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월인
작품명 : 만리웅풍
출판사 :
월인님의 작품은 다 읽어보았다.
두령, 사마쌍협, 천룡신무에 이어서
이제 네번째 작품 만리웅풍이 나왔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흔한 이야기다.
널리고 널린 나머지 발에 채여 통행에 방해될 정도로.
주인공은 뒷골목의 꼬마들 대장이고,
타고난 싸움꾼이며, 정이 깊고, 화통한 성격이다.
꼬마들은 다 그를 잘 따르고,
휘하에는 뭔가 있어보이는 녀석들이 서넛 있다.
설정만 놓고 보면 정말 학을 뗄 정도로 흔하다.
뭐랄까 '한국 무협 표준세팅'이란 게 있다면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기다 부조리한 이유로 인해서 아이들이 위협받고,
그 와중에 대형으로써의 면모를 보이며 희생하고,
모두는 감동하고, 기연이 찾아오고, 뻔할 뻔자다.
그런데 재밌다.
김치는 대한민국 대표음식이라 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맛있게 담근 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다.
흔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요리하고 어떻게 다듬어내는가가 중요한 것.
그런 면에서 만리웅풍은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난 유진룡 휘하의 꼬맹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없다.
머리 좀 좋은 녀석, 상재가 있는 녀석,
나중에 칼 좀 쓸 녀석 등등... 종합선물세트로
고루고루 있긴 하지만 너무 얕은 인물들이다.
(오히려 이후의 전개를 제약하는 독이 되지나 않을지 -_-)
그러나 주인공인 유진룡은 진국이다.
그는 아이들을 아낀다. 아이들의 꿈을 아낀다.
그냥 아끼는 게 아니다. '정말로 소중하게' 여긴다.
비오는 날 둥지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새끼새를
보듬어 안듯이, 그렇게 여긴다.
아이들이, 그들이 품은 꿈이 사라지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열심히 힘을 짜낸다.
그런 유진룡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특히 단리하연과의 첫만남은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그 순간은 작은 기적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유진룡의 처절한 외침을 희미하게 느끼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문을 열고 나가 본 단리하연.
겉모습에 구애되지 않고 진실된 속마음을 보려 하는
그녀와, 누구보다 진솔한 마음의 소유자 유진룡.
그들의 만남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사실 만리웅풍은 여기저기 함정이 많이 있는 소설이다.
독자에게 있어서 함정이 아니라 작가에게 있어서 그렇다.
지금은 평범한 재료로 평범한 요리를 만들었으되 맛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평범한 재료를 쓸 것 같으니 문제다.
복선으로 깔려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지금은 재밌지만, 초반의 신선함과 기세를 잃고 나서도
질적 저하가 오지 않을 것인가. 앞으로도 '요리솜씨'만으로
맛있는 소설, 즐거운 소설을 써나갈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다. 월인님의 건필을 기원한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422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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