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레입니다... 'ㅂ')/
미소년 청이만 믿고 엘소드를 한 지 꽤 됐는데, 그간 제작사 코그케이오지(KOG)에서 필드화라든지 어둠의 문 개편이라든지 그냥 가만히 놔두면 좋았을 것을 쓸데없이 추가하고 바꿔서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추가하고 바꾼 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정도로 게임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서 게임이 안 망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스킬트리 개편은 제작사가 안티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해서 실망이 크네요.
원래 엘소드의 스킬트리는 디아블로2와 비슷(?)한 거였어요. 보통 이러한 스킬트리는 스킬 포인트가 꽤 한정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죠. 그러나 엘소드는 만렙이 되지 않아도 필요한 스킬들을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로 스킬 포인트가 넉넉해서 좀 이것저것 다 배워도 될 정도예요.
그러나 스킬슬롯이 기본적으로 4개고 캐쉬의 힘을 빌려서 확장을 해도 8개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배울 수 있다고 해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에요.밸런스는 다른 여러 이유들 때문에 무너진 지 오래거든요.
즉, 마스터 가능한 스킬은 넘쳐나지만 스킬 슬롯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던전의 지형이나 보스몬스터의 타입 등을 고려하여 그때그때 적절한 스킬 세팅을 할 수 있는 것이 기존 엘소드의 스킬트리였죠.
때문에 스킬트리는 디아블로2와 비슷하지만 풍부한 스킬포인트와 스킬슬롯의 제한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모든 스킬을 배울 수 있지만 스킬슬롯이 제한적인 디아블로3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 스킬트리 개편으로 이 모든 게 망가졌죠.
일단 각 스킬마다 스킬습득 레벨 등이 조정된 바람에 캐릭터 육성이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어요.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들의 습득레벨이 올라갔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레나라고 하는 엘프 누님(!) 캐릭터는 개편 전에는 전직하지 않은 1레벨 때부터 만렙까지 계속 사용하게 되는 '레일 스팅어'라는 스킬을 쓸 수 있어서 상당히 편한 육성이 가능했지만 개편 후에는 레일 스팅어의 습득레벨이 15로 상향되어서 힘들어졌어요.
기낌이레이븐이라고 하는 인남캐(…)의 1차 전직 중 하나인 오버 테이커는 개편 전에는 전직하면 바로 배울 수 있는 '차지드 볼트'로 먹고 살고 후에 '발키리스 자벨린'을 배우면 신세계가 열린다고 했으나 개편 후 차지드 볼트의 스킬 습득 레벨이 35로, 발키리스 자벨린의 습득 레벨이 55로 조정되는 바람에 망했어요. 1차 전직을 20레벨 즈음에, 2차 전직을 40레벨 초반에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개편은 오버 테이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했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네요.
각 스킬 툴팁마다 동영상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스크린샷 한 장을 첨부해놓고서는 '비쥬얼적인 스킬 툴팁 제공'이라는 허세를 부린 것은 덤이에요.
도발 모션을 재활용하여 기술로 만드는 위업(…)을 달성한 KOF98UM 못지 않게 기존 모션을 재활용한 스킬들을 마구 추가하고 KOF98UM도 이루지 못한(…) 기존 스킬의 삭제까지 해놓고서는 '더욱 새로워진 140여 종의 스킬 추가'라는 허세도 부렸죠. 특히 '기존 스킬의 삭제'로 레나의 2차 전직 중 하나인 윈드 스니커는 제작사가 윈드 스니커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하향을 당했어요.
윈드 스니커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상향 한 번 받은 적 없고 줄기차게 하향만 당해왔는데, 이번 스킬트리 개편에서 물리공격력의 일정 비율만큼 마법공격력이 증가하는 패시브 스킬이 삭제되어서 마법공격력이 대폭 하락하는 엄청난 하향을 당했죠.
윈드 스니커는 이번에 기존 스킬 삭제 외에 여러 방법을 통해 하향을 당했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하면 부캐릭터로 61레벨(만렙이 65) 윈드 스니커가 있는 제가 슬퍼지니까 여기까지만 하죠.
그리고 '전직별 특성이 담긴 전용 기본스킬 제공'이라는 달콤한 말의 뒷면에는 각 전직들의 고유성 파괴가 있어요. 레이븐의 2차 전직 중 하나인 레크리스 피스트의 '그라운드 임팩트'라는 스킬이 개편 후에는 노전직 스킬이 됐거든요. 2차 전직 스킬이 공용스킬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라운드 임팩트뿐만이 아니라 깡통이브라는 캐릭터의 1차 전직 중 하나인 '코드 일렉트라'의 스킬 ‘엘 분광결정’은 여러모로 코드 일렉트라의 아이덴티티였는데 개편 후 노전직 스킬이 되어서 각 전직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파괴했죠.설정 따위는 장식입니다. 유저들은 그걸 몰라요.
이번 스킬트리 개편의 핵심은 '2지선다'라고 할 수 있어요. A와 B 두 스킬 중 하나만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짜장면과 짬뽕 중 뭘 먹을까라든지 콜라와 사이다 중 뭘 마실까 같은 난이도가 아니에요. 그것보다 훨씬 쉬운, 100원과 1000원 중 뭘 얻는 게 좋을까 같은 난이도가 존재하죠. 하지만 산소 없이 사는 것과 물 없이 사는 것 중에 뭘 선택할까 같은 엄청난 난이도가 공존한다는 함정이 있어요.
이런 식의 2지선다는 결국 '효율의 극한'을 추구할 수밖에 없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스킬을 택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수학의정석이라는 스킬트리의 획일화를 낳게 되어 양산형 아닌 양산형이 될 수밖에 없죠. 선택의 재미도 없고 개성 있는 스킬트리 구성도 없어요. 대전용 스킬트리, 사냥용 스킬트리 정도로 나누어질 뿐이죠.
그렇다고 이전 스킬트리가 획일화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개편보다는 자유도가 높았어요. 이번 스킬트리 개편은 이전 스킬트리가 가지고 있던 그 자유마저 없애버린 것이죠.
2지선다를 꼭 해야 했다면 디아블로3의 스킬룬 시스템처럼 각 스킬의 특성 강화를 두 종류로 나누어서 선택하는 식으로 하는 게 나았을 거예요. 그게 그나마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킬트리 구성'에 가깝겠죠.
이상이네요.
이번 엘소드의 스킬트리 개편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안 하는 게 나을 것을 괜히 해서 게임성을 떨어트렸다는 거예요. 엘소드에 관심이 있어서 하려는 분이 있으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정말이지 왜 했는지를 모르겠어요.
미소년 청이만 믿고 해왔는데,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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