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
13.09.30 13:20
조회
1,433

지난 주말의 낮과 밤을 회사에서 보낸 나는 지금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하고 있다.
한 손에는 주간에 온 버그 테스트 항목과, 디자인 수정건, 그리고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익스플로어 6의 호환성 문제를 들고 있다.
이제 그 것을 주말을 즐겁게 보내고 우울한 기분으로 회사를 찾은 이들에게 선물하려 한다.
하나씩. 하나씩. 내가 당한 고통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고객의 클레임으로 영혼까지 야근에 빠진 나는 이제 더이상 달아날 것도 없다는 듯 자포자기하고 철야에 몸을 맡겼다.
이제 더이상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월요일 아침의 살인자가 될 것이다.

첫번째 희생자는 디자인 팀의 L씨다.
평소에도 평일 저녁을 클럽에서 보내는 그녀. 주말엔 뭘 했는지 볼 것도 없지.
그녀가 홀로 책상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을 때 조용히 뒤로 갔다.
인기척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놀란 표정을 즐길새도 없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가볍게 A4지 1장을 찔러넣었다.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후후."

그녀의 눈에서 드러나는 소리없는 비명.

'그래. 실컷 논 만큼 이제 일을 하라고. 어제 나오지 않은 걸 후회해도 이제 소용없어.'

이번에 던져준 디자인 수정건은 클럽에서 발산한 아드레날린을 다시 항문으로 회수하게 할 정도로 무거운 건들이다.
디자인 시안 5개 정도의 고통을 느꼈겠지.

첫 번째 희생자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퍼블리싱 파트의 김대리에게 갔다.
토요일에 잠깐 나와 일을 봐주긴 했지만 그걸로는 일이 충분히 끝난게 아니다.
그저 회사 가까운 곳에 약속이 있어 생색을 내듯 출근을 한 것을 난 안다.
난 그런 위선자가 제일 가증스럽다.
내가 무엇 때문에 주말에 나와 일을 한 건데?
하지만 이제 괜찮아.
난 이제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익스플로어6 호환성이라는 과제로 마구 난도질 할거니까.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난 일을 완벽하게 끝을 냈다.
그의 한 주는 이제 피로(로) 물들 것이다.

이제 세 번째 희생자이다.
평소에도 자신은 프리한 영혼임을 자랑해오던 프리랜서 박과장.
마침 기획자가 가장 잔인해지는 월요일 아침 11시.
손에 들려있는 것은 개발 일정표.
멀티스태킹 능력을 자랑하듯, 한 쪽 모니터에는 에디터, 두 번째 모니터에는 곰 플에이어에서 왕좌의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IT의 개발 역군인듯 재는 듯 자랑하던 이 개발자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고 있는지 모를 거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프로젝트 일정이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네드 스타크가 조프리 바라테온의 명령으로 처형당하는 순간, 그의 목에 도끼를 날리듯 일정표를 날렸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무자비한 야근의 압박.
그의 입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얼굴의 표정은 구겨졌다.

'넌. 개발을 소중히 대하지 않았어. 자 이제 야근을 시작하지.‘

네드 스타크의 머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머리가 힘없이 책상에 부딛치며 쿵 하는 소리를 냈을 때, 난 묘한 희열을 느꼈다.
아아 그렇게 난 오늘 살인자가 되었다.

내 이름은 야근 대리.
퇴근을 모르는 남자지.


Comment ' 7

  • 작성자
    Lv.47 옴니버
    작성일
    13.09.30 13:22
    No. 1

    아ㅋㅋㅋㅋㅋㅋ뿜었어요ㅋㅋㅋㅋㅋ각종 패러디ㅋㅋㅋㅋ정말 재밌음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09.30 13:25
    No. 2

    페러딘가요, 아님 현실인가요?
    월말에 월요일은 직장인에겐 죽음이군요.. ㅎ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곁가지옆귀
    작성일
    13.09.30 13:27
    No. 3

    야근이 진실이라면 이건...........중증병을 생각하기전에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할듯.....
    맛난것 많이 드시고요 충분한 휴식도 챙기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9.30 13:32
    No. 4

    토, 일 철야는 사실입니다.

    개발 일정이 위험한 것도 사실입니다. Orz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우유용용
    작성일
    13.09.30 14:13
    No. 5

    야근을 해학으로 뿜어내시는군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글도둑
    작성일
    13.09.30 16:36
    No. 6

    안타깝게도 프론트엔진 개발자 괴롭히는 방법이 더 많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3.09.30 17:31
    No. 7

    제가 달 댓글은 하나 뿐입니다.

    팀킬 뭐옄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8652 200만원짜리 토스트기 이야기 +4 Lv.56 갈무리51 13.09.26 1,844
208651 판타지를 쓰다보니 +3 Lv.2 슬피울다 13.09.26 1,708
208650 원고를 날렸습니다. ㅠㅜ +7 Lv.14 가리온[] 13.09.26 1,135
208649 아 왜 소설은 밤에읽어야지 제맛이죠? +4 Personacon 마존이 13.09.26 1,244
208648 노안이 시작되었다 +4 Lv.1 [탈퇴계정] 13.09.26 1,103
208647 골굴사 관련 TV 영상을 못찾겠군요. +4 Lv.74 트래픽가이 13.09.26 987
208646 아 네이버아이디해킹당함ㅋㅋㅋ +10 Personacon 마존이 13.09.26 1,445
208645 무협에서 성관계는 워낙 전적들이 화려(?)해서요 +5 Personacon 자공 13.09.26 2,555
208644 낭만거북이 님에게ㅡ +9 Lv.1 [탈퇴계정] 13.09.26 1,201
208643 저 베인합니다.~_~ +10 Lv.25 시우(始友) 13.09.26 1,233
208642 오늘 주군의 태양 대사 절묘하네요. +1 Lv.97 윤필담 13.09.25 1,430
208641 독자나 작가나 공감이 갈 한 단편 Lv.50 궤도폭격 13.09.25 1,198
208640 고전작품들은 주연들도 졸병 백명을 못이기는게 많네요. +12 Lv.6 트레인하트 13.09.25 1,666
208639 드래곤 라자 만화의 반전 +14 Lv.6 트레인하트 13.09.25 2,588
208638 부고 소설가 최인호 선생 별세 +13 Personacon 니르바나 13.09.25 1,798
208637 3일만에 집에 오니 뭘해야 할지... +3 Personacon 엔띠 13.09.25 1,362
208636 왜 요즘 무협엔 섹스신이 없을까? +25 Lv.45 앵속각 13.09.25 2,745
208635 공부를 하다가 문득 팔을 봤는데.... +2 Lv.97 윤필담 13.09.25 1,193
208634 사람이 걸어다니는 인도는 금연 구역인가요? +12 Lv.55 영비람 13.09.25 2,088
208633 스타드라이브 재밌네요 +1 Lv.96 강림주의 13.09.25 1,139
208632 여부는 사족이다. +4 Personacon 용세곤 13.09.25 1,313
208631 에이즈 완치시키는 무좀약 발견;; +17 Lv.17 아옳옳옳옳 13.09.25 2,035
208630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4 Lv.47 그래이거다 13.09.25 1,236
208629 (정보)라 만차의 전사(네이버n스토어) 공짜로 보는 방법 +6 Lv.11 레듀미안 13.09.25 1,691
208628 LG 폰 쓰시는분들 보세요. +6 Lv.61 魔羅 13.09.25 1,457
208627 도서관 진동모드라 +29 Lv.12 인페스티드 13.09.25 1,860
208626 질문 같지 않은 질문 하나 던져봅니다. +8 Lv.13 묘한[妙翰] 13.09.25 1,397
208625 핸드폰 왔습니다. Lv.61 魔羅 13.09.25 1,168
208624 전라남도 함평 (목포 / 광주 / 나주 등) 도와주세여!! +13 Personacon 히나(NEW) 13.09.25 1,597
208623 ‘거친 입’ 돌아온 권아솔 화끈한 폭발 징후 +1 Personacon 윈드윙 13.09.25 1,958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