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문우영
작품명 : 악공전기
출판사 : 드림북스
1.
주인공 석도명은 음악을 하는 악공입니다. 한편으로 음공을 익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 때, 눈 뜬 장님으로 지낸 적이 있기도 하지요. 어둠에 휩싸일 때에야 비로소 소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나 뭐라나?
뭐 아무튼 저로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논리에 점차 빠져 들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석도명은 무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강합니다.
물론 육체적인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신적인 강함.
그것은 석도명에게 큰 힘을 주었습니다.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석도명은 살아갑니다.
만류귀종이라 했나요?
음악을 하고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면서 검을 휘두름에도 소리의 마음을 실으니 가히 놀라운 실력을 뽐내게 됩니다.
2.
유일소.
석도명의 사부이자, 식음가의 후예인 사람입니다.
무공에 있어서 천하제일을 논하기는 어려우나, 음악으로 천하제일을 논하자면 유일소를 들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요.
그는 황궁에서 일하던 도중, 음악에 있어 비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옛 고사에서 이른 것처럼 스스로 자신의 두 눈을 도려냅니다.
그 때문에 성격이 괴팍해진 걸까요?
아니면 천하제일의 악사이기에 자존심이 강했던 것일까요?
석도명에게 장님이 되라 강요했지만,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지요.
그의 최후는 실로 비참했습니다. 어쩌면 불쌍하기도 하고...
평생을 천인의 경지에 들기 위해 노력해왔건만, 그 때문에 두 눈을 기꺼이 희생했건만... 두 눈이 멀쩡했던 석도명에 의해 밝혀진 나머지 구결은 정말 가슴 아프게 했지요.
그저 운명이려니, 할 수밖에요.
3.
이 글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합니다만, 역시 소설인지라 우연찮게도 인물들은 정연 즉, 설화가 있는 사춘각으로 모입니다.
설화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관계는 꽤나 복잡하고 무섭습니다.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천한 악공으로 있는 석도명은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너무나 깨달음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다소 지루했던 부분이 없잖아 있었고... 한편으론 주인공의 목표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설화를 만나 오해를 풀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석도명의 연정무협인 것도 같고, 분명 문파와 다툼을 하고 악사임에도 무공을 익히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정통무협인 것 같은데... 그 애매모호함 때문인지 살짝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석도명의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공전기]에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그런 휴머니즘을 강하게 어필하며 마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처럼 쓰러지지 않고 포기를 모르는 억척스러움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결코 뛰어나지도 않으나, 아둔하지도 않은... 평범함이 오히려 빛나 보였습니다. 마치, 내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한 게...^^;(이건 헛소리입니다.)
문득, 조진행님의 추천사가 떠오릅니다.
어쩐지 조진행님의 글에서 맡을 수 있는 담백한 냄새가 이 글에서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조진행님 자신이 추구하는 것과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악공전기]의 작가, 문우영님은 단순히 제법 잘 쓰는 신인작가라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분이 오랫동안 매진해온 분야와 전혀 다른 무협이라는 장르와 적절하게 버무려 쓸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존경스러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퀄리티의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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