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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2 예하성
작성
15.01.08 22:01
조회
1,464

바야흐로 10년 전. 친형이 대학에 들어가던 풋풋한 시절, 사촌형이 입학 선물로 컴퓨터를 선물했습니다.

하이엔드 급은 아니지만 적어도 퍼포먼스 급은 되었던.. 형의 컴퓨터.


시간이 흐르고 그 컴퓨터는 나의 것이 되었고, 나는 그와 함께 오래 오래 함께 할 줄 알았습니다.

가끔 앙탈 부리면서 블루 스크린을 뜨는 건 어르고 달래면 됐고요, 갑자기 전원이 나가서 썼던 글을 잃어버릴 때는 그냥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울면 됐습니다.


전 그래도 이 컴퓨터가 좋았습니다.

메인보드에 비해 컴퓨터 케이스가 하도 커서 가림막이 없으면 먼지가 마음껏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도, 좋았습니다.


컴퓨터가 벽 바로 옆에서 있어서 1월의 추운 한파를 벽을 너머 은은히 마주할 때에도, 컴퓨터가 전해주는 따스한 발열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내줘야 합니다.

블루스크린을 근래 자주 먹을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왜 예전처럼 달래지 않고, 본체를 툭툭 치며 왜 먹통이냐고 짜증냈을까요.

그럴 때마다 다시 기사회생해서 돌아오던 나의 컴퓨터.. 전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호흡의 마지막을 내쉬며 블루 스크린을 깜빡, 깜빡 보일 때에도 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컴퓨터의 모습... 블랙 아웃...

그 앞에서 저는 당황했습니다. 죽을 것 같지 않았던, 나의 컴퓨터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회해도 늦었고 소생의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결국 십년의 세월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나의 컴퓨터는 갔습니다.

그렇게 나의 님은 갔습니다.



...사실 웃기자고 쓴 글인데 쓰다 보니 되게 울컥하네요..

그래도 내 옆에서 동거동락하면서 내가 글 쓸 수 있게 해준 진짜 고마운 친구였는데...

잘 가 내 컴퓨터...ㅠㅠㅠㅠㅠ


Comment ' 6

  • 작성자
    Lv.77 천하제일문
    작성일
    15.01.08 22:03
    No. 1

    블루스크린같은경우 하드포멧만해줘도 괜찬아집니다 포멧을해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예하성
    작성일
    15.01.08 22:06
    No. 2

    포맷 자체가 안 됩니다. 아주 맛이 갔어요... 원 주인인 형이 컴퓨터를 잘 알아서 한 번 살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형이 쓸 때부터 오버 많이 시켰던 제품이라 노후가 많이 됐을 거라고, 아마 살아봣자 또 금방 그렇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보내주기로 결정...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천하제일문
    작성일
    15.01.08 22:15
    No. 3

    아깝내요 직접보진못했지만 그래도 하드만 바까서 써도 괜찮을거같은대말이죠 블루스크린은 거의 바이러스나 하드 에러가 많을건대요 시디로 포멧이 안댈경우 유에스비 포멧은댈거에요 그리고 부품을 꼿는자리를 지우게로 한번씩 밀어주면 마니 좋아집니다 그래픽카드나 메모리 꼿는부분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예하성
    작성일
    15.01.08 22:36
    No. 4

    에러 난 이유를 검색해 보니까 하드웨어 오류, 주로 VGA 카드 오류일 가능성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 해봤는데 안 됐습니다.
    USB 포맷은.. 생각 못 해봤는데 한 번 고민해 봐야겠네요.. ㅎㅎ
    조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천하제일문
    작성일
    15.01.08 22:45
    No. 5

    흠 포멧만하면 심폐소생술이 가능할거같습니다 시도한번해보세요 새로사기엔 돈아깝자나요 있는거 고처서 써야죠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5.01.09 00:24
    No. 6

    동거동락한 컴퓨터를 기리는... 조컴제문[弔com祭文] 잘 봤습니다.

    부팅이 안돼서 그래픽카드 교체로 생명 연장에 성공하고 기뻐했었던 옛날이 떠오릅니다.

    아아 님은 갔습니다. 어차피 떠나는 고철인생에에게 명복을... 그리고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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