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설봉이란 이름의 작가를 알게 된것은 제가 추혈객이란 소설을 처음
접했을때였습니다. 그 당시 흔하지 않았던(물론 지금도 흔하지 않은)
이 작가의 필력은 정말 마력같이 강한 흡인력으로 저를 빨아들였엇죠.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한권 두권 넘어가면서 점점 이야기 자체를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사신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망만 다니다 어느순간 종리추가 '사무령' 이 되어 있는것으로
끝이 납니다. 종리추를 해하려는 세력의 음모나 그 당위성은 나름대로
설명이 되어있었으나 그 해법만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흡사 작가님 스스로가 자기만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처럼 스스로의
논리에 빠져 다람쥐 챗바퀴 돌듯한 전개만 계속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에게 다른 먼치킨 소설 같은 기연을 바라는 것은 아
닙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 관계라는게 있는데 사신이라는 책은
그런것을 모조리 무시한채 오로지 작가가 스스로도 정리하지 못한 이야
기를 풀어놓아버린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작가의 필력만은 감히 어찌할수 없을정도로 훌륭했으니
저는 망설임 없이 '대형 설서린' 이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그렇지만 뭡니까 이게.. 설봉씨 나빠요 -_-; 라고 할만큼 충격을
먹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도대체가... 스토리 라인은 사신과
거의 똑같고 주인공의 목적또한 똑같으며(절대무와 사무령이라는
이름만 다른 최고지존-_-;이 되려는 것)도망치는 순간의 지형이라던지
깨달음을 얻는곳은 동굴 이라던지 하는 세세한 것까지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닮았었습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만 바뀌었지 다른게
정말 무엇인가 싶을정도 였으니까요. 혹시나 이 이야기가 사신의
또다른 재해석판인데 저만 그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사신에서는 그나마 설명이 되었던
서로간의 음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골인들이 도대체
왜 있는지도 모르겠으며 도가 이대비전이라는 영약까지 빚어가며 골인
들을 사육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마단과 현문이
라는 곳에서 그렇게 숨겨왔던 골인들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것은 마치
불가의 선문답과 같이 아무렇게나 이야기 하고 '니가 알아서 생각해라'
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봉님의 작품을
이제껏 보아오건데 명쾌한 결론이 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 예로
엽수낭랑이라는 그 당가의 아가씨가 그 백비에 들어갈때 현문에서 당가
의 가주인 당문기? 라는 사람이 이성을 잃을까봐 특별히 조심시키고
당가의 가주또한 그것을 염려하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만 결국 엽수낭랑
은 백비에 들어가 버리고 말아버립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더군요.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딸이 사지로 걸어들어갔는데 그 아비에 대
한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더군요. 여기서 설봉님의 큰 결함을 발견했
습니다. 설봉님께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 쓰시고 나면 그
뒷처리가 너무 미흡합니다. 이야기 자체를 매끄럽게, 특히나 설봉님처럼
음모가 난무하는 글을 쓰실때는 이야기들간의 연계성. 특히 그들만의
당위성이 잘 드러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설봉님은 그런 점을
너무 간과하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설봉님의 글은 분명히 한번 가볍게 읽고 웃고 넘길수 있는 수준의 글이
아닙니다. 천천히 그 내용을 곱씹으면서 음미하는 그런 류의 글입니다.
그에 맞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재주기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스토리 자체의 짜임새가 그러한지 의문입니다.
물론 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의 작품도 아니고 세번이나 한사람의 작품을 읽으며
똑같은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하기에 이렇게 글을씁니다.
설봉님 참 훌륭한 작가분이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무판 동도여러분들께
글을 읽으며 제가 이해 못했던 부분이 있으면 많은 질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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