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아이작이 눈 깜짝할 새 존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검으로 존의 배를 빠르고 정확하게 찔렀다.
“아! 아, 아이작! 제발······.”
존은 아이작의 팔을 잡고 신음을 뱉어냈다. 그때까지도 그저 부정하고 싶은 악몽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배에 칼날이 들어와서일까? 존이 느끼기에, 검이 박힌 배는 고통보다 더 극심한 한기를 느꼈다. 마치 검으로부터 차가운 기운이 존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고통과는 달랐다.
“아!”
느닷없이 아이작이 소리를 지르며 검을 잡고 있던 손을 움켜쥐고 뒷걸음쳤다. 그의 손은 마치 데인 것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존은 배에 빨간 검을 꽂은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자신의 배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피를 보며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마구 솟구쳤다. 두려움? 괴로움? 아니.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확히 이 시점부터 존의 시야가 흐려졌다. 머리는 죄여오듯 아팠다. 숨도 가파졌다. 온몸이 제 것이 아닌 마냥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목을 지탱하고 있는 것조차 힘이 들어 고개가 흔들렸다. 시야가 요동쳤다. 동시에, 그의 세상이, 참혹하게 붕괴됐다. 오직 그의 세상만이.
자신의 배가 더 잔혹하게 찢겨졌다. 피는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이건 꿈일 거야. 주변의 어둠이 수많은 얼굴로 바뀌었다. 그들이 존을 향해 계속해서 속삭였다. 누구야? 처음 듣는 언어였지만, 왠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 자식을 죽여!’
‘널 죽이려고 한다. 저 놈의 심장을 찔러!’
‘그 걸로는 부족해. 사지를 찢어 불에 태워버려!’
“으아악—!!”
존에게는 그들의 속삭임으로 인해 아이작이 마치 자신을 죽이려는 악마처럼 보였다. 무섭게 웃으며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다. 겁이 났다.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될까? 잠깐,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환영과 환청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존의 머릿속으로 단 하나의 상상이 끊임없이 되뇌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 하나와 자신. 시체는 너무나도 잔혹하게 죽어버린 아이작. 존은 너무나 흡족하게, 죽은 그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율이 흘렀다. 어떤 의미에건······.
존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그 장면이 되뇌어질 때마다 고요한 밤바다처럼 잠잠해졌다. 그리고 금세 지옥 불처럼 잔인하게 웃기 시작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배에 꽂힌 검을 강제로 뽑아들었다. 이미 존에게 고통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지? 존은 팔을 휘둘렀다.
칼날이 아이작의 목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닿기 직전, 그의 검이 사라졌다. 존은 허공을 휘젓는 자신의 팔을 실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젠장. 그리고 그대로 돌아 발로 아이작을 걷어찼다. 순식간이었다. 존은 날아가는 아이작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이작은 자신의 검을 다시 불러와 바닥에 꽂았다. 수 미터를 밀려났지만 중심을 잡아서며 가까스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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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부분이 특히 궁금합니다. 그리고 잘 읽히는지도 궁금하네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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