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어머니는 생전에 중병에 시달리셨었다.
수술도 여러 차례 받으셨고, 한밤중에 응급실로 실려 가신 일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응급실에만 가면 진통제 덕택인지 고통이 덜하셨었다....
그 날도 진통제 주사를 맞으시고 곤히 주무시는 어머니 곁에서 날밤을 새우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청년 한 명이 침대차에 실려 도착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던 나는 청년의 한쪽 발목이 납작하게 문드러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술이 취한 채 돌아다니다가 교통사고라도 당한 모양이었다.
응급실에 있던 간호사 두세 명이 우루루 청년에게 달려들어 입고 있던 옷가지를 가위로 잘라내어 발가벗겼고, 곧바로 의사가 수술을 시작하였다.
황당하게도 문드러진 발목을 잘라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ㅡ 마취제 주사가 약했는지 수술이 진행 중인데 청년이 신음을 내며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청년의 몸부림이 하도 심하여 간호사들이 쩔쩔매는 것을 본 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이 무모한 참견이지만, 의사가 청년의 발목을 자를 수 있도록 간호사들을 도와 청년의 다리를 꽉 붙잡아 주었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내 눈앞에서 좀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청년 한 명이 다리 불구가 되는 순간의 증인이 되고 말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작업이 너무도 간단하여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또다른 보호자 한 명이 갑자기 응급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갔고, 이어서 웩웩 하고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 역시 잠시 뒤에는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태연하였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수술 중에 껌을 딱딱 씹기까지 했었다.
그 뒤부터 나는 간호사들에 대해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졌다.
물론 일상적으로 피를 보고 만져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그녀들이 냉철하게 수술에 임하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발목을 잘라내는 현장에서 껌을 씹을 것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그 병원 응급실에서는 그 일 말고도 살벌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우리 침대에서 약간 떨어진 침대의 노인이 갑자기 오바이트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시뻘건 피를 끝없이 토해내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마치 대중 목욕탕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듯 대량의 피를....
노인의 침대 쪽이 어느 정도 조용해졌을 때 나는 어머니가 누워 계시던 침대의 커튼을 쳤다.
남이야 죽건 말건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게 아니다.
건강한 사람인 나도 보기 섬찟한 광경을 병자인 어머니가 보시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데스크 쪽에 있던 간호사가 뾰죽한 목소리로 커튼을 치면 자기들 자리에서 그 침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 커튼을 다시 걷으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불만스러웠지만 커튼을 걷는 내 귀에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젊은 의사가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집 안방인 줄 아나."
벌컥 화가 치밀었다.
가뜩이나 중병에 시달리며 마음이 약해진 환자에게 저런 참혹한 광경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해 줄 수 없단 말인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슨 의술을 행한단 말인가.
사실, 저렇게 피를 토하는 긴급 상태에 놓인 환자라면 당신들이 그 곁에 붙어 상태를 체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일 텐데 멀찌기 떨어져서 보고 있겠다는 건 순전히 당신들의 편익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어쨌거나 그 밤이 다 가도록 내 어머니를 보호해 줄 사람들은 그들이었고, 그런 그들의 비위를 상하게 할까봐 나는 목까지 치밀어오른 항의를 말없이 삼켜야 했다....
아무튼 의사들이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