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전후의 시기, 게임계는 얼마나 많은 격변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당시 기술자들이 ‘스프라이트’방식이 아닌 ‘폴리곤’ 방식으로 게임 그래픽을 만드는 것을 얼마나 간절히 꿈꿔왔는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3D의 게임성이 구현이 안되었다고요? 이미 이전에 구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페이스 해리어(1985)년 이었습니다.
울펜슈타인3D(1992)의 역사적 의의는 최초의 FPS라는 것에 가깝지요.
스페이스 해리어는 멀리(깊이)있는 캐릭터는 작게, 가까이 있는 캐릭터는 (크게)보여주는 방식으로 3D를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구현은 3D방식인 폴리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프라이트를 이용했습니다.
1983년 MSX가 출범할 시기에 등장한 스프라이트라는 그래픽 구현 방식은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이동시키는 것을 구현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단순히 그림을 움직이는 방식에서 진보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림이 움직인다는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지요.
닌텐도에서 등장한 슈퍼 패미컴은 그런 면에서 획기적이었습니다. 1990년에 만들어졌지요. 슈퍼패미컴은 당시 엄청난 기술인 축소, 확대, 회전 기능을 집어넣었습니다.
배경으로 깔린 바닥이 회전하는 정도의 기능이었지만, RPG의 지도가 회전하는 것을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한 것만으로도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5의 게이머들은 지도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고, 감동도 느꼈습니다.
그래픽의 영역이 개발자들의 영역이라고요? 웃기지 마세요. 유저들도 알건 다 알았습니다. 유저들이야말로 게임에서 뭐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게임 잡지 등이 알려주기도 했지요.
줌과 회전이 가능한 기적의 게임기라고 마케팅도 한창이었지요.
그래서 피씨엔진에서 발매된 게임 천외마경2(1992)의 오프닝에는 두개의 구슬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줌(축소,확대)과 회전 기능이 슈퍼 패미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사실은 피씨엔진엔 그런 기능없었습니다..(--;)
그저 구슬이라면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의 그림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축소, 확대되는 듯한 착시를 유도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코어 유저들은 속지않았습니다. 그저 애처롭게 느꼈을 뿐이지요.
슈퍼 패미컴이 얼마나 무서웠길래....
다만 피시엔진듀오의 엄청난 데이터량은 슈퍼패미컴이 따를 수 없었기 때문에 피씨엔진 유저들은 거기서 부심을 느꼈지요.
파판6의 경우 용량이 3메가 바이트 뿐이었습니다. 그걸로 엔딩 연출만 30분이 넘었으니..회전과 축소 확대 기능을 참 다채롭게 쓰긴 했지요.
그리고 1992년 울펜슈타인 3d가 등장합니다.
캐릭터들은 스프라이트로 만들어졌고, 배경은 폴리곤으로 만들어졌지요.
2.5D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분류 방식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토나 USA, 버츄어 파이터 등의 등장은 풀폴리곤 방식의 게임이 등장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개발자들과 코어 유저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스즈키 유라는 개발자에게 애증을 갖는 이들이 많지요. 그가 새로운 풀 폴리곤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델 1이라고 불리운 하드웨어가 유명해진 것도 이례적이지요.
사람들이 게임기 기판에까지 관심을 두는 시대가 벌어진 겁니다.
버츄어 파이터(1993)의 등장과 당시 느꼈던 감동은...참 대단한 것이었지요.
1년 후에 모델 2가 등장했고 버츄어 파이터2가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이 폴리곤에 미치도록 열광했지요.
1994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하고 릿지레이서(1994), 투신전(1994), 그란츠리스모(1997), 바이오하자드(1996) 등의 게임이 발매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물건은 바이오하자드입니다.
이미 풀 폴리곤 게임이 대세가 되어있던 시절, 플레이 스테이션의 성능만으로는 충분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게임 개발자들은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미카미 신지는 배경을 랜더링한 일러스트로 만들고, 그 안에서 폴리곤 캐릭터만이 움직이는 편법이지만 획기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카메라로 시점 전환이 안되지만, 사람들은 랜더링한 일러스트와 폴리곤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서 위화감을 못느꼈지요.
바이오 하자드의 획기적인 점은 ‘카메라 시점 회전이 안된다는 약점’을 도리어 ‘공포’로 연결지었다는 점입니다.
플스의 로딩에 걸리는 시간이라는 약점을 긴장감을 높이는 로딩화면으로 공포를 배가시키는 효과로 써먹었지요.
배경은 2D입니다만, 랜더링이라는 3D 기술로 만들어졌고, 그 위에 폴리곤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운용되었습니다. 이걸 두고 2.5D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기술적 한계를 지혜로 극복했다고 극찬했지요.
울펜슈타인 3d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는 있었지만, 폴리곤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게임이었기에 스프라이트를 이용한 적 캐릭터들을 두고 폄하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스프라이트하고 폴리곤이 갖는 의미를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 것은 아니지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할 말을 잃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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