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문은 우리나라에서 번역되면서 지어진 제목으로 원 제목은 운해옥궁연, 양우생의 작품이다.
양우생은 김용과 함께 중국 무협의 거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의 평에 의하면 보통 김용을 양우생 보다 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분명한건 김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이며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있는 것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김용보다 양우생을 더 좋아한다. 분명 양우생이 김용보다 못한 점은 있다. 김용의 작품은 그 구성력이 탁월하여 그의 작품을 한번 손에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그에 비해 양우생은 간간히 지루한 부분도 있고 흡입력있게 독자를 빨아 들이지도 못한다.
그러나 양우생이 김용, 아니 다른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여성 캐릭터의 묘사이다. 남성 작가로서 그보다 더 여성을 잘 그려내는 작가가 있을까? 그러한 장점에 의해 양우생의 작품은 그 스토리는 다소 박진감이 부족하나. 양성(남성,여성)의 개성을 잘 묘사하여 그 누구보다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창출한다.
간혹, 글은 그런대로 잘쓰는데 여성을 잘 묘사하지 못하는 작가를 본다. 그런 경우 대부분 여성을 순정파, 순결한 천사 혹은 반대로 요부나 탕녀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다시피 그것은 남자들의 왜곡된 시각일 뿐이며 실제 여성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작가들에게 양우생의 작품이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된다.
승천문은 양우생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그 마지막이 압권인 작품이다. 내가 읽은 소설 중 이 작품 만큼 마지막이 가슴 아픈 이야기는 본적이 없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성격이 괴팍하고 도도한 주인공 금세유는 순결하고 고고한 여자 곡지화와 연인 사이가 된다. 그런데 남을 잘 속이며 사특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승남이라는 여자가 등장해 둘을 매번 함정에 빠뜨리며 사랑을 방해한다. 마지막에 여승남은 천하제일고수에게 도전하는데 의외로 여승남이 이기게 되고 그 대가로 여승남은 금세유와 결혼한다. 금세유입장에서는 억울한 경우이다. 그러나 여승남은 첫날밤에 금세유의 품에 안겨 죽는다. 그 이유는 여승남이 천하제일고수와 겨루어 이긴 이유가 체내의 잠력을 폭발시키며 무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것은 여승남이 금세유와 처음이자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죽자 금세유가 뒤늦게 그동안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곡지화가 아니라 여승남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잠력을 무리하게 폭발시켜 무공을 발휘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후대의 많은 작품들의 원조가 바로 이 양우생의 승천문이 아닌가 한다.
참고로 양우생의 다른 작품을 기억나는대로 소개해 보면 백발마녀전(임청하, 장국영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었다.) 여도옥나찰(한국판 제목으로 원제는 모름), 명황성(역시 한국판 제목, 주인공이 장단풍) 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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