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형과 화해를 했습니다.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
14.01.13 13:56
조회
1,204

저랑 형은 흔하게 ‘잘난 형과 그에 비해 많이 부족한 동생’이라는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는 형제였습니다.


친하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지는 않은 그런 관계였습니다.


형은 그래도 성실한 사람인지라 저에게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주는 그런 이상한 형이었죠.

이상한 형이었습니다.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연을 말하면 꽤 긴 편인데, 간단히 말해서 초등학교에서 중학생 때 까지 약간 트라우마가 생길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마음맞는 ‘이 새퀴 뒈져라!’ 이라고 놀면서 지낼 친구들을 만들게 됐고 대학교도 그렇저럭 형보다는 못하지만 못나지는 않은 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군대도 말년에 철심 박은 것 빼고는 잘 다녀왔고, 현재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톡을 개설하고 형과 연락을 하던 중....




형 : 여친 안 만듬?

저 : 귀찮은 것도 있고, ASKY?

형 : 별로 좋은게 아닌데.

저 : 아무튼, 조카는 언제 보여줄 거임?

형 : 10년은 기다려라. 아니, 결혼부터 해야지!

저 : 애 생긴 다음에 결혼해야지!

형 : X친 X퀴 ㅋㅋ

저 : 조카 생기면 게임기 선물해주는 삼촌 정도나 되고 싶네요.

형 : 난 됐고, 네가 효도해라.

저 : 에이, 그래도 좋은 직장 다닐 수 있는 형이 먼저 해야지. 나보다 학교 생활 잘 했잖아.

형 : 그래도 나도 흑역사가 있어야.

저 : 나보단 나을 거 아냐.

형 : 그래도 내가 널 못 챙겨줬지.



엥.

아무래도 형은 중, 고등학생때 동생을 많이 못 도와줘서 그게 좀 마음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구나.


무적초인 같았던 형도 키가 180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고, 여자 친구는 잘 만들지만 딱히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 취업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형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습니다.


조카 생기면 잘 해주기....

친척복이 없던 저희 끼리는 친하게 지내기.

형 왈, 부모님은 내가 잘 모실테니 넌 부담갖지 말라.

저 왈, 내 몸 챙길 수 있을 정도는 할테니 걱정 말라는 말.

여자 취향이 어쩌네, 여친 안 만드는못만드는 동생을 걱정하는 형....

형과 딱히 싸운 것도 아니지만 대화를 함으로써 서먹서먹했던 사이가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작았을 무렵은 형 뒤를 졸졸졸 따랐던 기억이 나는데, 새삼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보니 오이가 싫다고 도망가는 저를 형이 도와줘서 살았던 적이 있죠.


역시 형제는 사이가 좋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형이 있다고 할 때는 ‘잘 난 형이 있다’보다는 ‘정말 좋은 형이 있다’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나쁜 사이도 아니었지만, 왠지 형과 화해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착한 형도 잘 생각해보면 ‘잘난 형’인 것 같네요.

  


Comment ' 1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4.01.13 15:38
    No. 1

    능력있고, 대인관계 원만하고 가족에게 착하면 '잘난 형' 맞습니다. @.@
    착한기만 한 형은 잘난게 아니지만, 쉐룬님 형은 '잘나고 좋은 형'입니다 ; . ;
    만인이 부러워하는 ; .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일
    14.01.13 17:24
    No. 2

    부러워하는 건가요?

    하긴, 몹쓸 형이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4.01.13 15:56
    No. 3

    쉐룬님도 이제 사회경험이 쌓이셨다는 소리겠죠. ㅎㅎ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겠지요. 보기 좋네요. 두 분 이제 허울없이 더 사이좋게 지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일
    14.01.13 17:24
    No. 4

    넵, 그렇게 저도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스카이쉽
    작성일
    14.01.13 16:32
    No. 5

    하.. 제동생도 '철'이 들면 잘 해줄텐데.. 그런기미가 안보이니 점점 짜증만 쌓이네요.. 혹시 연년생이세요?? 저희 형제는 연년생이라 사춘기때 허벌나게 싸웠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일
    14.01.13 17:25
    No. 6

    3년 9개월 정도 차이납니다.

    동생을 철들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4.01.13 17:20
    No. 7

    형하나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일
    14.01.13 17:25
    No. 8

    형제, 자매가 없으면 좀 쓸쓸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GO집쟁이
    작성일
    14.01.13 20:30
    No. 9

    보기 좋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4.01.13 21:48
    No. 10

    남동생하나만 있고 사촌동생중에도 남동생만 줄줄이라 언니가 갖고 싶은 저는 청년부에서 유독 언니만 쫓아다니네요.~_~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1980 축구소설은 거의 주인공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네요 +2 Lv.15 Gaster 14.01.09 1,620
211979 이제까지 보신 소설중에 최장편이 무엇이었나요? +23 Lv.38 whitebea.. 14.01.09 1,741
211978 먹는게 남는거라는데..... +2 Lv.16 남궁남궁 14.01.09 1,110
211977 아래 눈운동에 관한 글을 보고... +1 Personacon 엔띠 14.01.09 1,123
211976 이런저런 19세기~20세기 풍의 프로파간다 노래들 Lv.96 강림주의 14.01.09 1,161
211975 눈의 피로회복과 건강을 위해서 눈알 굴리기를 생활화 합... +6 Lv.99 곽일산 14.01.09 1,432
211974 응사를 이제서야 보는 중인데... +2 Personacon 페르딕스 14.01.09 1,125
211973 어나더란 애니를 봤는데 의외로 재밌군요. +19 Lv.13 Vermagic 14.01.09 1,601
211972 지금설 기차 예매하려고 대기중 +2 Lv.69 그믐달아래 14.01.09 963
211971 혈액과 그림자,과연 어떤 능력이 좋을까. +11 Lv.13 Vermagic 14.01.09 1,308
211970 ‘UFC 첫 패’ 임현규…존 존스 벤치마킹하라 Personacon 윈드윙 14.01.09 1,170
211969 유전적 우월성... +2 Personacon 통통배함장 14.01.09 1,154
211968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1 Personacon 오유성 14.01.09 1,388
211967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취업도.. +2 Lv.99 89한번만더 14.01.09 1,021
211966 혹시 이 영화 제목 아시는분? +4 Personacon 비비참참 14.01.08 1,141
211965 한담은 잼 없어여. +11 Personacon 백수77 14.01.08 1,118
211964 정말 얄미운 강호정담........ +5 Lv.19 ForDest 14.01.08 1,158
211963 스마트폰.. +7 Lv.31 눈솔 14.01.08 1,180
211962 게임판타지에게 주어진 숙제란?? +30 Lv.19 ForDest 14.01.08 1,423
211961 원리를 알 수가 없으니 따라할 수가 없습니다. +7 Personacon 엔띠 14.01.08 1,239
211960 멍하네요. +1 Personacon 적안왕 14.01.08 918
211959 북큐브, 문피아 어느 쪽이 저렴한가... +11 Personacon 적안왕 14.01.08 2,104
211958 예전에 크롸롸롸나 취익취익 하는거 보고 이런 표현도 있... +13 Lv.24 마법시대 14.01.08 1,255
211957 전 지금부터 작업의 세계로........ +3 Personacon 엔띠 14.01.08 1,354
211956 후... 또 떨어졌네요. ㅠㅠ +8 Lv.97 윤필담 14.01.08 1,490
211955 국어 참 어렵네요. +2 Lv.11 후르뎅 14.01.08 1,131
211954 와우! 완전 팬이었던 작가님이 문피아에 계셨어요! +5 Lv.1 [탈퇴계정] 14.01.08 1,827
211953 전 이 북에 관해서 불만이 다소 있슴다! +9 Lv.34 고룡생 14.01.08 1,387
211952 앱진행 상황에 대해서 다시한번 묻고 싶습니다. +5 Lv.1 [탈퇴계정] 14.01.08 1,087
211951 혹시 촌부님 근황 아시는 분 계신가요? +7 Lv.21 백곰이야 14.01.08 1,95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