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코맥 맥카시
작품명 : 로드 (The road)
출판사 : 문학동네
이 책은 한 남자와 그의 아들이 모든 곳이 재로 뒤덮인 세상에서 벌이는 생존기를 엮고 있다. 폐허가 돼버린 세상은 온갖 범죄로 넘쳐난다. 음식이 없어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고 욕정을 풀지 못해 아녀자를 강간하고 어린아이를 유린한다. 그런 가운데 남자와 그의 아들은 희망을 찾아 남쪽으로, 즉 해변으로 향한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항상 미약하게나마 행운이 따른다. 음식을 찾지 못해 굶어 죽을 상황에도 간신히 음식이 있는 집을 찾아내 살아남고, 약탈자가 쫓아와도 순간의 차로 목숨을 보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말한다, 저 길가 위에 타버려 죽은 육체들이 오히려 더 운이 좋은거라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빨리 그들의 원정이 끝나기를 바랐다. 남자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너무도 깊게 다가왔고, 아들을 향한 헌신적인 베풂에 눈물이 나왔다. 저들이 처한 환경이 너무도 안쓰러웠고, 그들에게 아찔한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간결한 문체와 단순하지만 감정이 날것 그대로 느껴지는 대사 그리고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를 압도하는 분위기는 마치 배경 한가운데에 들어가 온몸으로 공기를 느끼며 주인공들과 함께 숨쉰듯한 느낌을 주었다. 칙칙한 분위기에 큰 스케일의 사건사고들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루할 틈이 없이 적절하게 사건 요소들을 배치해 내용을 전개하며, 사건 하나하나에 담긴 무수한 감정들은 내 마음에 굉장히 강렬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요즘 판타지 무협 소설을 보면 재미도 점점 경감되고 있지만 감동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스토리의 구조가 정형화되면서 감동을 풀어나갈 깊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 쾌감에서 벗어나 깊이있는 감동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로드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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