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오가 처음나올 때 저는 그것을 보고 온 밤을 하얗게 새웠습니다. 저는 원래 다독가였습니다. 저의 독서목록엔 무협이 빠지지가 않았고, 그래서 박스무협의 퇴조기, 뫼가 나오기전에 무협이 한참 안나왔을적에는 갈증에 목이 말랐습니다. 그때 등장한 뫼출판사의 대도오는 정말 빠져들지 않을래야 빠져들지 않을수 없는 매력투성이의 글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대도오가 나왔습니다.
감상에 들어가기전에 일단 대도오를 이렇게 낸 출판사의 노력에 경외를 표합니다.
280-300페이지가 한권인 때에 800페이지로 한권. 대여점이 주류를 차지하고 장편이 대세인 현 시장에서 장르에 대한 애정이없다면 할수 없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표지를 보니 생사박 근간예고가 나오더군요. 기쁜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제글도 언젠간 이렇게 대접을 받을정도로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저는 좌백님의 문체를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혼자 습작을 할 때 그분의 글을 노트에 베껴쓰며 문장 공부를 꽤나 한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개인적으로 사정이 무척 안좋아서 야간 빌딩청소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노트한권에 독행표를 사서 쉬는 시간마다 썼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심각하게 미친놈 취급을 해서 그만 뒀지요.ㅜㅠ
그렇게 나름대로 좌백님의 문체를 파악한 느낌으론 마침표 하나 하나 주의를 기울여 썼다는게 보여집니다. 단순한 파열음 하나 적을때도 무척 주의를 기울였다는 느낌이 읽는내내 있더군요.
그리고 과거의 거친 문장들이 상당부분 현재의 문장들로 바뀌었습니다. 좌백님의 문체는 대도오시절의 문체와 비적유성탄 시절의 문체가 다릅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으니 달라지는게 당연하지요.
대도오를 읽다보니 대도오의 싸움장면 곳곳에서 과거 대도오의 싸움방식이 아닌 현재 비적유성탄에서 보여준 동작이 잘 융합되어 나타났습니다. 과거의 재판이라고 걍 아무렇게나 찍어낸게 아니라 과거의 결점을 보완하느라 많은 신경을 쓴 것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뀐점은 혁련소천과의 관계가 상당부분 바뀌었습니다.
초본에선 대도오와 천외제일신마 혁련소천이 개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혁련소천이 집니다. 그래서 혁련소천은 대도오의 수하가 됩니다.
재본에선 혁련소천이 대도오를 인정합니다. (지는게 아니죠.) 그래서 대도오보다 위의 실력을 가진채 그의 동료가 됩니다. 이것은 작품 곳곳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도오는 강해졌지만 여전히 한계를 지닙니다. 그래서 대도오가 한계에 부딪히면 혁련소천이 나와서 도와줍니다. 이 관계는 마지막. 유조양과의 대결에서도 이어집니다. 초본에선 일파의 장문인을 투지로 이긴 대도오가 나오면 재본에선 혁련소천의 도움을 받아 유조양을 이긴 하급무사 대도오가 나옵니다.
이 혁련소천의 관계가 대도오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개연성이 초본 대도오보단 잘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무협을 문학으로 바꿔 읽게 합니다. 대도오의 표지에 좌백 장편 소설이라고 적게한 키워드가 전 이 혁련소천과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과거 혁련소천과의 싸움을 읽으며 저는 흥분을 못이겨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유조양이 무너지며 삼검을 흘려맞고 일검을 운운할 때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지요.
그런데 그 박력과 흥분이 재본에선 혁련소천과의 관계과 재설정대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참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그 박력과 흥분. 주인공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키며 못난놈이 잘난놈을 이기는 카타르시스가 사라졌으니까요.
재본 대도오는 초본 대도오보다 한결 원숙해 졌습니다. 그리고 무협을 문학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무협의 본령. 독자를 잠못이루게 만들고 흥분에 떨게하는 호쾌함이 그만큼 없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독자는 다르게 볼수도 있겠지요. (재판 대도오를 읽은 다른분들의 감상을 기대해 봅니다.)
작가로서 저는 이 대도오를 읽으며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좌백님과는 비교할수 없지만 그리고 사정도 조금 다르지만 저도 현재 이와 비슷한 경우이니까요. 저는 재생의 연재본과 출판본이 다릅니다. 리메를 하며 원고지로 팔백장, 한권도 안되는 분량이 어느덧 다섯권 분량이 넘어갔습니다. 거의 새로 쓰는 형편이지요.
그렇게 출판본을 내며 많은분들이 완성도가 높다고 칭찬을 합니다. 그런데 칭찬의 와중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연재본의 호쾌함이 사라졌다고요.
장르소설의 본령은 무었일까요. 호쾌함이 장점인 글에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대신 그만큼의 호쾌함이 사라지면 그것은 좋은것일까요 나쁜것일까요. 대도오를 읽으며 그만큼의 원숙함을 느끼며, 그만큼의 아쉬움을 느끼며 거기에 제 경우를 대비해 생각해 봅니다.
추신* 대도오를 보고 느낀 것은 대사를 동작설명으로 바꾼게 은근히 많습니다.
"빠르다? 흐흐... 삼검(三劍)을 격중시키면 뭘하나! 넌 삼검을 흘려맞고 대신 일도(一刀)만을 날렸지. 그러나 그 일 도는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대사처리를 "대도오 역시 멀쩡하지 않았다. 단한번의 접촉만으로 그는 몇 군데나 엄중한 상처를 입었다. 그의 허리에는 붉고 흰 살가죽이 뒤집혀 속을 내보인채 옷 밖으로 돌출했고......."
이런식으로요. 아마 이것이 재본 대도오가 초본 대도오와 무척 다르게 보이는 이유중 하나 이고 이것이 비적유성탄의 좌백님의 문체라고 봅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