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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86 쉼마니
작성
06.09.03 04:33
조회
1,999

작가명 : 고명

작품명 : 바람의인도자

출판사 : 미정

한달 전쯤이었지요. 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추천글을 보고 접한 글입니다. 참으로 운이 좋았던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례 문피아의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저도 이 날은 밤을 새다시피하여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많았습니다. 하하

아직 완결이 언제쯤인지 보이지 않는 글이지만 1부가 끝난 시점에서의 감상문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니름은 최대한 자재하고 싶은데 어찌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람의인도자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딱히 어떤 사람이 주인공이고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라는 말이 감상문의 서두에서 중심을 잡아드리지 못합니다. 미묘하면서도 칼끝마냥 냉혹한 현실의 단면이 그대로 녹아있어 사건의 시작과 끝을 전적으로 아우르는 인물이란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과 같은 형태의 예기치 못한 인연의 거미줄이 끈끈히 느껴지는 작품이입니다. 인연과 운명이란게 이렇게 얽히고 섥히고 이어져서 깨진 유리조각처럼 모서리가 날카롭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것과, 글의 초반에 숨겨놓은 보물찾기 쪽지마냥 하나하나의 인과성이 글의 후반에서 비밀을 벗을 때 이 글이 참으로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초반에 전말을 까발리거나 마구잡이 인스턴트 힌트들이 많은 요즈음에 꾹꾹 눌러담아 놓았다가 시간이 가고 눈도 좀 쌓이고 했을 때 살엄음 낀 김장김치를 상위에 올려놓은 듯한 새삼스런 새로움을 느꼈습니다. 더 맛난 글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고심이 고마웠습니다.

바람의인도자 1부는 모든 글들의 시작이 그렇듯이 만남과 사건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연이 섥혀있거나 앞으로 얽힐 인물들의 등장과 기본적인 개성의 각인, 그리고 단편적으로 이어져 하나의 웅장한 이야기가 되리라 의심치 않는 하나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서 뻗어나온 에피소드들이 절묘하게 드리워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요소는 '하르마디온'이라는 것인데, 시공의 교차점이라는 개념으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시간의 통행로'라는 이야기의 마스터키입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의 활용을 이번에 처음보는 것은 아니지만 절재력이 가미된, 훔쳐보거나 수박겉만 핧아보게 하는 작가의 이야기보따리가 워낙 약을 올려놓는지라..  감칠맛에 끌려 이렇게 애가 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물의 운명의 출발점에서부터 수많은 인연과 에피소드를 흐르고, 산과 들과 하늘과 시냇물이 다 그려진 풍경화를 보여주듯이 결말이 풀려나오면 그게 마치 나 자신의 일처럼  앞뒤가 척척 맞아떨어지더군요. 이러한 역할을 좀 더 판타지적인 향기로 가득차게 꾸밀양으로 작가가 선택한 요소인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듭니다.

감상문의 제목에 판타지다운..이라는 말을 하였는데 제가 생각하는 판타지다움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계관' 그 자체입니다. 덧붙이자면 확실한 개성 정도가 되겠습니다. 몬스터와 검과 마법, 그리고 엘프와 같은 이종족들의 개성입니다.

[검과 마법이 무력으로 뭉뚱그려지고, 몬스터는 먹이사슬의 일부가 아닌양 하늘에서 지속적으로 뚝뚝 떨어지며, 사람같은 엘프에 사람같은 드워프가 등장하고, 기사나 마법사나 성직자나 레인저나 도둑이 매한가지 찍어낸 양산품인양 결국 똑같은 일을 하고있고]..하는 근간없는 Fantasy Like Fiction이 아니라 판타지의 룰안에서 판타지적인 사고방식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가면 그게 판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근저에는 톨킨의 세계관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확연히 풍기는 판타지적인 내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톨킨과 완전히 똑같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톨킨의 판타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과 '판타지'의 원뜻처럼 환상적인 세계가 저를 계속하여 다음 장, 다음 장 으로의 클릭을 재촉하였습니다.

[제가 모든 글을 다 봤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몇몇 좋은 판타지나 무협은 봤다고 생각합니다. 감상문에 난대없는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하지만..그렇죠. 마치 드래곤라자나 반지의제왕 처럼, 샌슨과 후치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 드라곤라자의 스토리가 어떻게 흐를지 전혀 몰랐고, 샤이어에서 뛰노는 프로도의 일상을 보면서 반지의제왕의 스토지가 어떻게 흐를지 전혀 몰랐었습니다. 이러한 잔잔한 시작 또는 스토리에서 중요한 에피소드에서의 난대없는 시작은 기억에 남는 거의 모든 판타지들의 시작이었음에도.. 글을 읽은지 5분밖에 안된 독자의 '스토리를 모르겠다'라는 불평을 보자니 약간은 침울해집니다. 이러다가 인스턴트 판타지만 팔리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전투와 전략과 기세와 기량과 사연이 어우져서 음악같은 전투보다 구석기 시대에 M60들고 나타나 '타타타타타타타타탕'으로 끝나는 정말이지 롤플레잉 게임에서 에디터 쓴 것같은 주인공의 전투,  비교불가일만큼 짜릿하기만한 이러한 일회용 중독을 즐기는 독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독자가 많으면 언젠가는 그러한 작가만이 남겠지요. ..]

판타지다운, 작가 자신이 정한 틀 안에서 사연과 인연을 멎지게 요리하는 바람의인도자 1부였습니다. 무엇보다 흐름이 좋았고 메인캐릭터인 '단'의 개성은 저에게 오빠부대로의 복귀를 생각하게하여 핸드레이크 오빠에게 죄송하였습니다. 하하

이제 등장인물들이 설산에서 어찌 행동할런지 기대되며 슈나이더와 단의 운명 또한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지 기다려집니다. 동산을 집어던지는 괴력의 순돌이와 불 몇번 뿜고 왠종일 잠만자는 Tiny Dragon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몬스터가 되버린 딸의 최후까지 함께했던 '사랑하는'이 새겨진 털장갑이 눈 속에 따뜻히 얼었을지요.

지금까지도 좋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풍경속에 어우러진 판타지를 간직하고..    전 이만 자러가야겠습니다; 강상문을 1:30분동안이나 썼군요. (4시반..8시반에 일어나야 하는데-_-)


Comment ' 7

  • 작성자
    Lv.24 마법시대
    작성일
    06.09.03 09:42
    No. 1

    재밌죠. 기대하는 작품중 하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엿l마법無
    작성일
    06.09.03 10:32
    No. 2

    음음..정말 좋은 작품이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0 만성졸림증
    작성일
    06.09.03 17:02
    No. 3

    오 양판소가 아니군요. 간만에 볼만한게 나온거 같은데 우리동네
    책방에 나올래나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Micahel
    작성일
    06.09.03 18:38
    No. 4

    아직 출판이 되지 않는 작품이군요. 감상평을 보고나니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1 고명
    작성일
    06.09.03 19:09
    No. 5

    감사합니다. 쪽지 보내드렸는데 확인해보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ka*****
    작성일
    06.09.04 00:53
    No. 6

    저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ㅂㅣ소님처럼 멋진 감상 글을 적을 실력이 안돼서 이렇게 답글로 힘을 보태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쉼마니
    작성일
    06.09.05 18:00
    No. 7

    허억; 자기글도 추천이 눌러지는군요-_- 궁금한 마음에 눌러봤는데;

    진짜로 눌러지다니; 난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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