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침묵에 들어가며ㅡ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10.23 18:56
조회
1,227

상대에게 정상적인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폭언 아니냐.
내 이 말에 달린 답이 이렇다. 당신은 정상적인 대화 상대가 아니다. 사실을 말했으니 그건 폭언이 아니다....
이런 논법을 따르면 못할 말이 없어진다.
당신은 정신병자다. 정신병자를 정신병자라 부르는 것은 폭언이 아니다.
당신은 역겹다. 역겨운 사람을 역겹다고 말하는 것은 폭언이 아니다.


실제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 실제로 역겨운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에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정신병자에게는 그를 자극하는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고, 역겨운 사람과는 아예 상종을 않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당신은 역겹다느니 미치광이라느니 하고 굳이 그에게 말을 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말을 걸었으면 대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는 법이고.
일부러 말을 걸어 실컷 얘기를 나눈 뒤에 당신은 정상적인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규정하는 건 또 뭔가.
정상적인 대화법이란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상대의 주장에 순순히 수긍해 주는 것인가?


어쩌다 내가 저 사람에게 나를 향해 저런 무례한 소리를 함부로 던져도 된다고 여기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빌미를 내가 제공하였었다.
애당초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음으로써 나에 대한 그의 생각과 느낌들을 밝힐 기회를 주었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피드백을 기대하는 사람은 우호적이지 못한 피드백 역시 감수해야 하는 법이니까.
이쯤 되면 도대체 이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여러 사람과 말을 섞는 일 자체가 과연 온당한 일이냐 하는 점이 문제로 떠오른다.
난 도대체 여기 왜 들어온 것일까? 무엇을 기대하고 이곳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하였을까?


답은 씁쓸하다.
나약함 때문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느끼는 심적 중압감을 감당하기 버거워 같은 중압감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글쓰는 이들과 어울린다고 해서 글쓰기가 조금이라도 수월해지지는 않는다.
하얗게 비어 있는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을 때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건너가기 위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을 때 나를 붙잡아 주는 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텅 빈 모니터가 주는 질식할 듯한 중압감을 견뎌 낼 수 있는 힘은 내 속에서만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잘 나가는 인기 작가들은 왜 이곳에 들어오지 않는지 나는 가끔 궁금해 했었다.
우리 같은 무명 소졸과 어울리기는 건 격이 맞지 않는다는 자부심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짐작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글장이의 본분은 글을 쓰는 데 있을진대, 그 글쓰는 일에 이런 게시판에서의 교류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기에 그랬던 모양이다.
나도 글장이다.
비록 책 한 권 내지 못했지만 몇십 년 동안 글을 붙잡고 살아왔으니 나라는 인간을 규정지을 수 있는 가장 선명한 단어는 글장이라 해야 할 것이다.
모니터 앞으로 돌아가자.


Comment ' 8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3.10.23 18:59
    No. 1

    건필하십쇼! ㅇㅅ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3 19:03
    No. 2

    감사합니다. 혹시 이 뒤로 더 달릴지 모를 댓글들에도 미리 감사 드립니다.
    더이상은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23 19:13
    No. 3

    무슨 일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화내고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 _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10.23 19:17
    No. 4

    ㅠㅠ 이제 안들어오시는건가요 송현님의 글 좋아하는뎅 ㅠㅠ
    돌아오시리라 믿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3.10.23 20:29
    No. 5

    음. 운동권에 대하여 혐오스럽다고 시작부터 쓰신분이 할말은 아닌거같네요.
    혐오스러운 이유를 사실로 이야기하셨고, 사실이었으니 폭언이아니라고 말할 생각인가요?

    솔직히 제가 볼땐 먼저 그런 논리를 가능하게 쓰셨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믿음은 좋지만, 그 개인의 믿음을 맹신하고 과격한 평가를 타인에게 말할때 그것은 공격입니다. 그 평가에 해당되는 사람은 김송현님이 지금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겪겠죠.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3.10.23 20:41
    No. 6

    아 그렇다고 제가 거기서 반대쪽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죠. 제가 보기엔 양쪽 다 틀렸어요.
    그리고 이 글은 맞는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3 20:56
    No. 7

    좋습니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님과 그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쪽 글에 댓글 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3.10.23 21:04
    No.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9582 처음으로 웹툰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8 Lv.10 요하네 13.10.19 1,457
209581 독서를 할 때마다 영감을 얻어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20 믌고기 13.10.19 1,438
209580 출산 고통 문제가 군 가산점과 연관된 적이 있었던 것 같... +10 Lv.1 [탈퇴계정] 13.10.19 1,984
209579 전설의 마도서, 최강의 불쏘시개, 마법같은 아키텍처의 책! +8 Lv.1 [탈퇴계정] 13.10.19 1,698
209578 노트3 사용후기입니다. +10 Lv.25 시우(始友) 13.10.19 1,423
209577 출산 고통 비교. +19 Lv.64 하렌티 13.10.19 1,319
209576 근데 비평란 말이죠. +10 Personacon 엔띠 13.10.19 1,290
209575 토요일은 엄마 숙제를 도와주며 보내는 게 제 맛. -ㅅ-;; +4 Lv.18 꿈의도서관 13.10.19 1,192
209574 출근했습니다. +3 Personacon 히나(NEW) 13.10.19 1,505
209573 사후세계라.. +4 Lv.1 [탈퇴계정] 13.10.19 1,511
209572 점심 드셨어요? 전 먹고 왔어요. +2 믌고기 13.10.19 1,296
209571 근데 온라인 길드에 뭐때문에 공화정이 필요한가요? +8 Lv.99 낙엽사묘정 13.10.19 1,566
209570 포탈사이트 뉴스 댓글엔 +6 Lv.96 강림주의 13.10.19 1,253
209569 안녕히 주무셨어요? +7 믌고기 13.10.19 1,756
209568 송승헌의 최후 +4 Lv.1 [탈퇴계정] 13.10.19 1,505
209567 기분 나쁜 꿈만 꾸는 것 같아요. +2 Personacon 쉐룬 13.10.19 1,152
209566 꿈은진짜이상하네요 +3 Personacon 마존이 13.10.19 958
209565 발톱 밑에 살 달라붙는 거 해결책 아시는 분 계시나요 +11 Lv.8 Aires 13.10.19 2,065
209564 SKT2의 김철곤님 문체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네요. +9 Lv.29 홀로나는새 13.10.19 1,541
209563 무식장이가 글쓰기 너무 어렵네ㅜㅜ +32 Lv.1 [탈퇴계정] 13.10.19 1,320
209562 강풀씨의 마녀 보고 든생각 (스포주의) +11 Personacon [탈퇴계정] 13.10.19 1,773
209561 참 오묘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8 Lv.6 나비라 13.10.18 1,431
209560 보편적으로 이렇다라는건 말을 하기 어렵네요. Personacon NaNunDa 13.10.19 935
209559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2 Lv.16 유니셀프 13.10.19 954
209558 개인적으로 환생보단 사후세계를 믿고 싶습니다. +10 Personacon 메앓 13.10.19 1,231
209557 비밀글로 변경? +6 Lv.41 일필(一筆) 13.10.18 1,299
209556 저도 사실 글쓰다가 번호를 따일 뻔 했습니다. +9 Lv.10 요하네 13.10.18 1,371
209555 누가그러던데 +9 Personacon 마존이 13.10.18 1,051
209554 운동 9일 차 +13 Personacon 데이토스 13.10.18 1,080
209553 댓글달기 놀이 +3 Lv.55 씁쓸한 13.10.18 847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