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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송진용님의 \'귀도(鬼刀)\'

작성자
暗影 ▦
작성
02.12.06 17:53
조회
2,089

몰랐었다.

산타할배 아이콘을 달고 구수한 사투리로 정담마다 댓글을 달던

그가 이리도 처절한 칼부림을 선명하게 내 눈앞에 펼쳐놓을 줄은...

몰입...

눈이 점점 커지거나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모니터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

그 뒤를 쫒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우유부단하거나 편협된 성격으로 초극강무공을 가지고도

사춘기 소년같은 고민을 하거나 어이없는 삼류계략에도 말려드는

요즘의 지루한 무협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히 느끼게 해준 귀도.

그 흔한 이기어검이나 심검도 없다.

무슨 수치화된 전투력이나, 전략 게임적인 요소나 고강해지는 아이템도 없다.

오로지 칼 한 자루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찍고 베며 앞만 보고 달리는 무사.

걸리면 벤다.

검은 누구보다 빠르게 상대방의 목줄을 따버리고

도를 쓰는 자는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베어버리면 그뿐이다.

쪼개져 넘어가는 것은 자만이요 편견이다.

그 속에 그려지는 처절하게 붉은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열기와 '칼끝에 걸린 인생'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마음속 깊이 갈무리한 저마다 사랑과 복수.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그 뿐이라며

드디어 자신만의 길을 가려 하는 주인공 두위와

역시 같은 냄새를 지닌 동료들...

비대해지고 오염된 자칭 정파집단 군왕성.

거기에 대항하려는 세칭 사파 특공대...

무엇이 정이고 무엇이 사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어 준 사내들.

버려진 곳 '귀역'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아

잿더미속에서 동료의 향기를 쫒던 그들의 모습에서

문득 진한 고량주의 냄새가 풍겨온다.

거의 3권 분량의 연재였으나,

숨 한 번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읽어버린 내 가슴속에는

두위, 반천수, 팽호, 장노대, 장가구, ...

그리고 번풍 등의 이름이 화인처럼 새겨져 버렸다.

내가 본 그림중에 가장 멋있었던 무사의 그림들을

망각 저편에서 하나씩 뽑아올려 이제 그들의 얼굴과 몸과 마음을 그려 담았다.

그들은 이제 군왕성으로 대변되는

절대적이고 변질된 권위와 힘을 가진 거대한 공룡집단에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

단 네 사람, 이제 일곱 사람이 될 그들은

단순하고도 어리석어 보이는 정.면.통.과.를 벌임으로써

계속해서 가슴뛰도록 당찬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가진 자가 상대방을 깔보고 오만하며 방심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은

작가의 사회적 편견이 아니길 몰래 바라면서 남은 부분에서 그들이 진정 강했던

모습을 다시 찾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멋진 반전이 있을 것임을 또한

굳게 믿는다.

여인의 향기.

유식한 달변.

멋들어진 초식.

환상적인 세계를 찾는 분들은 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읽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한 자루 칼에 목숨을 걸고

뜨거운 가슴만을 지닌채 거친 숨소리로

자신의 생을 알리는 고독하고 뜨거운 남아들...

열혈남아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누구보다도 고독하고 편협할 것 같은 매기자들.

그러나 저마다의 색깔로 짙게 물든 독특하고 강인한 인물들.

그리고 따뜻한 내면을 지닌 그들만의 여정...

이제 겨우 단 한명의 초인만이 그들과 겨뤄봤을 뿐이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귀도에 전염되었음인가?

이 글은 단순한 치정과 복수가 아닌, 집단사회의 거대한 오류와

그것의 한켠에 편승하여 속으로만 울부짖으며 묵묵히 따라가기만 하는

우리의 순종을 깨뜨리는 열혈을 전해주고자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뛰는 가슴을 못내 다스리며

그의 전작 몽검마도나 무명계를 찾고있는 나에게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내일 아침부터 또하나의 즐거운 기다림이 늘어난 것이

내내 설레이는 행복감을 준다.


Comment ' 5

  • 작성자
    十四歲美少年▦
    작성일
    02.12.06 18:54
    No. 1

    송진용님 글은 읽고 난 후에 싸한 감동이 있습니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들어가는 멋진 작품들만 쓰셨죠.. 몽정마도 켁.. 이아니라.. 몽검마도, 생사도, 무명계를 지나 비정소옥까지 모두 그렇죠... 어쨌든 저는 송진용.. 이 세 글자만 보고도.. 추천을 감히 할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2.12.06 21:02
    No. 2

    만세~만세~귀두 만쉐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2.12.06 23:00
    No. 3

    크...지금 송진용님의 귀도를 읽던 중이었는데...
    전 여태 몽검마도(내가 얼마나 반했던 무협인가.)의 저자와 무명계의 저자, 그리고 송진용님을 따로따로 생각하고 있던 바보였답니다.T.T

    멋지게 감상 한편 날릴라 켔는데 암영님이 먼저 진짜 감평을...

    송진용님,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절대 고수 확실함당..

    그리고 이 감상문도 추천임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일
    02.12.07 04:04
    No. 4

    귀두라 불리는자...........
    머리엔 빨간모자.............
    성탄절이 기둘려 진다..............
    양말 걸어놓고 기둘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2.07 14:39
    No. 5

    저도 귀두라고 부릅니다...하하하..
    송진용님께 부탁이 있다면 지금 주요인물들의 개성이 절대 퇴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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