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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6.02.22 01:32
조회
1,071

모 처의 번개로 TRPG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피아스코를 해 봤지요.

피아스코표지_디스플레이

피아스코는 마스터가 없는 TRPG 룰입니다.
플레이어들 끼리 테이블에 둘러 앉아, 각자 옆에 앉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 사이의 ‘세부사항’을 표에서 고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각자 캐릭터를 만듭니다.

그리고 돌아가며 장면을 ‘설정’하고 ‘해결’하죠.

그리고 ‘1막’이 끝나면 다시 ‘비틀기 표’에서 사건이 어떻게 비틀릴 것인지를 고르고, ‘2막’을 시작합니다.

물론 TRPG인 만큼 주사위를 씁니다. 각자 돌아가면서 장면을 만들때마다 흰색/검은색 주사위 중 하나를 주고받게 되죠. 마지막 결말에서 이 주사위를 굴려 색깔별로 ‘높은 수 - 낮은 수’를 해서 높은 수가 남을 수록 그 캐릭터는 해피엔딩을 맞습니다. 0이 되면 끔찍하 파국을 맞고요. 이것을 기반으로 ‘후기’를 연출하죠.

피아스코는 분노의 저격자, 파고, 심플 플랜 같은 영화를 본받아, 탐욕과 두려움과 욕정의 교차점에 바보 같고 엉망진창인 상황들을 만드는 RPG입니다. 코엔 형제 영화를 한 편 볼 정도의 시간에 새로 하나 만들어 버리세요! - 피아스코 소개글 중

피아스코는 플레이의 배경과 각종 요소들이 정리된 ‘플레이 세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기본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에서 피아스코를 정발한 도서출판 초여명 쪽에서 직접 만든 ‘난장무림’이라는 플레이 세트가 있습니다. 무협을 플레이 할 수 있게끔 하죠. (그 외에도 피아스코는 다양한 팬 제작 플레이 세트가 있습니다. 현업 소설가 분들이 직접 만든 것들도 있죠.)


피아스코를 실제로 플레이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럭저럭 재밌는 이야기가 만들어 진 것 같아 한번 플레이 정리를 올려봅니다.

제목은 ‘살문비화’ 쯤 될까요?
룰적인 부분은 빼고,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만 적어 보았습니다.
----------------------
[준비]
PC 1 : 조조. 동창에 소속된 내시로 황제의 총애를 받음. 사실은 무림인. 규화보전을 노리고 홍문파를 멸문시킴.
PC 2 : 서진희. 홍문파 장문인의 딸. 규화보전을 가지고 도망쳐 살문 소속 묵향에게 조조의 암살을 의뢰.
PC 3 : 묵향. 살문의 고수. 서진희에게 반해, 규화보전을 익혀 남성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도우려고 함.
PC 4 : 국광. 묵향의 제자. 변해버린 사부에게 연정을 품게 되나, 사부를 변하게 한 서진희를 증오함. 황제 암살을 실행하여 살문에서의 출세를 꿈꿈.
PC 5 : 사마의. 조정의 판관. 사실은 오래전부터 황제 암살을 위해 잠입해 있는 살문의 살수. 살문 소속 범죄자를 몰래 풀어주는 등의 일을 함.

[1막]
5년 전, 조조는 홍문파를 사병을 동원해 멸문시킨다. 남자만이 익힐 수 있는(그리고 익히면 남자가 아니게 되는) 절세 비급 '규화보전'을 빼앗기 위해.
하지만 서진희는 규화보전을 가지고 홀로 살아 도망친다. 멸문당한 문파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살아가던 서진희는, 어느 문파에 손님으로 있던 중 묵향을 알게 된다.
묵향은 서진희에게 도움을 받아 임무를 완수하고 그 와중에 서진희에게 반한다. 서진희를 위해 규화보전을 익혀 조조를 죽이는 의뢰를 수락. 폐관수련에 들어간다.

폐관수련을 하는 묵향을 수행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방문하는 국광. 하지만 그때마다 점점 변해가는 묵향을 본 국광은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규화보전과 서진희의 일을 알게 된 국광은 서진희를 증오하게 된다.

한편 오래전부터 황제 암살을 위해 조정에 잠입해 있던 사마의. 그런 사마의에게 살문의 살수 하나가 잡혀 들어온다. 그것은 국광.
국광에게 살문의 고수인 묵향이 변해버렸다는 말을 들은 사마의. 그리고 국광은 그렇게 오래 잠입해 있었으면서 황제를 암살하지 못한 사마의 무능함을 깐다.
사마의는 화가 나서 국광을 그대로 가둬두고 나온다.

조조는 규화보전이 다시 세간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리고 홍문파의 마지막 제자까지.
조조는 감옥에 갖혀있는 살문의 살수- 즉, 국광을 찾아가 풀어주는 대신 홍문파 제자를 죽이고 규화보전을 찾아오라는 의뢰를 은밀히 한다.

한편 서진희는 규화보전을 익혀 여자가 되어가는 묵향에게, 만약 임무를 완수하면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을 약속한다.

조조는 권력을 통해 국광을 풀어준다. 자신이 맡은 죄수를 풀어준 데 대하여 사마의는 항의하기 위해 조조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권력자인 조조에게 면박을 당하고 쫒겨날 뿐이다.

[비틀기]
1. 갑작스러운 죽음
2. 갑작스러운 반전

[2막]
조조가 황제를 알현한 후, 갑자기 황제가 사망한다. 천자 시해 용의로 조조는 바로 체포되고, 사마의가 조조를 심문하게 된다.
결백을 주장하는 조조지만, 사마의는 조조에게 고문을 명하고 조조는 할 수 없이 본색을 들어내 무공으로 고문관을 살해 한 후 도망친다.

한편, 묵향은 사실 규화보전을 익히지 않았었다! 여자가 되어 간 것은 묵향을 대신하여 규화보전을 익힌 묵향의 쌍둥이 동생- 묵향이란 살수는 사실 그림자처럼 함께 행동하는 쌍둥이 형제 였던 것.

서진희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국광은 호수에서 몸을 씻는 묵향의 모습을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여자로 변해가던 사부님에게 반해있던 서진희는 남자인 사부님에게도 여전히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사마의는 황제 시해범인 조조를 잡으면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천라지망을 펼쳐 조조를 찾게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권좌를 얻기 위해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고...

한편 도망친 조조는 국광을 찾아간다.

조정에서 도망치는 신세가 된 조조는 국광에게 약속한 보상을 줄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 찾아 온 규화보전을 필사하여 선물 할 것을 약속한다. 여전히 남자인 사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여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고 생각한 국광은 규화보전을 얻기 위해 그 의뢰를 받아들이고, 살문의 안전가옥을 조조에게 소개시켜 준다. 그리고 다시금 서진희를 죽이기 위해 길을 떠나는 국광.

한편 살문의 안전가옥에 찾아간 조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죽은 줄 알았던 황제였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은, 황제가 바로 살문의 장문인이었다는 것.

사실 이 모든 것이 조정에 도사린 반란 세력과 살문에 있는 변절자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
황제의 허가 없이 사병을 움직여 홍문파를 멸문시킨 조조 또한, 역적이나 마찬가지. 황제는 조조를 그 자리에서 살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상씬- 황제를 암살하려 온 국광은, 모든 사실을 듣고 황제이자 살문의 장문인이게 충성을 맹세한다.
국광이 조조에게 안전가옥을 가르쳐 준 것도, 묵향이 있는 곳으로 간 것도 전부 황제의 지시였다.

그리하여 국광의 암약에 의해 묵향은 황제와 대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황제는 변해버린 묵향을 지엄하게 꾸짖지만, 묵향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라며 검을 뽑아 자신의 주인을 겨눈다.

한편, 조정에서는 마침내 황제의 빈 옥좌를 차지하기 위한 사마의의 역모가 일어나고...

[후기]
사마의의 역모는 돌아온 황제에 의해 바로 진압되었다. 사마의는 감옥에 갖혀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
조조는 사마의에게 누명을 쓴 것으로 취급되어 복권되었다. 그는 황제의 충신으로서 장례식이 거행된다.
서진희는 모든 것이 허망해졌다. 원수인 조조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에서 죽었고, 미래를 약속했던 묵향 또한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쓸쓸하게 무림으로 사라져간다.
묵향은 황제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규화보전을 익힌 동생은 그 결전에서 죽어버렸으며, 묵향 또한 무공을 잃었다. 그는 서진희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시골 객잔의 평범한 점소이가 되었다.
국광은 규화보전을 얻은 것은 물론, 황제의 후계자가 되어 장차 살문의 장문인이 될 것이다. 아직 묵향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시간과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묵향이 일하는 객잔에 누군가 찾아온다.
그것은 죽은 줄 알았던 조조.
조조는 묵향에게 "해 줄 일이 있네." 라고 말을 꺼낸다.

- 完 -

-------------

피아스코 자체가 ‘별것 아닌 사람들끼리 거창한 꿈을 꾸다가 어쩔 수 없는 파멸을 맞는’ 코엔 형제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룰이고, 이 난장무림의 경우 90년대 홍콩 무협영화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한 플레이 세트.

그럭저럭 비슷한 분위기가 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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