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던 컴이 사망하시거나 하여 이전에 썼던 글들을 모조리 잃어 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심지어는 글을 올려 두었던 사이트 자체가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긴다.
블로그인, 그리고 미디어몹이란 사이트에 올려 두었던 내 글들은 이제 못 찾는다.
두 사이트가 모두 폐쇄된 것이다.
뭐, 굳이 되살려야 할 필요도 못 느끼는 글들이긴 하다만....
이런 경우도 있었다.
문득,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는데 글을 올려 둔 곳으로 찾아가고 로그인을 하고.... 그런 절차가 귀찮아 그냥 내가 자주 사용하던 닉으로 검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그 닉으로 내가 넷에 올린 글들이 있는 곳으로 곧장 찾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주루루 나온 검색 결과 중에 내가 도대체 가입한 기억이 없는 카페가 눈에 띄는 것이었다.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카페였는데, 카페 이름만 척 봐도 내 자신의 정치 성향과는 영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다? 내가 이런 카페에 가입했을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가 봤더니, 어럽쇼? 엉뚱한 이가 내가 전에 썼던 정치 글들을 십여 편씩이나 자기 이름으로 올려 둔 것이었다.
음.... 조금만 더 상세히 얘기할까?
그 카페, 상당히 보수적인 정치관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였다.
나도 소위 진보에 속하는 인간은 아니다.
진보가 추구하는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고 멀리서 응원도 보내곤 하지만 내 자신이 진보에 속한다고는 난 생각치 않는다.
소위 진보에 속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어떤 면(음, 굳이 밝히지 못할 것도 없지. 친북 성향 말이다.)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그보다도 나라는 인간이 워낙에 개인 플레이를 좋아하지 특정 집단에 속하기를 꺼리기도 해서 그렇다.
그런 내 글을 여기에다 올려?
아마도 내 글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만큼 자기네들과 통한다고 여기고 그런 짓을 한 성싶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건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내가 무슨 공인도 아니고 저 사람들과 한 패인 것처럼 바깥에 비칠 수 있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쓴 무협소설 ‘백면객’으로 검색을 해 봤더니 역시 내가 가입한 적 없는 카페가 검색 결과에 나오고 있었다.
들어가 봤더니 역시 알지 못하는 어떤 이가 내 글들을 자기 이름으로 올려 놓고 있었다.
피식 웃고 그냥 나왔다.
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이니 자작 무협 소설을 올리면 회원으로서의 존재감이 조금이라도 올라갈까 싶어 그랬나 보지.
먹고 사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못 된 내 글이 그런 엉뚱한 효용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차라리 기분 좋았다고 할까.
그런데ㅡ
이번에 생긴 일은 영 납득이 안 간다.
십 년쯤 전에 내가 썼던 ‘낯선 여인과 함께 보낸 한나절’이란 글이 문득 다시 읽어 보고 싶어져 검색을 했는데, 워낙 오래 전의 글이라서 그런지 당연히 검색 결과에 포함될 줄 알았던 네이버나 다음의 내 블로그는 검색이 안 되고 엉뚱한 사이트가 검색이 되는 것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받는 사이트 같았는데, 거기에서 문서 자료를 다운받기도 하는지 생판 알지 못하는 이가 내 그 글을 자기 이름으로 업로드해 놓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무슨 소설도 아니고 그저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얘기하였을 뿐인 글이 이런 곳에 올라와 있는 것도 납득이 안 가거니와, 다운을 받으면 포인트가 깎이는 일종의 유료 컨텐츠 사이트에 남이 쓴 글을 버젓이 자기 이름으로 올리는 행동도 이해가 안 된다.
박본조, 너 누구니?
‘낯선 여인과 함께 보낸 한나절’이 네가 쓴 글이니?
어쨌거나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내가 가진 재주라고는 오로지 글쓰는 재주 하나밖에 없잖은가.
그걸 갖고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결국 실패한 내 글 재주가 이런 괴상한 형태로나마 나름의 소득을 얻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꺼운 것이다.
뭐, 유명 작가의 글도 아니고 한낱 무명인이 자기 일상을 얘기했을 뿐인 그 글을 일부러 다운 받아 읽어 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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