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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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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의 먹방..? - 운수좋은날

작성자
Lv.14 몽l중l몽
작성
13.03.04 05:27
조회
2,032

--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키고 말았다. 세째 그릇을 받아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이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히 비었던 속이라 찌르르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 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

 

대략 이부분.. 운수좋은날은 제가 초등학교 때 처음 교과서에선가 보고 그뒤로 책으로 구해놨는데 이 부분 정말 볼때마다 너무 묘사가 잘된것같습니다.

 

읽는 사람이 배고파지는 묘사라니.. 게다가 묘사할때 의성어 의태어 써가면서 묘사하는게 정말.. 새벽녘에 급 배고팢.ㅁ...


Comment ' 6

  • 작성자
    Lv.21 콘푸레이크
    작성일
    13.03.04 05:51
    No. 1

    빙허 현진건... 당대 최고의 묘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교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비운의 작가죠. 당시 시대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개인으로 보면 너무 안타까운 경우라서 김첨지의 희화화가 재밌으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현진건 소설중에 무영탑은 수십년은 앞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콘푸레이크
    작성일
    13.03.04 05:52
    No. 2

    근데 진짜 이게 백년전에 쓰여진 글이라니, 대단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Susie
    작성일
    13.03.04 14:09
    No. 3

    추어탕 먹고싶어졌다....
    묘사가 정말 대단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3.03.04 14:18
    No. 4

    추어탕 못 먹는 저는 별로 감흥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추어탕이 너무 매워서 그 다음부터는 안 찾게 되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그리피티
    작성일
    13.03.04 18:20
    No. 5

    중딩땐지 고딩땐지 모르겠는데 과목도 잘 기억이 안나요. 영어? 국어? 문학지문? 무튼 서양식 집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쓴 장면이었는데, 갓 구운 빵의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주석잔에 뭘 어쩌고, 냄비에서는 베이컨이 바삭바삭 익어가고 있었다. 뭐 이런장면이었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LongRoad
    작성일
    13.03.04 21:59
    No. 6

    그리피티님 연식이 조금 되시네여 저도 그 소설 본기억이 납니다. 근데 소설쓸무렵이 일제시절이라서 허울좋은 낭만주의 어쩌구 하면서 비평했었죠.소설자체는 상당히 서정적이로 문학성짙은 작품이었다고 기억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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