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영석
작품명 : 혈리표
출판사 : 청어람
"재미"란 말처럼 추상적이면서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된 개념이 또 있을까요?
저는 이 소설이 저에게 재미란 말의 본질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
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소설은 고무림 수상작이란 명예에 걸맞게 인물들의 개성있는 캐럭터, 짜임새 있는 구성,
뛰어난 문장력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완벽함을 향해 가는 우수한 작품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재미 또한 그에 비례하여 당연히 높아지는 것은 필연으로 보여짐에도 이상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무협소설에서의 가장 핵심적 요소인 재미를 별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무협소설에 대한 저의 기본 인식은, 무협도 소설의 한 분야이니만큼 소설적 구성을
제대로 갖출수록 그 재미 또한 배가된다는 것에 거의 신념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저에게 말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내내 이상하게 생각되어진 그 부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주인공의 캐럭터에 문제의 소지 즉 주인공의 캐럭터가 저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갖고 있지를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경망스러운 것 보다는 과묵함이 사내다운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또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가 굳건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과묵한 것으로 설정하고는 있습니다만,
과유불급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과묵함을 넘어 아예 말이 없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연급 조연들의 익살스러움도 크게 빛을 발할 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는 느낌이구요.
그에 덧붙여 말이 없다고 할 지라도 최소한 마음의 흐름만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은 데, 그 부분 또한 생략되어 있어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저의 생각은 사람을 보는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이 솔직함 심정입니다.
작가께서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을 바라보는 심정이 복수하는 것 외 사람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는 캐럭트로 설정을 하였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공을 하였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정이 가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일맥 상통해 보이구요.
정이 가지 않는 대상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 그로인해 전체적으로
재미있다는 느낌이 가지 않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몽검마도의 사도치는 저에게 남자의 대책없는 불굴의 야성적 본성을,
백야의 취생몽사의 주인공이 거친 사막을 오늘도 헤매며 다니는 마음속에는 아련한 그리움 또한 남자의 속성이라 말하고 있고,
금강의 고월과 대풍운연의에서는 사려깊은 사내의 멋스러움이 담겨져 있고...
그에 비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철비철각호로 대변되는 행동만 있을 뿐 마음이 보이지 않으니
마치 복수기계를 보는 것 이상의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주관적이고 위 소설 전체 중 아주 사소한 지엽적인 것에 불과할 뿐으로
위 소설은 무협을 사랑하는 독자라고 한다면 필히 일독해야 할 아주 우수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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