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더 헤더베인은 팔리 성, 인근 땅, 그곳의 주민들의 영주다. 왈더 헤더베인은 영지를 자비롭고 정의롭게 다스리며 역사에 남길만한 큰 업적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영주가 됬다. 왈더 헤더베인의 곁에는 자유도시 출신 용병인 미르가 있다. 미르는 왈더 헤더베인의 주민들이 유사시 군사력 또한 갖출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왔다. 미르는 왈더 헤더베인의 인품에 반해있다.
그러던 어느 날, 왈더 헤더베인은 아내와의 불륜을 이유로 이웃을 돌로 때려죽인 한 농노를 심판하게 됬다. 왈더 헤더베인은 이웃을 돌로 때려죽인 농노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농노의 아내와 아들을 영지에서 추방했다. 그런대 미르도 어려서 농노 부모를 가지고 있었다. 미르의 모친을 마음에 들어했던 영주는 미르의 모친을 강간하다 왼쪽 눈을 잃었고 분노에 미르의 가족들을 모두 죽였고 미르또한 죽이려 했다. 미르는 겨우 도망쳤고 고아로서 험난한 삶을 살다 자유도시의 용병이 됬다. 미르는 살인자 농노로부터 자신의 가족들을 보았다. 그들이 죽고 쫓겨났다는 점에서.
왈더 헤더베인과 미르는 말다툼을 가졌다. 말다툼은 격렬해졌고 마음 속 깊은 곳의 트라우마를 건드려진 미르는 충동적으로 왈더 헤더베인을 살해했다. 충동살인을 한 미르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말 한마리를 훔쳐 무작정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동쪽으로 향했다. 동쪽으로 향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미르는 그저 팔리 성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을 뿐이였고 동쪽이 당장 눈에 들어왔을 뿐이였다.
왈더 헤더베인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 제임스 헤더베인이 팔리 영주가 됬다. 그렇지만 제임스 헤더베인은 겨우 11살의 소년이였다. 이웃의 노르만 영주 릭카드 노르만은 왈더 헤더베인의 필체를 흉내낸 가짜편지를 조작해 제임스 헤더베인이 나이가 찰 때까지 릭카드 노르만이 팔리 영주대리가 되기를 왈더 헤더베인이 원했다고 주장했다. 현 팔리 영주대리인 제임스 헤더베인의 모친 리사 설트워스는 팔리 영주를 찬탈하고자하는 릭카드 노르만의 속셈을 눈치채 릭카드 노르만을 찬탈자라 비방했고 릭카드 노르만은 리사 설트워스를 찬탈자라 비방했다. 릭카드 노르만은 팔리 영지를 설트워스 가문에게로 가져가고자 하는 리사 설트워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군대를 일으켜 팔리 영지를 침공했다. 용맹한 노르만 병사들은 팔리 병사 1백을 큰 피해없이 포로로 사로잡고 팔리 성을 공격해 모든 여자들을 남김없이 강간하고 죽였고 집사와 제임스 헤더베인을 제외한 모든 남자를 노예삼거나 죽였다. 제임스 헤더베인의 두 누이와 모친 리사 설트워스또한 강간당하고 죽었다. 제임스 헤더베인의 나이 11살 때 일이였다.
릭카드 노르만은 제임스 헤더베인의 이름으로 팔리 영지에 선정을 펼쳤다. 그는 포로로 사로잡은 징집병들을 모두 치료 후 풀어줬다. 또, 릭카드 노르만은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이 장성해 스스로 먹고살 수 있을때까지 적당한 양의 음식과 집을 제공해 큰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제임스 헤더베인에게는 잔인한 학대를 할 뿐이였다. 학대받는 제임스 헤더베인을 동정한 집사는 제임스 헤더베인을 비밀스럽게 성에서 빼돌렸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기사 한명과 함께 수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동맹들을 구해 팔리 영지를 되찾을 계획이였다.
하지만 제임스 헤더베인의 탈출마저도 릭카드 노르만의 계획이였다. 릭카드 노르만은 헤더베인 충성파들을 자극시켜 제임스 헤더베인을 탈출시키게 만들기 위해 일부로 제임스 헤더베인을 학대한 것이였다. 만약 릭카드 노르만이 직접 제임스 헤더베인을 성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면 제임스 헤더베인은 릭카드 노르만을 의심하고 성에 무조건 남아있었을 것이였다. 영지가 안정화됬으니 이제 제임스 헤더베인이 죽기를 원하는 릭카드 노르만은 제임스 헤더베인을 성 밖으로 몰아내야 했다. 적당한 제임스 헤더베인의 죽음 사유를 꾸며낼 수 있을만한 장소로. 릭카드 노르만의 기사들은 산적으로 위장해 제임스 헤더베인과 그의 기사를 습격했다. 그렇지만 기사의 용맹스러운 희생덕에 제임스 헤더베인은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도주했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심지어 수도에 도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도 제임스 헤더베인을 믿어주지 않았다. 신분을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제임스 헤더베인은 영주가 아니라 그저 고아 거지일 뿐이였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영지를 순찰하던 중 산적의 습격에 의해 죽었다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마지막 헤더베인이였고 그가 죽었기에 팔리 영주직은 공석으로 남게 됬다. 릭카드 노르만은 팔리 영주직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했고, 제임스 헤더베인이 살아있다 주장하는 자는 릭카드 노르만을 정면으로 거스르게 되는 셈이였다. 수도의 어느 영주도 제임스 헤더베인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에는 이런 이유도 제법 컸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하루아침에 영주에서 수도의 흔한 고아 거지가 되었다. 거지의 삶은 거칠고 천박했다. 제임스 헤더베인을 올려보던 농노들은 이제 제임스 헤더베인을 내려봤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투쟁이였다. 어느덧 25살이 된 제임스 헤더베인은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사람이 됬다.
그때, 민중의 성자라 불리는 자가 수도를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민중의 성자는 모두의 마음속에 인간을 괴롭히는 사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였다. 그 사슬은 죄책감일 수도 있었고, 공포일 수도 있었고, 고통일 수도, 아니면 모두일 수도 있었다. 민중의 성자는 스스로를 '사슬을 놓은 자'라 불렀고 세상 모든 이가 마음 속의 사슬을 놓을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그저 민중의 성자라는 왠 이상한 놈으로부터 빵쪼가리나 하나 얻어먹고자 그를 찾아갔다. 그런대 이게 왠 일인가.
민중의 성자는 용병 미르였다. 왈더 헤더베인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폐인이 된 미르는 한 수도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10년간 평화속에서 살아갔고 수도사들의 도움 끝에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됬다. 죄책감이라는 사슬은 매우 무겁지만 투명해 그것에 얽매이는 자 조차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그저 그 사슬을 내려놓을 때나 해방감을 통해 그 사슬의 무게를 짐작할 뿐이였다. 미르는 세상의 넘처나는 고통스러운 민중들에게 그가 느꼈던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미르는 귀족과 왕족들을 자유롭게 해줬고 그들의 지원과 함께 수많은 민중들을 자유롭게 해줬다. 4년간 그렇게 살다보니 민중의 성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르는 죄책감을 내려놓음으로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말없이 거리를 떠나 습한 골목속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갔다. 거적떼기 몇개 붙여놓은 것도 집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곳에서 제임스 헤더베인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채 조용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제임스 헤더베인의 삶은 너무도 비참했다. 그 모든 것은 미르가 그의 아버지 왈더 헤더베인을 살해했기 때문이였다. 모두로부터 사랑받은, 심지어 냉혈한 릭카드 노르만에게서조차도 존경을 받았던 왈더 헤더베인을 말이다.
이제 제임스 헤더베인은 평생동안 땅벌레처럼 비참하게 기어다니다 어느 운나쁜, 혹은 운좋은 날 그냥 죽어 바닥에 나가떨어질 것이였다. 그런대 그 모든 고통을 만들어낸 자는 스스로를 해방시켜 민중의 성자가 되었다? 이게 신의 자비인가? 해방인가? 정의인가? 제임스 헤더베인은 너무 기가 차 5일동안 밥 한끼도 먹지 못하고 집 안에서 두문불출했다.
5일 후, 제임스 헤더베인은 비쩍 말랐지만 두 눈만은 검게 빛나는채로 조용히 거적떼기 집을 나섰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돌을 주워 근처를 돌아다니는 똥개 한마리를 쳐죽인 후 그것을 구워서 배를 채웠다. 제임스 헤더베인은 민중의 성자를 찾아갈 생각이였다. 민중의 성자, 아니 살인자 미르가 눈을 돌린 그의 살인이 만들어낸 처참한 피해를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 민중의 성자가 그로 인해 죄책감을 다시 얻어 고통스러워할 수도 있었다. 더 이상 민중을 해방시켜주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 헤더베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제임스는 그저 속에서 미친듯이 타오르는 분노라는 이름의 불길로 미르를 불태우고 싶었을 뿐이였다. 하얗게 타버려 잿더미만이 남도록.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서 손가는대로 적어봤는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문피아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물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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