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완결까지 나올 책을 매 편마다 백원씩 할부로 주고 보는 겁니다.
작가들은 완제품을 내놓을 때까지, 할부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고 독자들은 완제품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리니까 기존에 나온 분량만큼 돈 내면서 보는 거에요. 완결은 작가의 취사 선택이 아니라 완수해야만 하는 미션, 해야만 하는 운명입니다. 그걸 거부할 거면 일단 돈 받고 팔아선 안 되요. 왜냐? 소설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를 돈 줘가면서까지 보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의 끝을 볼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작가들은 글 쓰는 재능을 통해 글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겁니다. 즉 독자들이 매 편당 지불하는 금액은 단순한 ‘일당’이 아니라 ‘봉급’입니다. 매 편마다 백원씩, 끝! 이럴 거면 매 편마다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은 단편 모음선이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일당’이죠. 하루 일해서 하루치 봉급을 받는 것처럼, 한 편 일해서 한 편 값만 받으려면 스토리 연결되는 일 없이 단편으로 딱 끝나야 됩니다. 완결이란 개념이 없는 단편모음집이라면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리가 없죠. 왜냐? 한 편 사서 한 편 즐긴다는 진짜 의미가 이런 거니까요.
그래서 편당 백원 내서 한 편 즐겼으면 그걸로 된거란 말이 틀려먹은 소리란 겁니다. 독자 분들이 한 편 읽고 아, 재밌었다 하고 딱 끝맺으려고 백원 들여 연재분 따라가는 줄 아십니까. 설정과 세계관에 흥미를 느끼고,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이 스토리가 어떻게 끝날 지 너무 궁금해서 결제를 하는 거죠.
여러분들, 소설이든 웹툰이든 정주행 왜 하세요?
지금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 지, 마무리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정주행 하는 거 아니에요? 독자들이 매 편당 백원씩 쓰는 건 그 소설이 끝이 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쓰는 겁니다. 막말로 ‘유료연재로 전환합니다만 완결은 보장 못합니다’라고 작가가 선언이라도 하면 독자들이 따라가겠느냔 말입니다.
즉, 완결은 독자와 작가 간의 불문율입니다.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끝맺음이 있어야 비로소 이야기로서의 존재 의의를 부여받습니다. 단편모음선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완결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스토리가 연결이 안 되는 단편들의 모음에 무슨 완결이 있습니까? 하지만 장편 소설은 다릅니다. 스토리의 흐름이 매 편마다 이어지는 물결 같은 그 편들을, 독자들이 돈 줘가면서 보는 건 그 한 편만 딸랑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는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나서 내게 카타르시스를 주느냐, 그거입니다.
한 편 즐겼으면 된 거란 논리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군요.
백원은 그 한 편을 즐기기 위한 비용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끝을 본다는 권리가 그 백원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완결까지 보고싶다는 독자들의 권리를 ‘백원 이상의 기대’라고 치부해 버리는 건 글쎄요, 제가 보기엔 좀 도둑놈 심보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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