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가난과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지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쯤에 [소공자], [소공녀]를 읽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기독교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이 양심에 콱 박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난을 없애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었죠.
이 욕망은 평소에는 마음 저 밑에 있다가, 길에서 거지를 만나거나 다른 사람이 돈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을 보거나 텔레비전에서 기아난민을 볼 때 마음 위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돕고 싶은데, 제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고, 그건 어른이 되고나서도 여전히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2008년 9월경에 미네르바 님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미네르바 님이 [시대정신] 다큐영화를 권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3편인가의 다큐영화인데, 마지막편에 '기술기반경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또 [빠빠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모아의 한 섬의 한 마을의 추장인 투이아비가 1870년대(?)에 서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서 자기 마을 사람들에게 가끔 한 연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백인들의 문명을 비판한 책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화폐경제를 비판한 책이기도 합니다. 그 책의 두 문단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오오, 형제들이여. 이런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모아의 한 마을 사람 전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오두막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그네에게 단 하룻밤의 잠자리도 내어주지 않는 사람, 이러한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나나를 한 아름 끌어안고서는 바로 눈앞의 굶주린 사람이 애걸을 하는데도, 단 하나도 나눠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너희들의 눈에 노여움이, 입술에 경멸하는 빛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본다. 정말이다. 이것이 언제나 빠빠라기가 하는 짓이다. 설령 백 장의 거적을 갖고 있을지라도, 가지지 못한 자에게 한 장도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시대정신]을 보고 며칠 뒤에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또 며칠 뒤에 [빠빠라기]를 읽었는데, 갑자기 몇 가지를 깨닫게 되었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화폐경제'라는 매트릭스라는 것을, 우리의 행동의 배후에는 돈이라는 동기가 있다는 것을, 이 화폐경제 매트릭스에서는 부자조차도 자기가 가진 돈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화폐경제에서는 가난을 없애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590억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빌 게이츠의 재산을 전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고 해도 세상에서 가난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또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가진 재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가난을 없애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겁니다.
화폐경제 매트릭스에서 가난을 없애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난을 없애고 싶다면 새로운 매트릭스를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화폐경제 매트릭스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동의 배후에는 대개 '돈'이라는 동기가 있습니다. 투이아비 추장은 [빠빠라기]에서 이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빠빠라기들이 하루 종일 돈만 생각한다는 말도 하지요. 돈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고요.
가난을 없애고 싶다면 화폐경제에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화폐경제 매트릭스를 대신할 새로운 매트릭스에서는 '돈'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돈은 원래 교환의 매개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교환이 있는 이상은 돈도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폐경제 매트릭스를 대신할 새로운 매트릭스에서는 '교환'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화폐경제 매트릭스를 대신할 새로운 매트릭스를 '네오경제'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의 이름을 땄지요. 그리고 네오경제에는 화폐와 교환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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