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항상 뭔가 글을 끄적여 보려고 할 때 여하얀 여백이면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망설이게 되는군요. 그냥 평소대로 적어야겠습니다. 가끔은 멋들어지게 허세글을 적으려해도 성격상 안됩니다.
우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 게임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고 있는 놈입니다. 그러니까 글쟁이라기보단 그림쟁이에 더 가깝겠죠.
저에게는 한 명의 독자가 있습니다.
누구냐구요? 친척동생입니다. 근데 이 녀석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녀석이 아닙니다. 대신 겜생(게임인생)은 엄청난 경력을 자랑하는 녀석입니다.
사실 초등학교부터 같이 나온 녀석인데, 친해지게 된 계기는 남자끼리는 잘 맞는 코드가 하나 있죠. 게임요. 게임으로 상당히 친해진 케이스입니다.
요새는 녀석이 심심할 때 마다 제 집으로 찾아와 피시방을 데려가기도 합니다. 먹을 것을 잘 사주기도 하는 녀석입죠. 어쩌면 전 녀석에게 빌붙어 먹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거든요...
그러고는 1박 2일을 해올 때도 있고 끝은 항상 피시방에서 마무리합니다. 되돌아가는 길에 이러더군요.
"형. 다음에도 놀러올게. 그때도 재미있게 피시방가서 놀자."
근데 이 패턴이 3년 동안 반복되니 좀, 이젠 제가 피시방을 거부하긴 합니다. 너무 지겨워요 ㅠㅠ.
그런데 이제는 피시방 대신 제가 유도하는 것이 있다면 소설을 읽게 만드는 것입니다. 판타지소설을 코앞에 들이내밀면서 '이거 읽어봐 재미있을 거야.'합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녀석이 조금씩은 자기 여동생이 뉴문이라던가 그런 책을 사올때 재미있게 읽고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 명작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요즘 뻔하게 나오는 양산형말고 드래곤라자나 피마새. 눈마새. 월야환담시리즈. 라크리모사. 하얀늑대들 이런 거 읽어봐. 재미있음."
"그래? 형의 추천이니 한번 시간나면 살펴볼게."
그러던 상황이 어느새 제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녀석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항상 뭐 붙어먹기만 했는데. 형 체면이 말이아니죠.
문피아에 과거에 소설을 썼던 것이 있지만 그런 것은 이제보면 좀 창피한 감이 많습니다. 제가 봐도 '에휴 이걸 소설이라고 썼냐. 나도 참 대책없다.'할 만 했기 때문이죠.
많은 독자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 한 명의 독자.
우선 처음에는 맛만 보여주려고 했더니 녀석의 반응이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그림그리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그러고는 묶혀두고 완결이 나면 보겠다고 성화입니다.
이왕 쓰는 거 저도 제대로 써보자고, 옛날에 쓰던 것도 끈기없고 반응도 냉담에서 멈추었는데 그런 걸 마무리하고 한 번 제대로 써서 끝. 제가 바라는 에필로그까지 달려보자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걸 제대로 마무리 못하면 무슨 일을 해도 손에 안 잡힐 거 같고 항상 실패할거 같더라구요.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최고의 독자도 있고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달리는 길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 한 명을 위해서 제 온 힘을 다 투자해보고 싶었습니다.
퇴고도 진도 나갈 때마다 여러 번 반복하고 나중에 보면 아니다 싶은 장면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다시 쓰고 맘에 안드는 한 줄의 문장은 고뇌하다가 다시 적고 머리 아프더군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 캐릭터가 좀 평면적이다 싶으면 좀 감정을 집어 넣어보고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하기도 하고 반은 경영물이기 때문에 제 사비를 들여 주식. 경제 등에 관한책도 읽고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루에 쓰는 장수나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고 예술가의 심정으로 써내려가 보겠다는 심정입니다.
근데 문제가 많더군요.
한 문단에 같은 단어가 3~4번 들어가면 안돼고. 예를 들어서 '와인'은 비싼 이미지, '막걸리'는 서민같은 이미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잘 조절해야 하더군요.
그러면서는 무슨 순문학 쓰는 것도 아닌데 이래야하나. 생각하지만 명작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 몇십 년을 가공하는데 이건 별거 아니지라는 생각 등 별 생각이 다듭니다.
오타에서 집중을 해야하고. 감탄사나 느낌표. 따음표 등 남발하면 안되는 것도 너무 많고 여운을 강조하고 싶은 곳을 잘 이용해야하고 맞춤법도 생각하고. 시작할 때 엔터도 두 번 쳐야 하고.
시놉시스도 만들어야하고 그냥 머리가 아픕니다. 머리털이 다 빠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그래봐야 전 20대 초반).
이미 큰 줄거리. 작은 세세한 줄거리는 다 설정해서 부담 없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말이죠.
좋은 글은 어렵게 치장해도 안되고 어려운 단어는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할 수 있어야하고 소설에 절로 감정이입이 되어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듭니다.
한글2005기준으로 여백 없이 빡빡 매우는 형식으로 쓰고있습니다만, 보통 1권 분량 기준이 a4용지 기준으로 몇장인지 아시는 분도 있나요 'ㅅ'...
어쨌든 예술가의 길은 어렵습니다. 그림이나 소설이나...
기왕이면 녀석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면 더 힘내서 글 쓸 수 있는데 말이죠. 'ㅅ'...
헉헉... 남자는 어쩔 수없는 늑대입니다.
p.s: 그런 의미로 강호정담에는 여성분이 참 많은데 말이죠 +_+
p.s2: 전 빼빼로 남자한테 받았습니다. 아빠한테요... 1개가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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