작가로 이름을 굳혀가던 정상수 작가의 작품치고는 금세 기억의 뒤로 사라져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상수 작가님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아무래도 작품 자체보다는 구하기 힘든 작품이 된 이 작품을 다분히 수집가적인 관심으로 구해 읽지도 않고 책장에 꼳아 넣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작품을 완독하였고 오늘 한가한 일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감상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작품의 줄거리는 기존의 정상수 작가님의 작품들을 혼합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신비가문인 다섯 가문의 무공들을 혼합하고 고대 선인의 무공을 수습하여 제국의 황제와 흡사한 권력을 얻는 것이 책의 골자입니다.
더하여 그동안의 작품들 대부분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따라오는 권력과 여인네들이라 하겠으나 이 작품에서는 노골적이지는 않으나 은연중에 권력욕과 여인네들에 대한 지배욕을 드러냅니다.
나아가서 마지막 권의 후반부에서는 나름 뒤통수를 때리는 주인공의 요악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첫 번째 부인인 소요설은 작품 속에서 계속 자신이 먼저 다른 부인들을 데리고 오고는 합니다.
작품 중반까지는 이러한 여주인공의 모습에 작품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 들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의 그 강렬한 지배욕을 보니 주인공의 진실한 모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소요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당연하다 하겠고 또한 이러한 심리를 작품 전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작가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노골적으로 남성들의 지향점을 자극하고는 합니다.
그것은 권력과 色에 대한 욕망을 지향하되 다른 이들에게는 윤리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점입니다.
지배자인 수컷으로 남되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서의 품위 또한 유지하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남성성이 그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작품을 관통하는 이러한 주제를 이해하고 즐길 수있기 위해서는 무협을 오래 읽어온 독자층이나 독자 자신이 커다란 권력과 욕망을 은연중 희망하게 되는 사회에 부대끼게 되는 연령임을 요하는 것인데 대여점의 주 고객층이 중, 고등학생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이 작품의 흥망은 이미 작품 시작점에서부터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번 오랜만에 완결권을 내놓은[무인지로]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았는데 사실 [무인지로]의 주인공은 권력욕과 色에 대한 욕망도 없이 武에 대한 욕망과 약자에 대한 근심과 악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어찌 보면 지극히 이상적인 무협 소설 속의 武人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무협의 주인공으로는 [무인지로]의 주인공이 전형적이며 또한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협의 장르 자체의 시발점이 억눌린 부당한 현실에 대한 대중의 義俠으로의 바램이었으니 사실[풍운검로]의 주인공은 말로는 대중을 위한 권력을 지향한다고 주저리 떠들지만, 실상은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는 모습은 무협의 주인공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우리와 고금의 지배층들의 행태 그대로이기에 가슴에 잘 와 닿는 모습이기도 하면서 또한 우리의 어두운 욕망을 비추기에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정상수 작가님의 작품들의 주인공은 무척 개인주의적이며 현실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그 특징이고 [풍운검로]에서는 그 위선적 욕망을 작품의 주제로 두고 있기에 더욱 노골적입니다.
정상수 작가님의 장, 단점이 그 대로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수 작가님의 팬이라면 마땅히 구해서 볼만한 작품이기는 하나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추천하며 반드시 보아야 할만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도 혹여 중고 서점이나 대여점에서 볼 수 있다면 보고 후회할 작품은 아니니 얼른 집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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