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총
작품명 : 하늘과 땅의 시대
출판사 : 정규연재란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라는 것은 사실 그리 유별나거나
특별한 세계관은 아니다.검과 마법 대신 총과 마법의 등장은 예전에도 있어왔거니와 근래에 나왔었던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만화 역시 이러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많은 국내 소설들이 기존의 정형화된 세계관을 답습하고 있음과 대조해 본다면 하늘과 땅의 시대의 세계 설정들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유럽 역사의 이면을 살펴보면 뉴턴 같은 이도 연금술을
공부했던 것은 사실이고 중세유럽 이후에도 마법을 공부하는
이들의 존재도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설정들은
크게 어색한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사실 개인적으로 하늘과 땅의 시대란 글의 추천을 보고 이 글을
보면서 생각이 났던 것은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시리즈 중
창세기전3 파트1이었다. 이 글과 유사한 부분은 거의 없으나
세 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역들 그리고 그 각각의 사건들이 연결되면서 만들어가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란 큰 테두리는
예전 창세기전3의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작가분의 참고 사항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어떤 유사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아니며 오히려 이러한
구성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고 흥미롭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견 보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그 각자의 시점으로 각자의 사건을 바라보고 풀어가는 구성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찬찬히 보고 있으면 여러 사건들이 만드는 씨줄과 날줄이 정교하게 엮어져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존의 평면적인 사건 전개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고역일 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이런 구성을 국내 판타지 소설에서 접하는 나로서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와도 같은 반가움이었다.
특히 환영의 도시 편에서 보여준 두 명의 화자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풀어가면서 보여주는 교차 기법은 편집상의 불편함을 감안한다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었다.
독특한 구성과 기법상의 탁월함뿐 아니라 정형화되지 않은
개성적인 인물들의 등장 그리고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장면 장면마다 깔려진 여러 복선들이 뭉쳐져서 말미에 터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방식까지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요소들을
갖춘 멋진 소설이다.
아직 이 커다란 그림 맞추기는 그 일부를 드러냈을뿐일 것이다.
이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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