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맹주
출판사 : 로크미디어
아주 좋습니다. 무엇보다 1권에서의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오히려 2권 말미에 이를 때까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정구 작가의 특징으로 꼽히는 점 중 하나가 현실적이고 독특한, 다시말해 독자에게 인상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는 캐릭터 묘사입니다. 그것이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신승에서도 돋보였던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전개도 빠지지 않고 드러나기에, 3권이 기대됩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가 무척이나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서로 속고 속이며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진정한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 시시각각 나타나는 새로운 사실들은 독자가 몰입하여 자의적으로 다음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할아버지의 비밀, 홍청만의 말, 맹주의 비밀, 명부에서 만난 동정어옹의 진실, 조소연의 비밀, 주한민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독자가 쉬지않고 생각을 해 보도록 호기심을 유발하는 의문들을 말없이 던집니다. 복선을 미리 깔아두는 솜씨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편, 내용과 그리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제목 '맹주'에는 어떤 뜻이 숨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주인공이 결국 맹주가 된다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만... 전작 신승의 예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2권까지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사실 조금 걸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작들에서도 나타났던 점도 있고, 이번 작품에서 나타난 점도 있습니다. 가장 걸렸던 점은, 유독 주인공의 캐릭터가 일관성 없이 자꾸 변하는 점입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계산력이나 냉철함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똑똑하고 처신을 살피다가도 갑자기 멍청해지거나 사랑에 불타 구애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2권의 임수영에 대한 기이한 애정 또한 이해가 어렵습니다. 애정에 대한 근거가 일부 제시되었으나, 독을 먹은 이후에도 애정이 변함없을 정도로 사랑하기엔 임수영과의 만남이 너무나도 짧았으며 특별한 사건도 없었습니다.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즉흥적인 분위기에 따라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성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고, 하나로 정착된다면 더 이상 독자가 헷갈려 하지 않게 되겠지요. 이러나저러나, 작가의 내용구상은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글의 스타일은 마치 구무협과 신무협의 경계에 있는 듯하여,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바로 전작인 금협기행 때는 상당히 실망했기에 맹주 1권을 집어들면서 걱정했습니다만, 그러한 걱정은 이미 상당부분 사라졌습니다. 남은 일말의 걱정거리라면 완결까지 이 기세가 유지될지에 대한 것입니다. 신승이나 금협기행이나, 대개 글이 중반부에 이르면 작품이 완결날때까지 글이 묘하게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이제 겨우 2권까지 보았기 때문에 작품의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5권까지는 지켜봐야 이렇다 저렇다 하는 판단이 설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훨씬 좋은 작품으로 끝맺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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