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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
15.05.03 15:45
조회
1,858

먼저 저도 12라운드 끝나고 숟가락 집어던졌다는 걸 밝힙니다.



재미? 진짜 없었습니다.

어렸을적에는 프로 복서 데뷔를 준비했었고,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로는 복싱인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 경기가 정말 재밌기를 바랐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전국의 수많은 파이터(?)들이 복싱을 시작하고, 그게 붐이 되어서 다시 우리나라에 복싱이 인기가 많이 생겨서, 지금은 폐지를 줍고 계시는 우리 관장님, 한때는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고 세계챔피언결승전까지 치르셨던 우리 관장님께서 밥 굶지 않고 사실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었습니다.

그래서 12라운드를 마치고도 펄펄 날뛰는 메이웨더를 보면서 숟가락을 집어던지지 않을 수 없었죠.


하지만 여기 게시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타가 빵빵 터지고 피가 튀는 난타전, 정말 재미있죠. 선수의 턱이 들리고 목이 돌아가면 관전하는 저도 목이 뻣뻣해지고 이가 시리죠.

하지만 오늘 경기도 관점을 조금만 돌려보면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먼저 두사람의 기량이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메이웨더가 그냥 도망다니기만 하면서 포인트만을 노렸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봐요.

메이웨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운터를 노렸습니다. 그의 오른손은 첫라운드부터 항상 턱 밑에서 바짝 힘이 들어간채였어요. 파퀴아오가 섣불리 달려들었다면 아마도 리치가 10센티나 더 긴 메이웨더의 오른쪽 카운터에 넉다운당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메이웨더는 그 카운터를 날릴수가 없었어요.

왜? 파퀴아오는 이미 그게 날아올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는 메이웨더의 카운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어요. 또한 마르케스에게 비슷한 카운터를 맞고 실신 케이오를 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상대에게 비스듬히 서는 숄더롤 자세에서는 이미 긴 상대의 리치가 더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파퀴아오는 심하게 카운터를 견제했죠.

그러다보니 파퀴아오는 평소처럼 리드펀치를 날리며 거리를 좁히는 방식을 구사하지 못했어요.

그가 중간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메이웨더의 페이스로 흘러갔죠.

장거리는 메이웨더가 가장 선호하는 거리였고, 근거리는 클린치로 철저하게 방어했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어요.

어쩌다 한번씩 날아가는 파퀴아오의 레프트도 메이웨더의 패링에 여지없이 막히더군요. 둘의 펀치 스피드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오늘의 문제점은

1. 경기가 끝날때까지 하이라이트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어요. 라운드간의 휴식시간이 모두 광고로 가득차면서, 시청자들은 두 스피드 스타의 엄청난 기교를, 그 순간적인 격돌을 조금도 확인하지 못했죠. 경기전에 sbs의 해설진들도 말했다시피 두 사람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슬로우비디오가 필수예요. 하지만 페이퍼뷰가 아닌 국내 사정에서는 광고수익이라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광고가 슬로우비디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면서, 진짜 복싱의 재미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2. 두사람의 오늘 경기는 사실 어느정도 예상했던 대로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파퀴아오가 뭔가 보여줄거라고 믿었죠. 메이웨더의 철벽을 파퀴아오가 어떻게 뚫을 것이냐, 이게 바로 오늘의 관전 포인트였죠. 6라운드에서 뭔가 기어를 올리는 것 같은 모습을 파퀴아오가 보여주면서, 그가 시합의 분수령을 후반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9라운드, 10라운드가 지나도 터져줘야 할 것이 터지지 않았죠. 파퀴아오는 여전히 메이웨더의 카운터를 견제하고 있었고, 그의 리드펀치는 점점 더 빈도수가 줄어들었어요. 오늘 파퀴아오는 모든 인파이터가 짊어져야 하는 굴레, 위험으로 한걸음 더 뛰어들어야만 하는 손해보는 포지션을 택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준비해온 것들을 전부 펼쳐보지도 못한채 경기를 끝내야 했죠.


3. 판정도 뭔가 애매했어요. 116대 112는... 그래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죠. 공격적인 자세보다 포인트 획득에 더 중점을 둔다면 가능할수도 있는 점수차예요. 하지만 118대 110? 이건 정말 아니죠. 나올수가 없는 점수예요. 아마추어 복싱에서도 저렇게 점수를 매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파퀴아오가 유효타를 전혀 못 넣은것도 아니고, 메이웨더가 일방적으로 경기를 끌어나간것도 아닌데 저정도 점수차라니. 저건 정말 편파적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요. 제가 점수를 매긴다면... 112대 110으로 메이웨더 승 입니다.


결론.

경기는 재미없었습니다. 그건 모로봐도 명백한 사실이죠. ^^;

하지만 저같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오늘 경기도 충분히 재미 있었어요. 제가 3억씩 주고 경기장에가서 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요일 점심의 황금시간대에 집사람과 아이들의 방해공작을 물리치고 두시간이 넘게 티비앞을 사수할만한 가치는 있었습니다. ㅎㅎ


Comment ' 31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5.05.03 15:49
    No. 1

    암표로 돈 많이 쓴 사람은 홧병 좀 걸릴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5:50
    No. 2

    팬들이 실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복싱 인생을 무결점으로 끝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메이웨더 입장에서 그럴 수는 있고 그저 저는 팬으로써 실망했을 뿐입니다.

    다만 아래글과 같은 내용임에도 다른 것은, 저 글은 첫줄에서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이겠죠.
    "권투 문외한들은 찌그러져"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5:54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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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5.03 15:51
    No. 4

    문외한 흐규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강춘봉
    작성일
    15.05.03 15:52
    No. 5

    이젠 어떤 스포츠를 볼때는 알고 봐야 함. 모르면 문외한이라고 욕먹는 세상입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5:53
    No. 6

    저분 기준대로라면 세계급 챔피언들도 문외한 수준이니 아마 세계 정상급이나 전설급이 되어야 할 겁니다.
    인생을 걸어도 2 분야 이상의 스포츠 보기는 힘들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5:54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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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5:55
    No. 8

    제가 어디서 털렸나요?
    또 누군가가 절 상대로 정신승리했나보네요.
    맨날 알지도 못하는 데서 지고 다니네 나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5:57
    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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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5:57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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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2 Roun
    작성일
    15.05.03 16:06
    No. 11

    개인간의 감정으로 인한 불화는 적어도 그 개인들 중의 게시글에서 풉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괴인h
    작성일
    15.05.03 15:59
    No. 12

    기술적인 공방 수준에서는 솔직히 경악을 했습니다.
    너무 엄청난 테크닉들을 고속으로 주고 받아서...

    하지만 그거야 기술 볼 줄 아는 사람들 입장이고... 권투의 묘미라는 측면에선 개판이었던 건 부정 못하죠.

    권투의 묘미는 보는 이의 야성이 끓어오르는 투쟁에 있는데 이번 경기는 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05.03 16:04
    No. 13

    맞습니다. ^^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바죠. 인파이터는 언제나 아웃복서에 비해 한걸음 정도 불리한 위치에 서있죠. 따라서 그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피지컬이 요구되는데, 문제는 메이웨더가 파퀴아오보다 피지컬에서 더 앞선다는 거예요. ㅡㅡ;
    키도 리치도 10센키가량 작은 파퀴아오가, 스피드는 호각이고 스타일은 극과 극이라면, 오늘같은 결과는 사실 거의 확실하게 예견할 수 있었던 거죠.
    파퀴아오가 키가 조금만 더 컸어도, 리치가 조금만 더 길었어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경기 종료 후 링 아나운서 한명이 파퀴아오를 인터뷰하면서 같은 걸 물어보더군요. 사이즈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하고 묻자 파퀴아오는 아니다, 난 항상 나보다 큰 상대와 싸워 이겨왔다, 그러니 사이즈는 아무 상관 없다, 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결과에 사이즈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봐요. 지금까지는 부족한 사이즈의 문제를 스피드로 메워왔다면, 사이즈뿐만 아니라 스피드까지 갖춘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에게 있어서 천적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괴인h
    작성일
    15.05.03 16:16
    No. 14

    밑에 어느 글에 댓글로 달았지만 저는 1라운드에서 메이웨더가 더 강해보인다고 댓글을 적었었습니다.

    스타일의 상성 차이 문제도 있지만, 가장 제가 크게 느낀 점은 리치 차이였어요.

    가뜩이나 아웃복서 잡으러 파고 들어야 하는데 오른손 대포 카운터로 견제하면서 무서운 스피드로 중심 뒤로 빼고 회피하는 메이웨더를 들어가서 잡는다?

    리치라도 비슷하면 혹시 모른다 싶은데 리치도 부족하니 도저히 잡을 거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파퀴야오는 파고 들고, 메이웨더는 물러서면서 요격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거라 생각했고 실제 그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양상으로 흘러 갔으면 판정에서 메이웨더가 이길 가능성이 크죠.
    파고 들어 쓰러뜨릴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 스타일 상 파퀴야오고... 그 과정에서 자잘한 펀치를 허용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판정 밀리는 건 불보듯 하거든요.

    리치만 비슷했어도 게임이 좀 더 다른 양상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메이웨더의 안면이 너무나 머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6:00
    No. 15

    답댓글이 다 안 되네...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꼬집어주세요.
    덧글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확인이 안 되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6:02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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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6:04
    No. 17

    아니 아쉬운 사람이 찾아와야지 제가 뭐가 아쉽다고 찾을까요.
    아까 말한 뭐 본인이 싫어하시는 분 뭐시기도 그냥 저 같던데 저 싫어할라면 그냥 싫어하시고 닉 거론 마음대로 하세요. 신경 안 씁니다. 그리고 제가 가디록님 마음에 들려고 알랑방구 낄 생각도 없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05.03 16:08
    No.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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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3 HolyGrou..
    작성일
    15.05.03 16:01
    No. 19

    전 예전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당한다니 뭐니 할때 생각이 났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강춘봉
    작성일
    15.05.03 16:02
    No. 20

    종주국 입장에서 안되는데 하면서도 보고있으면 졸음이 왔었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3 HolyGrou..
    작성일
    15.05.03 16:15
    No. 21

    태권도도 지루해져서 관중도 없고 시청자도 없어서, 개선하기 위해 안면타격점수나 기술의 점수 높이고 방어적인 행동에 대해 페널티 높여서 흥미진진하게 만들려 노력했는데.
    세기의 대결이라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아하니. 왜 복싱이 사람등한테 흥미를 못끄는지 알겠더군요. 좀만 붙으면 클린치, 헤드락. 예전 태권도처럼 점수벌이 선수한테 너무 유리하게 되있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斷劍殘人
    작성일
    15.05.03 16:02
    No. 22

    올림필 메달을 걸고 하는 아마추어들의 경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천문학적인 파이트(?)머니를 걸고 하는 프로페셔널의 경기로는 정말 실망스러웠죠.
    갓 챔피언이 된 혹은 되려는 사람들이 경력을 위해 어떻게든 이겨 챔피언의 영예를 얻을려고 한다면 그또한 이해가 됩니다만 소위 이룰만큼 이룬사람들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그렇게 까지 승패에 연연해서 오로지 이기기위한 시합만을 해야했는지 -당사자들의 심정은 모르겠지만-승패에 따라 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실망스런 경기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5.05.03 16:39
    No. 23

    적은 글마다 신고가 되니 답댓글도 안 되고 의사소통하기 정말 힘드네요... 신고 되어도 답댓글 가능하게 해달라고 건의를 해야 하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게으른늑대
    작성일
    15.05.03 16:48
    No. 24

    못해서 뭐라고 하는게 아니죠.
    프로라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도 중요한건데, 메이웨더의 승리방식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고 비겁해보인다는게 문제임. (축구도 텐백쓰면 이겨도 욕먹고 안티풋볼소리까지 나왔었죠)
    효율만 추구하다가 재미를 놓치면 결국 관중감소->수익감소로 이어지고 판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지금의 복싱룰이 문제에요. 붙기만하면 클린치하면서 헤드락까지 거는데 아무런 패널티가 없고 슬쩍 도망다니면서 펀치포인트만 적립해도 이기는데, 손해감수하면서 어그레시브하게 경기운영할 필요가 없다는게 잘못된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소요권법
    작성일
    15.05.03 17:08
    No. 25

    정말 광고 내보낼 시간에 하이라이트를 내보내야지 뭐하는건지 ㅡㅡ;

    방송이 오히려 예전 경기들만 못하네요. 중계권 따온건 고생한 거 맞는데 그렇다고 사이사이에 광고만 잔뜩 끼어넣나;; 하다못해 삼 라운드에 한번씩 하이라이트 좀 보여주지 너무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록베더k
    작성일
    15.05.03 17:17
    No. 26

    타이슨 델라호야 복알못 ㅉ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아칵
    작성일
    15.05.03 17:31
    No. 27

    2차전, 2차전? 2차전!

    메이웨더의 수비력만 잔뜩보고 파퀴아오의 공격을 못 봤습니다. 2차전이 된다면 파퀴아오의 공격을 기대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백곰엉아
    작성일
    15.05.03 17:35
    No. 28

    근데.... 복싱을 좀 하신분의 말이신데..
    그러면 전문가들도 다 비슷한 의견을 내야 하는데 타이슨이나 호야나 국내 권투선수들이 하는 소리는 최악의 평이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05.03 18:23
    No. 29

    ^^ 맞는 말씀이세요.
    저는 그분들의 말씀이 틀리다는 게 아니라, 재미 요소를 굳이 찾고자 한다면 이런것도 있다, 정도랄까요? ㅎㅎ
    결과적으로 오늘 경기는 졸전이 맞다고 봐요. 하지만 그 책임이 메이웨더에게만 있다고, 그가 도망다니기만 해서 그렇게 됐다고 보는 관점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오늘 메이웨더는 정석적인 아웃복싱을 보여줬어요. 그의 오른손 카운터가 터지질 않아서 많은 분들이 그가 도망만 다녔다, 포인트만 노렸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의 카운터가 터지지 않은 이유는 파퀴아오가 그걸 사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게 가장 주효할거예요.
    시종일관 파퀴아오는 스텝을 이용해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 넣었지만, 정작 자신의 거리에 메이웨더를 잡아놓는 것은 실패했어요. 물론 이것은 그동안 메이웨더를 상대했던 모든 복서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실패이긴 하죠. 그만큼 메이웨더가 천재적이라는 반증도 되겠네요.
    하지만 파퀴아오는 다를 거라고 믿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이슨이나 델라 호야까지도 그렇게 믿었을거에요.
    하지만 파퀴아오는 그 답지않게 너무 얌전하게 경기를 풀어갔어요. 상대방을 너무 경계하며, 너무 제대로 펀치를 만들려고 했어요. 소나기처럼 퍼붓는 그의 본래 스타일보다, 오히려 자신의 적인 메이웨더를 닮아가는 것 처럼 보이더군요. 자신의 페이스를 잃은 순간부터 그의 패배는 정해져 있었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결론적으로 졸전은 맞지만, 그 원인이 100% 메이웨더 탓은 아니다, 이게 제 의견이에요. 메이웨더는 자신의 경기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런 메이웨더를 욕하시죠. 그것도 이해해요. 이런 논란은 지난 몇십년간 아웃복서가 꾸준히 들어왔던 비난이니까요.
    하지만 어찌보면, 맞지않고 이긴다, 라는 완벽하게 이상적인 승리를 만들어내는 게 바로 아웃복서고, 실제로 아웃복싱을 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더불어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해요. 그리고 고도로 완성된 기술 수준 역시 필요하죠.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관점에서 '아웃복서'는 가장 기술적으로 완성된 형태인 거에요.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해요.
    완성될수록 재미가 없다... 라는 딜레마가.
    마치 중세 기사들이 말을 달리며 하는 전쟁은 재미있지만, 요즘 전쟁은 버튼 하나로 끝나니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달까요? 효율면에서는 비할데 없지만 그만큼 극적인 모습은 줄어드는...

    아래에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다셨더라구요.
    "너무 수준이 높아서 재미가 없었다면, 수준을 낮춰야 했다."
    이 의견도 맞습니다. 수준이 너무 낮아도 안돼겠지만, 어느정도는 낮아야 재미가 있어요.
    가수 정재형씨가 이종격투기를 배우는 것은 정말 재미없었지만, 주먹이운다에서 동네 싸움꾼들끼리 치고박고 하는 것은 재미있는 것처럼요. ^^

    하지만 여전히 딜레마는 존재하죠.
    복서들은 스스로의 완성을 향해 인생의 황금기를 불태우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데도, 스스로 매일매일 말처럼 길을 달리고, 배를 곯고, 독기를 쌓아나가죠. 그렇게 해서 스스로를 완성했는데, 재미가 없다니... 스스로 최강의 무기를 만들어냈는데 그게 재미가 없다니... 이걸 어째야 할까요.

    저는 이부분에서 매스컴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봐요.
    화끈한 난타전으로 가기에는 양측 모두 너무 완성된 기량을 갖추고 있다면, 바로 그점을 부각시켜서 조명해주면 거기에서 재미를 유발해 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냥 경기만 딱 보여주고, 슬로우비디오로 심도있게 들여다 볼 기회도 박탈해버리고...
    졸전이라고 욕은 하지만 정작 왜 졸전이 되었는지 그 제대로된 이유도 아무데서도 말해주지 않고...
    저는 이런게 문제라고 봐요.
    그 기반에는 뿌리까지 말라죽어버린 우리나라 복싱계가 있겠지만요.

    복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오늘 경기는 이래저래 아쉽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박탱구
    작성일
    15.05.03 17:07
    No. 30

    여기가 키배 세기의대결 2차전 열리는곳인가요? 우와앙 대단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5.05.03 23:38
    No. 31

    반발짝 앞으로 가지 못한 파퀴아오는 결국 그만큼 우승에서 멀어졌나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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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644 메이웨더 경기는 원래가 노잼 스타일. +10 Personacon 플라나니아 15.05.03 1,445
221643 임요한이 홍진호에게 3연벙 했을때 일이였습니다. +11 Lv.9 분석가 15.05.03 1,404
221642 복알못 & 복잘알의 시선 +8 Lv.29 록베더k 15.05.03 2,663
221641 '복싱 전설'의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은 없었다 +7 Personacon 윈드윙 15.05.03 1,342
» 플로이드 메이웨더. 재미? 없어요. 실력? 확실하죠. +31 Lv.58 휘동揮動 15.05.03 1,859
221639 이번 경기의 문제점은 단 하나. +6 Lv.53 야채별 15.05.03 1,187
221638 댓글 수가 무섭게 증가하네요. +7 Personacon 적안왕 15.05.03 1,220
221637 군 관련 왜곡된 정보??? +14 Personacon 싱싱촌 15.05.03 1,278
221636 이번 복싱의 교훈 Lv.99 管産 15.05.03 1,262
221635 7년전에 절 찼던 여자친구가 결혼한답니다. +25 Lv.55 짱구반바지 15.05.03 1,772
221634 무하마드 알리 언급을 하던데 +10 Lv.61 소요권법 15.05.03 1,435
221633 메이웨더와 후스트의 차이점 +4 Lv.60 카힌 15.05.03 1,301
221632 복싱보다 마리텔이 10배는 더 재밌는 듯 ;;; +9 Lv.7 잉여킹 15.05.03 1,182
221631 예전에 크로캅과 효도르의 경기가 생각나네요. +4 Personacon 강춘봉 15.05.03 1,026
221630 머니와 팩맨의 경기 +7 Lv.96 아라짓 15.05.03 1,188
221629 졸전끝에 메이웨더 승 +10 Lv.60 카힌 15.05.03 1,126
221628 개실망대실망 +7 Personacon 엔띠 15.05.03 1,370
221627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뚜렷한 필살기, 끝판왕은? +8 Personacon 윈드윙 15.05.03 1,193
221626 입원 생활 중 가장 힘든 건.. +1 Lv.17 두별자리 15.05.03 1,001
221625 김고은의 매력에 빠지다.ㄷㄷㄷ +1 Lv.25 시우(始友) 15.05.03 947
221624 이제 시작하네요 +7 Lv.15 Clouidy 15.05.03 963
221623 이 동영상에 음악이 뭔지 궁금해서요. 혹시 아시는 분이 ... +2 Lv.29 광명로 15.05.03 900
221622 예전에 남자친구가 102보에 갔다고 고무신 글을 썼었는데.. +10 Personacon 월련[月戀] 15.05.03 1,178
221621 안녕하세요, 정담지기입니다. +5 Personacon 정담지기 15.05.03 1,362
221620 PC or 비디오게임? +7 Lv.15 淚觸木 15.05.03 1,144
221619 옛날 사람들은 여행할 때 어떻게 다녔을까요? +7 Lv.32 뒹굴보노 15.05.02 914
221618 여러분은 어떤 글들을 보시나요? +7 Lv.25 시우(始友) 15.05.02 1,028
221617 리그베다 사태...어떻게 될까요? +10 Lv.13 사하(娑霞) 15.05.02 1,479
221616 진짜 X같네요. +7 Lv.28 호뿌2호 15.05.02 1,101
221615 필리핀 국민영웅 vs. 가문의 최종병기, 승자는? +6 Personacon 윈드윙 15.05.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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