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무협장르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날이 갈수록 무협에 등장하는 고수들의 강함이 가파르게 인플레이션하는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내공을 바탕으로 검강을 뿜어대며 싸우는 모습은 마치 만화에서 서로 파괴광선을 쏘아대는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적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검과 창을 부딪치고, 수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최적의 수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호신강기를 몸을 두르고 이기어검을 부려서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가볍게 적의 목숨을 빼앗거나, 혼자서 수백 명을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농락하기만 하는 모습은 이젠 안봤으면 하네요...
무림문파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규모가 수십 명이 넘지 않는 정도로 사실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문파가 지방의 치안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무협의 설정 상 관과 무림은 섞이지 않는다지만 수천 명이 넘는 고수들이 칼부림을 해대는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전대의 천하제일인의 비급을 얻어 종횡무진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대부분의 강호인들이 그렇듯이 집안 대대로 전해져오는 가전무공을 꾸준하고 묵묵하게 익힌 주인공이 보고 싶습니다. 성실한 연공을 통해 뛰어난 기예를 익혔지만 싸움에 임할 때는 적의 칼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항상 잊지 않고 긴장하는 캐릭터가 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출충한 실력을 갖추었어도 칼에 찔리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내공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내공이 검강을 뿜어내기 위한 에너지원처럼 사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내공은 몸의 내구력과 저항력을 보조해주고, 날렵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감각을 세워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정도로 쓰이는 글이 보고싶습니다. 검기상인의 경지의 고수가 전 강호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절정고수로 여겨지는 그런 작품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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