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산장은
고룡 특유의 분위기가 솔솔 나오면서도 아주 특이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 읽는 사람을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앞부분도 괜찮았지만 사효봉이 등장할 때 부터의 장면은 그야말로 고룡의 소설 중에서도 몇 손가락안에 꼽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의 연속이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의 검객이자 풍류남아인 사효봉이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생의 밑바닥을 방황하다가 오직 친구 때문에 다시 검을 잡게 되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숱한 음모와 모략, 그리고 거듭되는 기이한 사건의 연속등...
특히 주인공인 사효봉의 매력은 고룡소설중 단연최고
처음보는데도 아주 호감이 가고 애착이 느껴지더군요.
연십삼은 처음에 주로 등장하고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3권 후반에 등장하는데, 비록 등장한 장면은 짧지만 읽는 이에게 진한 인상을 남기는 개성적인 인물입니다. 무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전형적인 무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연십삼이 후반에 등장하면서 마지막에 사효봉과 겨루게 되는 과정이 굉장한 박진감을 줍니다.
이작품의 특이한 것은 고룡의 작품중에서도 몹시 드물게 주인공인 사효봉의 아들이 등장해서 상당한 활약을 한다는 것인데, 두 부자의 서로 다른 성격이나 행동방식이 비교되어 아주 독특한 매력을 풍기더군요
아버지는 명문 중의 명문에서 태어나 온갖 부귀와 영화를 다 맛보고 천하제일검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화려한 전력인데 비해,
아들은 사생아라는 놀림속에 온갖 고난고초를 겪으면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것이 나중에 성격상으로 까지 이어져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들이 주인공이 되어 아버지를 능가하는 고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끝까지 아들은 그냥 조연이고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활약합니다.
신검산장은
아마 고룡이 특유의 수법으로 시간의 전환에 대한 설명을 삭제한 듯 한데, 그 때문인지 주의하지 않으면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신검산장은 고룡 특유의 인간에 대한 자세한 고찰과,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우수어린 분위기, 일단 검을 잡으면 끊임없이 살인과 죽음속에서 살아야 하는 강호인들의 비애, 그리고 각기 다른 야망을 위해서 줄달음치는 인간군상들의 모습들이
사효봉이라는 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과 어울려져 읽는 이의 가슴에 무한한 여운을 남겨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마지막 대사가의 진한여운이..
'한번 강호인이면 평생 강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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