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뭐 하려는거지?
두 달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그 때의 느낌을 찾으려고 하지만 잘 안될것 같다.
임준욱의 촌검무인을 두 번째 읽고 난 뒤에 어떤 감정에 잠시 사로잡혔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때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감정이란 것이 커피 잔의 소용돌이처럼 시작과 중간과 끝을 나누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당사자 스스로 극한의 분노나 슬픔, 기쁨이 아니면 그 느낌이 뭔지 잘 알 수 없다지만 나는 그 때의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내가 언제 이렇게 내 감정을 존중했는지 모르지만 그리 춥지 않은 겨울 탓으로 돌리고 보자.
그건 그렇고 그런 감상을 써서 뭐할까?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보이는게 무슨 소용일까? 포이종과 함께 농사를 짓다가 산 골 소녀 이 옥수는 부드러운 수다쟁이가 되었다.
나도 정감어린 수다쟁이가 되고 싶지만 세상을 떠돌수록 이야기할 사람은 줄어든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저께는 동서의 돌잔치에 갔고, 어제는 처남의 개업식에 갔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백명은 되었다. 술을 나누면서 많은 말을 듣고 했지만 "안녕하시죠? 반갑습니다."이런 말들만이 오갈 뿐이다.
스스로 외톨이가 되가는 이유가 나의 모난 성향탓이기도 하고, 세상탓이기도 하지만 점점 나는 떨어져가고 있다. 우주는 지금도 폭발 휴유증으로 서로가 서로에서 멀어진다.150억년이 지났다고 한다.
수 십년 동안 어미의 자궁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벌어졌는가? 어릴 때 친구로부터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왔는가? 나는지금 가정과 몇 몇 친구를 만져볼 수 있지만, 언제 얼마나 더 멀어질지 잘 모르겠다.
임준욱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정과 친구 이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멀리까지 끌어 당기는 중력을 느낀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뭔가에 끌려오고 끌어 당긴다.
진가소에서는 아버지의 희생을, 농풍과 건곤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촌검에서는 어느 덧 아버지인 이야기를 보았다. 3권 4권 5권 그리고 2권에 담긴 긴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지만 이야기 비만시대에 살면서 정보를 추려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숨가쁜 시늉을 한다.
세 번째 읽어가면서 종이 한 장에다가 초반의 등장인물을 요약하고,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임준욱의 강호세계에 대해, 무술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말하고 놀았던 이야기의 알갱이를 찾아 적다가 그만 지쳐버렸다.
이런 것들을 정돈해보면 내가 두 달 전에 흔들렸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먹인 빗 속의 혈투씬을 작가가 연재한 날에 우리의 세계에도 오랫만에 비가 왔다.
그 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아들을 업은 포이종이 종남의 인재들과 싸울 때 비가 내렸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연걸이 아들을 업고 싸웠던 영화장면에 비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임준욱의 감성을 흔든 것은 낮에 온 비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읽고서 눈자위가 눈물로 흐릿해진 그 날 나의 감성을 떨게 했던 것은 어디서 왔을까?
이야기의 힘만이다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다.
집중해서 읽지않았던 탓이라면, 왜 마음을 흐트렸을까?
감상글을 올리겠다고 마음먹어서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 쓰는 글의 운명을 나는 알지 못한다. 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삭제 버튼을 누를지, 내 폴더에 보관하다가 어느 날 "어, 이런 생각도 했구나."할 지도 모른다.
내 느낌의 정체를 찾는 방법이 잘 못 된 것같다.
결혼 십년만에 비로서 아! 집도 필요하구나 해서 근래에 부동산에서 오는 전화에 귀기울인 것도 원인이 된 듯하다. 사람은 이런 일들로해서 어딘선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두 번째 읽었을때는 제대로 읽었는데, 참 아쉽다.
포이종이 놀면서 무술이며 자기를 찾아 갔는데, 나도 처음으로 읽는 것과 노는 것이 같다는 것을 경험했는데 정말 아쉽다.
무아지경에 빠진 포이종의 옷을 당겨 그만 놀게 한 포서현의 손 길이 야속하지만 더 나은 단계로 나갈 수 있듯이, 언젠가 무협소설을 읽으면서 나 또한 신나게 놀 수 있겠지 하면서 위로할 뿐이다.
나는 촌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 하나 하나는 나이거나 내가 외면했던 모습들이다.또 어제 그제 만나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스쳐간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협싸이트에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잠시 세상일에서 벗어나 나처럼 수다쟁이가 되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농사를 짓는 검선 포이종, 검선이면서 한 아버지인 포이종 그 경지까지는 까마득하자만)
어제 차 안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당신, 저기 임 준욱 알아?" 무협소설가인데 그가 이런 말을 했지.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자."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그런 뜻이야." 하고는 멋적어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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