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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

작성자
Lv.5 올제
작성
04.01.13 02:39
조회
413

원본을 그대로 쓰지요...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이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오늘은 눈이 오더군요..-_-;; 그래서 못했습니다.

나는 쪼끄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휴지)를 끄실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역시 날씨가 흐린지라...-_-;; 집에 돋보기도 없어요..ㅜㅜ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출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거울로 태양 빛을 반사해서 남이 눈을 찌뿌릴때!! 오늘은 못했습니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놓인 고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이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전 학생인지라.. 제꺼 향수도 없고, 아내도 없어서.. 그냥 엄마거 가져다가

놀았습니다.-_-;;;;;;;;

이것이 바로.. 이상 따라하기 놀이입니다.-_-;;; 오늘 하룻동안 이짓거리 하면서

어찌나 재미있던지.

추신으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 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精神奔逸者) 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半)―---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을 영수(領受)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貪食)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輕便)하고 고매(高邁)하리라.

십구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인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至言)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그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화(禍)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생채기도 머지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굿바이.)

감정은 어떤 포즈(그 포즈의 소(素)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나 모르겠소) 그 포즈가 부동자세에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합네다.

나는 내 비범한 발육을 회고하여 세상을 보는 안목을 규정하였소.

여왕봉(女王蜂)과 미망인―---세상의 하고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 아닌 이가 있으리까? 아니! 여인의 전부가 그 일상에 있어서 개개 '미망인'이라는 내 논리가 뜻밖에도 여성에 대한 모독이 되오? 굿바이.

이걸 하나하나 세세하게 풀어주셔서 리플 남겨주실분...-_-;;;


Comment ' 3

  • 작성자
    Lv.1 DTlove
    작성일
    04.01.13 10:19
    No. 1
  • 작성자
    Lv.1 참새사랑▩
    작성일
    04.01.13 14:21
    No. 2

    이상의 "날개"의 첫 부분이군요. 이상의 작품들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며, 그에 따라 해석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또한 이상의 작품적 특징중 하나는 일 부분 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 하다는것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가장 첫줄에 나온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는 문장은 글 전체를 모르면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의 화자(話者)는 아내에 의지하여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자는 아내에게 당당할 수 없으며, 그때문에 심리적 유폐성을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화자는 유쾌한 연애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상의 작품에 대해서는 해마다 몇편씩의 논문이 나올 만큼 광범위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좀더 아시고 싶으시다면 저문 서적을 찾아 보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남훈
    작성일
    04.01.13 16:28
    No. 3

    참..세상에는 희한한 사람이 많군요...(퍽~~-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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