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어 본 무협소설 중에서 연인과의 애절함으로 인하여 눈물을 흘린 무협이 몇 편있습니다.
가장 첫번째가 바로 김용의 "신조협려"로 알려진 영웅문 2부입니다.
영웅분 1부인 대막영웅문에서 악역으로 나온 양강의 아들이 주인공이라 첨엔 읽기가 꺼려졌는데 읽으면서 점점 1부의 히로인인 황용이 점차 얄미워진 소설이 되버렸죠~그래도 곽정은 참 꿋꿋했죠. ^^;; 양강의 아들 양과. 많은 분들이 1부를 먼저 읽어보고 2부를 읽을 때 이점이 참 맘에 안들은 설정이었을겁니다. 뭐 저는 그랬습니다.
주인공 양과. 참 서러움 많이 겪었죠. 그리고 심리적인 갈등도 많이 겪었고요. 그런 점에서 점차 양과에 정이 가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소용녀의 절벽투신. 크으~. 여기서 황용의 얄미움은 극에 이르렀죠. 사람의 사랑을 아주 가지고 논거라고 생각합니다.
16년간의 이별을 이끌어 갔으니까요. 16년. 참으로 긴 시간입니다. 제 생각에선 양과도 어느 정도는 눈치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알면서도 거짓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보니 믿게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소용녀를 잊고 다른 사람을 찾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케스트 어웨이"에서도 결국 여자 주인공 또한 톰행크스를 기다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여자 주인공이 톰행크스에게 얘기했죠. 나는 당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믿었다고.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만 당신을 놓아두라고. 크으~. 전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과의 16년간의 기다림은 진실이었습니다. 16년. 참으로 긴 시간 아니 세월입니다. 요즘으로 따져서 혈기왕성한 스무살에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36세에 다시 만나 사랑을 꽃피우라고 한다면. 킁킁. 결국 양과, 대단한 남자죠. 실천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자 아무런 갈등없이 바로 절벽에서 뛰어내리죠. 거기서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더군요. 책에서 보면 무슨 시같은 것이 줄줄 나오던데 그건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그냥 눈물만 흐르면서 그 장면을 계속 읽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절대적 사랑. 암연소혼장이 괜히 만들어진 무술이 아니죠. 주성치도 애용하는 무술이죠. ㅋㅋㅋ 그리고 그러한 양과의 무모함을 피하려고 황용의 잔꾀에 넘어가 투신자살한 소용녀의 사랑. 그리고 양과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 소용녀의 태도. 이 또한 절대적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어린 나이에 이 소설을 읽고 참 많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런 소설을 많이 찾아 여러 무협소설들을 읽어봤지만 거의 없더군요.
그러다가 본 것이 바로 용대운님의 "탈명검" 이었습니다. 첫장에 세로로 이렇게 써져 있었죠. 탈명검. 한 번 뽑으면 반드시 피를 보고야 마는 필살의 검. 크으. 멋지지 않습니까. 죽이자나요. 보통 악당들이 주로 애용하는 무공이자 별호인데 주인공의 필살무공이자 별호가 됬죠. 일검탈명. 한 번 검을 뽑으면 반드시 목숨을 빼앗는다. 첨엔 그냥 마검패검이나 철혈도 등과 같이 아주 통쾌한 복수극을 보고 싶어서 읽었습니다. 당시 야설록 이란 이름으로 여러 소설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무협소설 매니아들은 이 소설은 그때 그 소설이랑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이다라는 것을 바로 눈치챘죠. 아~ 용대운이란 이름으로 나왔었나요? 그것은 확실치 않습니다. 크. 암튼 그렇게 읽게 된 탈명검. 바로 1권보고 울었습니다. 탈명검이 켄 폴렛의 "피터스버그에서 온 사나이"를 무협으로 그대로 리메이크 했다고는 하지만 느낌은 분명히 다릅니다. 주인공 임무정이 좌씨 청년(이름이 뭘까요? 기억이 가물가물 ㅋ)에게 구함을 받고 북해로 가기까지의 그 고난을 읽으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또한 딸과의 기구한 만남에서도 ㅠ.ㅜ. 기존까지의 무협에서의 주인공이 대의명분을 따져서 자신의 행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당시 용대운님의 무협은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억울함을 스스로 풀어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대표적 결정체가 바로 탈명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이름 임무정. 정이 없답니다. 하지만 제가 읽어 본 용대운님 소설 중에서 제일 정이 많은 주인공인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스타일이 비슷한 일대마도라고 알려진 마검패검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이 자살하는 것을 거의 방관합니다. 아니 거의 유도하죠. 하지만 탈명검에서는 끝까지 잊지 못하는 여인으로 남기죠. 마지막 삼성맹과의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홀로 차가운 연못에서 몸을 씻을때 임무정의 생각이 어땠을까요. 물론 소설에서도 나오듯이 결과보다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생각이 나옵니다. 중원을 구하겠다는 어떤 커다란 꿈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제가 느끼기엔 자신의 사랑을 무참하게 짓밟은 삼성맹에 대한 도전입니다. 빼앗긴 자신의 인생, 빼앗긴 여인, 빼앗긴 딸. 이에 대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었죠. 니들이 내 전부를 빼앗았으니 내가 일검에 한 놈씩 죽여주겠다. 정말 통쾌하고 간결한 사나이다움의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용대운님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탈명검"을 꼽습니다.(냉혈무정은 잼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흡족하지 않습니다. 정말 주인공이 냉혈에 무정하니까요. ㅋ) 용대운님 최고의 애정소설로 추천.(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대운님 최고의 애정소설은 독보건곤이라고 하지만 저는 탈명검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물론 최고의 애정행각소설은 "강호무뢰한"이죠.ㅋㅋㅋ)
암튼 그냥 대충 주절주절 끄적거렸습니다.
이외에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 무협소설은 여러 편 있습니다. 백준님의 "초일", 유사하님의 "반인기" 등등. 특히 백준님의 장별 제목은 유별나게 사람 맘을 끕니다. "저끝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가 고개를 숙인다" 등등. 왠지 사람의 맘을 알아주는 듯한 제목 아닙니까? ^^;;;
혹시 눈물나게 만드는 무협애정소설이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전 그러게 좋아요. 아니 요즘은 그런 게 읽고 싶어요. 가을을 타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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