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년 전. 친형이 대학에 들어가던 풋풋한 시절, 사촌형이 입학 선물로 컴퓨터를 선물했습니다.
하이엔드 급은 아니지만 적어도 퍼포먼스 급은 되었던.. 형의 컴퓨터.
시간이 흐르고 그 컴퓨터는 나의 것이 되었고, 나는 그와 함께 오래 오래 함께 할 줄 알았습니다.
가끔 앙탈 부리면서 블루 스크린을 뜨는 건 어르고 달래면 됐고요, 갑자기 전원이 나가서 썼던 글을 잃어버릴 때는 그냥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울면 됐습니다.
전 그래도 이 컴퓨터가 좋았습니다.
메인보드에 비해 컴퓨터 케이스가 하도 커서 가림막이 없으면 먼지가 마음껏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도, 좋았습니다.
컴퓨터가 벽 바로 옆에서 있어서 1월의 추운 한파를 벽을 너머 은은히 마주할 때에도, 컴퓨터가 전해주는 따스한 발열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내줘야 합니다.
블루스크린을 근래 자주 먹을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왜 예전처럼 달래지 않고, 본체를 툭툭 치며 왜 먹통이냐고 짜증냈을까요.
그럴 때마다 다시 기사회생해서 돌아오던 나의 컴퓨터.. 전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호흡의 마지막을 내쉬며 블루 스크린을 깜빡, 깜빡 보일 때에도 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컴퓨터의 모습... 블랙 아웃...
그 앞에서 저는 당황했습니다. 죽을 것 같지 않았던, 나의 컴퓨터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회해도 늦었고 소생의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결국 십년의 세월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나의 컴퓨터는 갔습니다.
그렇게 나의 님은 갔습니다.
...사실 웃기자고 쓴 글인데 쓰다 보니 되게 울컥하네요..
그래도 내 옆에서 동거동락하면서 내가 글 쓸 수 있게 해준 진짜 고마운 친구였는데...
잘 가 내 컴퓨터...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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