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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
13.04.01 22:06
조회
1,252

-봄-


아가, 세상의 모든 내 아가들아. 해도 땅도 눈에 파묻혀

낮조차도 새하얀 밤에 지나지 않은 지난 겨우내

얼마나 오들오들 떨었니.

 

아가, 날 기다리는 모든 내 아가들아. 

꽃사슴도 목련도 산딸기도 온데간데없는

이 하얀 백지장 세계서 홀로 웅크려

얼마나 서럽게 목놓아 외로워했니.

 

이제 내가 왔단다. 이 어미가 왔단다.

새벽에 흰 세상을 씻어내릴 봄비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너한테 다가간단다.

 

추위에 떨며 눈물짓던 너는

미운 마음에 흰 눈으로 얼굴을 파묻지만

이 어미는 네 설움마저 품어주러 따스히 다가간단다.

 

이제 내 품에 안기렴.

말마디가 응어리져 쌓여만 갔던 겨울이 간 지금,

죽 못해왔던 미안하다는 말과

애타게 삼켰던 사랑한다는 말이 한데 쏟아지는 오늘,

 

너와 나의 맺혀 얼어있던 인연, 오늘에서야 비로소 풀리는구나-

------------------------------------------------------------------------


2007년 군대에서 썼던 시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시를 안 써서 너무 녹이 슬었는데, 다시 한 번 써보고 싶어지네요. :)


Comment ' 12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3.04.01 22:11
    No. 1

    헐.. 얼마나 눈이 싫었으면..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디르카
    작성일
    13.04.01 22:11
    No. 2

    제가 군대에서 쓴 시 '전역예찬'에 비하면 너무나도 훌륭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4.01 23:47
    No. 3

    과찬이십니다. 댓글 보니 왜 제가 전역을 예찬하는 글을 안 썼는지 후회가 드네요. 왜 안 썼을까....?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일
    13.04.01 23:25
    No. 4

    좋은데요? 제 개인 취향은 시에서 마침표가 없는 것을 선호합니다만... 연마다 마지막만 마침표를 자제해주시면 어떨까합니다. 맨마지막 하이픈은 독특한데 제가 보수적인 건지 이것도 없는게 더 여운이 사는 느낌이네요. 하이픈은 억지로 호흡을 늘리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하얀 백지장"이란 시어, 애매해요. 하얀 과 '백'이 중복된 의미인건 차치하고서라도 백지장이 겨울의 하얀 세상을 표현하는데는 적절하지만 얼어버린 설움 등을 포괄하기에는 순수의 이미지가 강해요. 모든 걸 덮어버린 눈의 이미지를 생각해봤을 때 "하얀 도화지에 덧칠한 하얀 물감 그림"이란 표현은 어떨까요? 중복된 하얀이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덧칠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죠. '그림'이란 시어에서 진짜 현실 속 세상은 아닌 것 같구요. 또 "괜히 미룬 마음"이 좋은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4.01 23:43
    No. 5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사실 저 백지장이란 말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어서 쓴 말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조금 아쉬움이 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3.04.01 23:50
    No. 6

    저는 하얀색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봤습니다. 목련을 제외한 모든 흰색 계통이 부정적 의미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4.01 23:58
    No. 7

    음.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맨닢님 말씀대로 흰색을 부정적 의미로 쓴 게 맞아요. 일반적으로 흰색은 순수하고 긍정적인 색으로 불리는데, 그때는 눈 덮인 세상을 보고 콱 막히는 심정이 들었던 때였거든요.

    그러니까 뭐랄까.... 흰색은 흰색인데, 회색빛 하늘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벌판에 눈만 보이고 안식처는 안 띄고 눈발이 거세지는 그런 풍경에서 보이는 흰색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 느꼈던 색감이 보초 설 때 구상한 시상에 반영됐나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일
    13.04.02 00:12
    No. 8

    하얀색이 부정적인 의미인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다만 화자가 흰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보다 효과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게 시겠죠. 보면 볼 수록 가슴이 먹먹해지고 머리 속이 비워지는 하얀 색, 정신병원이라도 서있을 것 같은 눈 쌓인 하얀 언덕, 저기 어딘가에는 시베리아 벌판을 지배한다는 백호라도 숨어있을 것만 같다. 휘날리는 눈발에 살짝 눈을 찌푸렸을 때 나를 할퀴우는 매서운 칼바람에 내 심장이 얼어 부서져내린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3.04.01 23:38
    No. 9

    아가 : 군대에 있는 모든 남성들
    눈 : 부정적 이미지. 아가를 춥게 만듬. 군대를 형상화
    어미 : 이상형 혹은 연인.(뭇 남성들은 어머니를 닮은 여자를 좋아함) 봄비와 함께 오는 존재
    봄비 : 얼어 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 제대. 혹은 연애
    꽃사슴, 목련, 산딸기 : 세상의 여성들

    촉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었다.

    꽃사슴, 목련, 산딸기도 온데간데 없는 새하얀 눈에 파묻힌 군대라는 세계에 홀로 웅크려 얼마나 서럽게 목놓아 외로워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 응어리졌던 설움을 견뎌낸, 인생의 겨울이었던 군대생활을 마치며 봄비가 내리는 제대날 이상형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3.04.01 23:46
    No. 10

    아하하, 이거 재밌네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그 생각으로 쓴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군요. 신기하고 재밌네요. 이게 바로 읽는 분들의 감상을 보는 재미고, 글 쓰는 사람에게 가장 기쁜 선물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3.04.01 23:52
    No. 11

    아가가 아마 의도하신 바라면 식물들인것 같은데
    ㅋ 밑에있는 '군대'라는게 필이 퐉 꽃혀서..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세르미안
    작성일
    13.04.02 00:16
    No. 12

    좋네요~^^/ 다만 아쉬운 것은 운율에 관한 기술을 조금만 더 다듬어낸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현대시들이 대부분 정형화된 기준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쓰여지고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운율적 공통성은(각연, 행의 호흡의 길이, 쉼 순간 등) 지키려 하고 있거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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