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위
작품명 : 더 세틀러
출판사 : 동아
저 자신이 글을 출판한 후, 아예 비평글을 안 씁니다. 스스로의 실력도 부족하면서 남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요, 이 바닥은 좁아서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 지 모른다는 소심한 이유가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글에 대한 감상글은 괜찮겠지요. 사실 올해 들어서 저에게 첫 번째 감상글에 대한 유혹을 강력하게 준 글은 이길조님의 숭인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낭중지추라고 했던가요. 숭인문쯤 되자, 굳이 제가 감상글을 적지 않아도 곧 주르륵 올라오더군요.^^;
그리고 얼마 전, 두 번째 감상글의 충동을 강력하게 불러일으킨 글과 조우했습니다. 바로 이위님의 더 세틀러입니다. 문피아에서도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터라, 많은 분이 아실 겁니다.
저는 골수 인문계입니다. 중학교 때 적성검사에서 이미 언어 및 사회 인문계적 능력 98, 나머지 자연계적 능력이 2 로 나왔습니다. 그 결과 전공도 자연스럽게 문예창작을 택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SF적 과학기술과 판타지의 감성을 결합한 더 세틀러라는 소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비록 인문계이지만, SF도 몹시 사랑합니다. 하지만 몰라서 못 씁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SF는 특히 정밀한 과학적 소양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봅니다. 물론 뛰어난 작가들은 스토리만으로도 멋진 SF를 쓸 수 있겠지만...
이위님의 더 세틀러는 그런 과학적 소양에, 감성적 스토리까지 더해진 빼어난 작품입니다. 또한 우리가 막연히 '마나'란 두 글자로 설명하던 마법의 존재와 골렘, 엘프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미래의 지구, 화성 탐사를 위해 출발한 탐사대원들은 화성에서 의문의 금속층이 발견됨과 동시에 강대한 중력에 이끌립니다. 충돌을 막기 위해 '반응탄'이라 불리는 강력한 무기를 쏘고, 광속을 넘어서는 에너지 파동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생긴 웜홀을 따라 순간이동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살 만한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던 중 마침내 지구와 흡사한 푸른 별을 발견합니다. 헌데 이 별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오크와 엘프, 심지어 드래곤과 마법사까지 있습니다.
여기서 더 세틀러라는 이름을 내건, 미래 지구인들의 적응 생존기. 이것이 더 세틀러의 핵심 내용입니다.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갑자기 사고가 나더니 빛이 번쩍 하고 정신차려 보니 이세계였다... 가 아니라, SF적 지식을 가미하여 당위성을 만들어 줍니다. 물론 저는 과학에 많이 무지하고 이 책에 언급된 과학 기술들도 100%현대에 검증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읽는 사람이 무리함을 못 느낄 정도는 됩니다. 뭐 카이스트나 이런 데 분들이 보시면 또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미래 지구 인간들의 과학 기술과, 중세 판타지 배경의 문명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또한 과학은 마법과 소드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가. 더 세틀러는 이런 의문들을 큰 무리 없이 재미있게 풀어 나가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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