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강호에 완전히 '필'받아서 도살객잔까지 읽었습니다. 2권짜리로 구성되어 부담이 없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일단 비정강호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글이더군요. 우발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진 집단 살인사건을 어처구니 없게 해결하는 만화량이 웃기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한 가지 비정강호와 공통되게 느껴진 것이라면 한상운님의 글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자신의 욕망에 아주 충실하게 행동한다는 거죠. 아주 아주 충실하기 때문에 때론 추악한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죠. 주인공조차도 악인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감정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그다지 꺼려하지 않습니다.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나왔는데도 제가 기억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나왔다 해도 그리 인상깊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기억에 없는걸 보면...) 협객이 없는 무협.... 소인배들만이 있는 무협... 특이하지 않습니까? 현실에서 온갖 욕망을 감추고 억누르고 사는 저이기에 솔직히 어쩔때는 통쾌하기도 합니다. ㅡㅡ;;
또 하나의 특징은 유쾌하지 않은 유머입니다. 블랙코미디라 표현하면 맞을까요? 웃기긴 웃긴데 왠지 '쓴웃음' 짓게 만드는 유머... 인간사이의 비정함이랄까? 그런 것들로 웃음을 자아내기에 유쾌하게 웃을수는 없는 그런 유머라서 또 특이합니다.
두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비정강호가 훨씬 맘에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사건의 전개도 비정강호 쪽이 더 자연스럽고 구성도 더 치밀하고 추리적인 요소도 훨씬 잘 조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기작이 더 기대 됩니다. 다음 번엔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
오늘은 별도님의 천하무식 유아독존을 조금 읽었는데, 조금 이지만 무지 웃기군요... 요것도 보고 나름대로 감상올려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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