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승환
작품명 : 리퍼블릭 나이트
출판사 : 마루
리퍼블릭 나이트라... 뜻은 공화국의 기사쯤 될까요?
사실 저는 이런 영어식 제목은 별루 좋아하질 않습니다. 오히려 혐오하는 편이죠.
요즘 퓨전이건 환타지건 영어식 마법이 난무하고 제목마저도 영어로 꼭 짓지 않으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지 무작정 영어로 붙여대죠. 그래서 영어식 제목은 일단 잘 안보는 편입니다. 첨에는 거들떠도 안봤습니다.
그리고 겉표지 뒷면의 광고카피도 엄청 촌스럽죠. '내이름은 강진!'이니 뭐니 하면서 키스가 어쩌니 2개의 달이 어쩌니 하는게 전형적인 이계진입깽판류를 연상시킨달까요? 이 카피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차라리 아무런 말도 안써있었다면 나았을뻔 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기에 첨에는 그저 그런 허접쓰레기 퓨전인줄 알고 안보았습니다.
근데 우연히 며칠 뒤에 속표지를 봤는데 작가님이 '가을왕'하고 '1254동원예비군'의 작가란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왕이야 평가가 엇갈리긴 해도 상당히 괜찮은 면이 있는 글이었고 동원예비군의 경우 저는 참 즐겁게 보았기에 '오오 그렇다면...'하는 생각에 빌려보았습니다.
결론은 조잡한 영어 제목과 촌스러운 광고 카피와는 달리 진국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권당 분량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은 편은 아니고 그럭저럭 충분하다고 할 수 있고, 작가님의 글실력은 전보다 한층더 매끄러워진 듯 합니다. 그저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가는군요.
내용의 전개도 진지한듯 가벼운듯 이리저리 흔들지리만 결코 도가 지나치지 않아 독자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물론 제 취향이지만 전 너무 무게만 잡는 척 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글이나 너무 가벼워서 경박한 문체와 내용은 좋아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그 중간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약간의 하렘끼가 보이는것 같기는 한데 뭐 결국에는 히로인하고만 잘 될것 같으니까 넘어갈만 하구요.(으으, 만약 이것두 이여자 저여자 껄떡대는 결말이면 어떻하나.. 작가님한테 많이 실망할듯..)
사건의 전개도 우연한 히로인과의 만남과 이 작은 사건이 서서히 크게 번져나가는 전개를 그럴듯하게 보여줍니다. 거기에 무언가 의심스러운 비밀결사를 등장시켜 이런 일련의 우연한 사건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어 더욱더 흥미를 끌게 만듭니다.
뭐 세세히 따지자면 몇가지 불만스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2권의 초반전개에서 저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군요. 제가 워낙 성격이 극단적이라 한번 좋게 보면 한없이 좋게 보고 나쁘게 보기 시작하면 아예 쳐다보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정도는 되리라고 봅니다.
밑에 보니까 몇가지 오류나 흠을 가지고 그만보신분들이 꽤 되나 봅니다만 대다수의 분들은 그런 흠이 있는지도 모르고 내용에 빠져드리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저는 책을 읽으며 그런 내용에 대해 거의 알아채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비행기에 실려있던 1톤의 미스릴이 말이 안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잠깐 제 나름대로 생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비행기에는 1톤의 두랄루민이 실려있었지요. 그 세계에서 미스릴이라 불리우던 것이 우리 세계의 두랄루민이라고 작가님 나름대로 설정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뭐 일단 그 비싼 두랄루민이 1톤씩이나 비행기에 실려있었던 것을 차치하고 미스릴이 두랄루민이라는 설정은 제가 보기에 충분히 합리적이며 오히려 기존의 작가들이 설정한 신의 금속이니 알수없는 성분이니 하는것보다 훨씬 제대로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가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기존의 글에서 맘에드는 설정만 따와서 짜깁기 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작은 부분에 대한 설정에서 나타나는 오승환 작가님의 고민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저는 문과 출신이고 화학은 예전에 고등학교때 문과 화학을 배운 것이 전부이지만요...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원소의 주기율표를 배우신 분들은 만화영화나 요즘의 환타지에서 흔히 보이는 운석을 타고온 정체불명의 금속이니 하는게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주기율표를 벗어나서 우리가 분석할수도 알수도 없는 단일한 성분의 물체가 과연 존재할수 있을까요.
특히 미스릴처럼 철보다 가벼운 물질중에 우리가 모르는 물질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주기율표의 초반부는 거의 완벽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리하르콘이니 미스릴이니 하는것이 황금이나 우라늄처럼 단일 성분을 가진 금속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제 짧은 화학실력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그런 것이 실제한다면 오히려 어떤 알려지지 않은 '합금'이라는 것이 옳겠죠.
그래서 오히려 미스릴의 두랄루민설이 더욱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설정된 미스릴의 성질은 대체로 '가볍다' '은은한 은색이다' '녹이 슬지 않는다' '제련하기 힘들다' ' 엄청 비싸다 ' ' 상당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 '마나에 대해 특별한 적응력이 있다' 정도일텐데요.
어떤 작가분은 글 중에서 미스릴을 '스뎅(스테인레스강)'이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보고서 한참 웃었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작가분들의 설정이 훨씬더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뎅(-_-)이나 두랄루민정도면 마나에 대한 부분만 빼고 생각해볼때 거의 미스릴에 근접하는군요.ㅋㅎㅎ
어떤 분들은 어차피 환타지는 허구인데 여기서 현실성이나 개연성을 따져서 어쩌겠냐는 반문을 자주 하시더군요.
저는 오히려 그분들이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무엇을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고등학교를 대충이라도 이수하셨다면 이런 우습지도 않은 말들은 감히 하지 못할텐데요. 과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이겠지요. 이게 소위 말하는 이해찬 세대의 부작용이란 건지... ㅎㅎㅎ
뭐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리퍼블릭 나이트 상당한 수작입니다.
3권을 기다릴만 합니다. 돈만 되면 아예 소장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10점 만점에 9점 주고 싶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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