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로 길게 썼는데 글이 지워져서 글로 씁니다.
일단 노숙자와 이야기 하신 적이라도 있으시고 비난을 하신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대학 사회봉사 차원에서 노숙자분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행색은 정말 어느역의 다른 거지와 다르지 않았죠.
신문지 깔고 녹색 술병을 놓치 못하고 매일매일을 취해 있는 그런 사람의 형태 말입니다.
네. 한마디로 노숙자죠.
님이 그렇게도 무시하시는 그 노숙자요.
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들에게 무시당해도 될 그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노숙자가 되기전 그 분은, 한 기업체의 사장이었고, BMW시리즈도 무리 없이 끌고다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순간의 실패로 기업은 쫄딱 망해버렸고,
기업부채는 고스란히 그분이 떠안았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세상이 어떻게 변했냐고 했는지 아십니까?
떵떵거리며 돈 걱정 없이 살던 세상이, 한순간에 생 지옥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돈이 되는 아파트, 자동차, 땅문서, 모두 가압류 처리되어 버리고,
기업의 주주들과 빚쟁이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빚독촉을 했다고 합니다.
깡패와의 동행은 물론이고 폭력과 욕설은 당연했다고 하더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안되냐고요?
그럴수가 있어야 그러죠.
이미 기업을 운영하면서 은행에서 융자나 대출을 받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기업이 망하면서 모조리 부채로 치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용도는 회생 불가능 할 정도로 바닥이라고 했죠.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일단 친척들이 전화를 끊고, 믿었던 친구들이 전화를 안받더랍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기업사 사장들도 쫄딱 망했다는 소리 하나에 아는체를 안 하더랍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은 외가쪽으로 보내 숨어지내게 하고,
그분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을해서 빚을 갚으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그게 하루 벌어 갚아질 돈이면 세상이 얼마나 편할까요?
회사에 취직?
그때 그분이 저에게 물으셨죠.
넌 졸업해서 월급 어느정도 받으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300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자신의 빚은 월 300씩을 벌어서 갚아도 10년 안에는 도저히 불가능 하답니다.
게다가 그 시간동안 늘어날 이자를 생각하면 까마득 할꺼라고 하시더군요.
그제야 저는 절망이란게 어느정도인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었죠.
한번이라도 그런 상태가 되어보셨나요?
모르겠죠. 모르시겠죠.
그러니까 그런 말 하시는거겠죠.
만약 자신이 그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과연 어찌하실 것 같으신가요?
그분은 마냥 안쓰럽게 볼 분이 아니셨습니다.
망하지만 않았다면 제가 만나지도 못했을 분이셨죠.
한때는 억소리나는 돈을 쉽게 쉽게 만지셨던 분이십니다.
당당하게 자수성가 했던 분이셨지요.
그냥 노숙자라고...
그렇게 인간 쓰래기 보듯이 무시해선 안되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인격도 훌륭하셨고요.
노숙자.
노숙자.
노숙자...?
허허... 그런데 방금 그 글을 읽으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시요?
노숙자와 이야기 한번이라도 해보시고 그렇게 비난 하셨던 겁니까?
허참...
세상 그렇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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