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3.11.17 16:40
조회
1,620

1. 현실의 봉건제는 엄밀히 말해 하나로 묶어서 말할 수 없습니다. 각 지역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역사와 다른 풍습이 있었고 큰 범주에서 그것들을 봉건제라 말할 수 있을지언정 세세한 부분을 확인하다보면 어마어마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프랑스의 봉건제를 봅시다. 프랑스의 봉건제는 저희가 흔히 아는 왕 -> 공작, 후작 -> 백작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왕은 일 드 프랑스라 불리는 아주 자그마한 직할지 안에서 살았으며 각 지역의 공작들은 그냥 자기 살고 싶은대로 살았습니다. 다만, 후작이라는 칭호는 임명제였으며 주로 명망높은 지휘관이나 각 지역의 대영주들이 받아서 그 지역의 방위를 책임지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러다 후기 중세로 되면서 후작이라는 칭호는 유명무실화됬고 자연스레 공작들의 칭호와 합쳐지게 됬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노르망디 공작위가 있겠습니다. 원래 노르망디 공작이라는 칭호 따위 없었고, 대신 노르망디 땅을 다스리는 영주는 뉴스트리아 후작이자 루앙 백작이라 불렸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며 뉴스트리아 후작이라는 칭호는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애매하게 사라졌고 언제부터였는지 노르망디 공작이라 불리게 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신성로마제국의 봉건제를 봅시다. 신성로마제국은 동부 프랑스, 북부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 룩 룩셈부르크, 체코, 오스트리아, 서부 폴란드를 차지하고 있던 봉건 제국입니다. 신성로마제국과 프랑크 왕국을 착각하는 사람이 가끔 보이던대, 둘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프랑크 왕국을 제국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라벤나 총독으로서 교황이 샤를마뉴 대제에게 대관식을 열어줬기 때문이였지만 정작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딱히 없었고 샤를마뉴 대제의 손자 때에 왕국이 흩어지자 흐지무지 됬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은 그 후 독일왕 오토 대제가 교황으로부터 로마인들의 왕으로서 대관식을 받고 인근 지역을 평정하며 새롭게 만들어낸 제국이였고 이건 누가 봐도 제국이였으며 황제부터도 자신이 황제라는 사실을 매우 신경쓰곤 했었습니다. 나중에 근세가 되면 ‘신성하지 않으며, 로마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고, 제국은 더더욱 아닌’ 이라는 평을 받지만 그건 그때 얘기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의 봉건제는 얼핏 보면 프랑스의 것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도 유사한 점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륙 게르만 문화권을 상징하는 2개의 대표적인 국가가 프랑스와 독일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다수의 차이점이 보입니다.


우선, 신성로마제국은 선거라는 개념이 영주들의 머릿속에 뿌리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엥?’ 하실 분들 좀 나오겠죠.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은 동 프랑키아라 알려져있을 때부터 이미 선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동 프랑키아의 왕 루이가 죽은 이후 동 프랑키아의 귀족들은 서 프랑키아와의 동군연합을 바라지 않았기에 투표를 통해 프랑코니아의 콘라드를 왕으로 선출했으며 콘라드의 죽음 이후 왕관은 콘라드의 자식에게 상속되는 대신 작센의 하인리히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하인리히가 죽은 이후에 왕관이 하인리히의 아들인 오토 대제에게 넘어갔지만, 이것은 왕관을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 하인리히의 영향력과 영지를 물려받은 오토를 다른 귀족들이 왕으로서 선출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의 영주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특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지만 그 특권중에는 투표를 통해 왕 혹은 황제를 선출하는 것이 포함되어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됬죠.


그 외에도, 파리를 중심으로 한 직할지에만 주로 짱박혀 보냈던 프랑스왕과 달리 신성로마제국은 수도라는 개념이 없었으며 대신 제국 곳곳에 흩어진 궁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은 수도에 항상 머무르는대신 제국 곳곳에 흩어진 궁정들을 끊임없이 오가며 생활했습니다. 자연스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은 단순히 봉건국가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전국구 정치인 같은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왕이 단순히 ‘니들 그냥 살고 싶은대로 살아~’ 라는 모습을 보이는 무기력한 방임주의 봉건군주였다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문제가 생기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야 너 계속 그렇게 할래?’ 라 꼬장부리는 귀족정의 종신 대통령에 가까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헝가리의 봉건제가 있습니다. 헝가리의 봉건제는 정말 특이하기 짝이 없죠. 아마 7왕국 시대 잉글랜드의 봉건제와 삐까 뜰 수 있을 것입니다. 헝가리의 봉건제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중앙집권적 봉건제라 할 수 있습니다. 모순 같죠? 모순 아닙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앙집권체제와 봉건체제는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행정력이 부족해서 봉건제의 필요성이 대두됬지만, 동시에 왕국이 정복자에 의해 시작되었거나 아니면 대규모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서 왕실의 영향력이 왕국 곳곳에 뻗혀나갈 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전자의 사례는 노르만 정복 이후의 잉글랜드 왕국과 헝가리 왕국에서 볼 수 있고, 후자의 사례는 필리프 4세 이후의 프랑스 왕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헝가리는 마자르 사람들이 동쪽에서부터 말타고 달려와 만들어낸 왕국입니다. 그들의 고향은 머나먼 동쪽의 광활한 스텝지방으로, 모라비아, 독일,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이 4개의 세력 사이에 일종의 무법지대처럼 흐트러져있던 헝가리 평원을 바로 이들이 정복하고 통일했었습니다. 그래서 마자르 사람들은 일종의 황인과 백인사이의 혼혈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서양과는 달리 동양처럼 성을 앞에 두고 이름을 뒤에 둡니다. 김재형이라는 이름이 서양식으로 말하면 재형김이 되지만 마자르식으로 말하면 다시 김재형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만으로도 특이하지만, 헝가리 왕국의 특이성을 그정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헝가리 왕실은 무려 왕국의 30%나 되는 방대한 직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 직할지를 중심으로 나머지 왕국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왕실이 직할지가 아닌 지역에 비상속 직책을 가진 왕실의 인물을 파견할 때도 많았습니다. 프랑스에서 공작이 왕을 모욕한다면 그 공작은 그냥 별 문제 없이 잘 살지만, 헝가리에서 영주가 왕을 모욕한다면 그 영주는 목 씻고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최대한 만끽해야합니다.


그 외에 7왕국 시대 잉글랜드의 봉건제도 매우 특이하지만 쓰다보니 좀 지쳐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현실에 봉건제는 각 지역마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다양한 봉건제중 어느 봉건제와도 유사점을 찾기 힘든 판타지 세상의 봉건제는 전혀 현실에 존재했던 제도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21 v마늘오리v
    작성일
    13.11.17 16:48
    No. 1

    좋은거 알아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13.11.17 16:48
    No. 2

    다음편 연재 좀 현기증 날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안양산형
    작성일
    13.11.17 17:10
    No. 3

    중세시대라고 해도 굉장히 시기가 길다 보니, 자신이 모티프로 한 시기를 고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중세 초기랑 말기는 같은 분류로 엮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1.17 17:20
    No. 4

    그렇죠, 정말 다르지요. 애초에 초기 중세가 476년에 시작했고 후기 중세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1000년도~1100년도에 시작한다 주로 생각하니 초기 중세와 후기 중세는 무려 600여년의 텀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수면선인
    작성일
    13.11.17 17:38
    No. 5

    확실히 프랑스 봉건제는 봉건제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상태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프랑스 왕이 노르망디로 왔을 때, 노르망디 공작이 휘하의 기사를 시켜 프랑스 왕을 자빠뜨리고 그 광경을 보며 껄껄 웃었던 장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왕을 상대로 일개 영주가 통행료를 징수하는 부분은 좀 확 깬다고 해야할까요 ㅡㅡ;

    그래도 필립 아우구스트 이후에는 좀 나아지니, 강림주의님 말씀대로 왕 하나 텀을 두고도 봉건제의 풍경이 달라지는 중세를 천편일률적으로 보긴 애매한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1.17 18:17
    No. 6

    맞는 말씀이십니다. 중세시대는 극도의 혼란속에서 힘의 균형이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 무너져내렸던 시대이기 때문에 시대를 관통하는 개념이나 규칙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어떤 인물이 어느 위치에 있냐에 따라서 역사의 흐름이 아주 크게 뒤바뀔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극도로 다양한 상황이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그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보는 것은 오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부터도 중세 역사를 말할 때는 매우 자주 케바케라 말하지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각 지역에는 일종의 풍습과 봉건제의 방향성이 있었고 각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이 있었기에 한번 그것들을 말해보고자 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1.17 17:46
    No. 7

    평소 어느정도 궁금하던 내용도 있네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0391 무협속의 천마 누가최초로 창조한건가요? +19 Lv.90 나그네임 13.11.13 2,124
210390 단골 음식점의 고양이 +7 Personacon 쉐룬 13.11.13 1,448
210389 플레티넘 점점 읽을게 많아지네요 ㅎㅎ +4 Lv.27 크라우젤 13.11.13 1,577
210388 도시락 사들고 회사 간지 언 2틀째.. +13 Lv.11 집파리 13.11.12 1,598
210387 (LOL)랭킹 실질적인 1위는 엠비션이였네요... +2 Lv.68 인생사랑4 13.11.12 1,747
210386 엄마는 손이 너무크세요 +6 Personacon 마존이 13.11.12 1,372
210385 혹시나 지스타 보러가시는 분들 계시나요? +15 Lv.25 시우(始友) 13.11.12 1,471
210384 대체역사적인 내용이 굉장히 암울하면 어떨까요 +8 Lv.26 게빠 13.11.12 1,508
210383 나눔합니다.(종료) +10 Lv.2 K.A.Y. 13.11.12 1,276
210382 취업을 하려니 전국을 돌게 되는군요. +6 Lv.97 윤필담 13.11.12 1,368
210381 회사 집 근처로 옮겼습니다. +3 Lv.25 시우(始友) 13.11.12 1,329
210380 게임중독이라..청소년이 요즘 세상에 게임말고 할게 있긴... +19 Lv.39 알시라트 13.11.12 1,467
210379 기분 탓일까요..? +5 Lv.20 이카루스. 13.11.12 1,034
210378 낙월소검, 오늘자를 보니 금요일에 검제가 할 말은 아마 +2 Personacon 적안왕 13.11.12 1,454
210377 와! 신난다! +8 Lv.1 [탈퇴계정] 13.11.12 1,174
210376 [이벤트]콜오브갓 40레벨 이벤트 Lv.60 감농장 13.11.12 1,086
210375 파이어폭스에서 그림이 안보여요..ㅠㅠ +6 Lv.91 슬로피 13.11.12 1,208
210374 게임 규제에 대해서 짧막하게 써봅니다. +3 Lv.68 스마일즈 13.11.12 1,143
210373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핵심은. +3 Lv.1 [탈퇴계정] 13.11.12 1,212
210372 플래티넘 비씨카드로 결제하는데.... +3 Lv.97 윤필담 13.11.12 1,184
210371 기다리는 소설들. +5 Lv.11 김청 13.11.12 1,308
210370 서양인과 동양인의 관점차이? +2 Personacon NaNunDa 13.11.12 1,619
210369 웹툰 하나 추천 해요 Lv.36 돌아옴 13.11.12 967
210368 게임이라고하니 그냥 몇자... +1 Lv.14 몽l중l몽 13.11.12 956
210367 롤 v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10 Lv.60 카힌 13.11.12 1,499
210366 여러분 어제 밤 롤 시즌이 끝날 무렵 +10 Lv.47 그래이거다 13.11.12 1,360
210365 일단 게임이라고 무조건 감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10 Lv.89 네크로드 13.11.12 1,793
210364 흔히들 말하는 게임중독의 기준 +5 Lv.99 라돌군 13.11.12 1,315
210363 [이벤트]콜오브갓 40레벨 이벤트 Lv.1 무도파 13.11.12 965
210362 트롤짓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거 같습니다. Lv.12 악마왕자 13.11.12 1,20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