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소설)의 생명력은 통찰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설들을 통해 꽤 많은 재미와 간접 경험, 사소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온라인 게임들이 더 쉽고 빠르게 재미를 주고 인터넷 검색과 블로그 글들이 더 많은 정보들-전문 서적보다는 못하지만, 소설보다는 더 쉽고 자세한-을 주게 되어버렸습니다. 더구나 책과 달리 댓글로 바로바로 질문도 되지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존급이었던 먼나라 이웃나라는-이원복 교수의 정치성향 관련도 있었지만-이제는 그 오류가 씹히기에 바쁘고, 안정효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네이버 영화검색보다 더 빈약한 지식만을 가졌음에도 비운의 천재 기믹만 가득한 불편한 글이 되어 버렸죠.
결국, 고도로 정보화된 사회에서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라 할 만한 것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그리고 그 주제를 궤뚫어보는 통찰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편하게 쓴 글들이나, 세간 사람들의 분위기나 유행에 맞춰 아부하듯이 쓴 글들은 순간의 재미는 줄 수 있겠지만, 진정한 통찰은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물론 통찰을 가장해서 독자가 자기만족을 느낄 수는 있게 해 줄 겁니다.)그리고 그 시류가 바뀌면 빠르게 잊혀지거나 욕을 먹게 될 테니 말이지요.
Ps. 그래서 개인적으론 선우 휘 작가와 이문열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양판소나 K모 작가를 싫어하는 이유도 통찰의 부재입니다.)
Ps2. 예전에 본 어떤 대체역사물이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실업계 학생이 쓴 소설 같은데-출간도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수학여행 때 외계인 만나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해서 외계인 힘을 얻고 '머리도 염색한' 학생들이 역사를 바꾸고 역사가 바뀐 현대 시대에서 실업계라고 무시하는 인문계 학생들을 조지고 부시고 덤으로 일본도 박살내는 소설이었지요. 간접 경험도 지식도 글 자체의 재미도 통찰도 없고, 적어도 저는 이거 쓴 놈보다는 났다... 란 자기만족만 주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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