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2.10.13 07:05
조회
1,353

[격투기, 그 열정의 명 경기①] 척 리델 vs 퀸튼 잭슨

UFC 레전드 '아이스맨' 척 리델(은퇴)과 프라이드 강자중 한명이었던 '늑대인간' 퀸튼 '람페이지' 잭슨을 보고있노라면 파이터들간의 '상대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누가 좀더 강하냐'를 떠나 서로에게 '어떤 스타일이 좋고 나쁘냐'를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선수들이다. 리델에게 퀸튼은 '악몽'이었고, 퀸튼에게 리델은 '기회'로 작용했는데 이 둘의 관계는 이후에도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로 이어지고 말았다.  

UFC를 대표하는 간판아이콘 중 한명인 리델은 한때 라이트 헤비급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퀸튼에게 타이틀을 빼앗기기 전까지 티토 오티즈, 랜디 커투어, 제레미 혼, 헤나토 소브랄 등 쟁쟁한 도전자들을 물리치며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전성기를 내달렸다. 특히 2004년부터 챔피언을 빼앗기기 직전까지의 포스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연승행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기간 동안 단 한번의 판정승부도 없이 모두 TKO 또는 KO로 경기를 끝내는 무서운 파괴력을 과시했었다. 동 체급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어 헤비급으로 전향하라는 주최측의 압박 아닌 압박(?)까지 들려왔을 정도.

당시의 리델은 UFC에는 적수가 없었고 프라이드의 마우리시오 쇼군, 히카르도 아로나, 호제리오 노게이라 등이 그나마 상대가 가능한 파이터로 손꼽히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짜 리델의 천적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프라이드 미들급(UFC는 라이트헤비급)이 활성화되던 시절 강자중 한 명으로 군림했던 퀸튼 잭슨이 바로 그이다. 퀸튼은 상대 전적에서 2전 2승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고 결국 리델이 은퇴한 시점에서 영원한 그의 천적으로 남게됐다. 더욱이 무대를 바꿔가면서 승리를 챙겼던 터라 옥타곤과 링이라는 차이 조차도 변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둘은 지난 2003년 프라이드 미들급 그랑프리 4강전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리델은 UFC를 대표해 프라이드에 참전했고 8강전에서 위력적인 펀치연타를 앞세워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넉아웃 시키며 하드펀쳐의 위용을 뽐낸바 있지만, 3개월 후 퀸튼에게 완패를 당했다.  

'늑대인간'의 뜨거운 숨결에 녹아버린 '아이스맨'

아나운서의 소개 멘트에 이어 관중들의 함성이 천둥처럼 경기장안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척 리델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다. 당시 뛰어난 태클디펜스에 한 쌍의 기다란 장창을 연상케 하는 펀치, 그리고 원거리로의 이동이 용이한 스텝을 바탕으로 옥타곤 최고의 타격가로 군림하고 있는 리델이었지만 프라이드 강자와의 대결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아이스맨'의 섬뜩한 빙백권(氷白拳)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그 가공할 파괴력 앞에 수많은 UFC 파이터들이 옥타곤과 함께 통째로 얼어버린바 있다. 하지만 그와 맞설 퀸튼 잭슨이라는 상대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파워풀하고 용맹한 광폭한 적수였다.

"크르르…." 가뜩이나 험악한 인상에 양미간까지 잔뜩 찌푸린 퀸튼의 얼굴은 흡사 '늑대인간'을 방불케 했다. 프라이드 미들급의 강자중 한 명으로서 라이벌 단체의 강자를 결코 다음 라운드로 보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리델의 명성은 당시에도 유명했지만 그는 어떤 면에서 퀸튼에게 그다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닐 수도 있었다. 동급에서의 파워대결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퀸튼인지라 단순히 정면에서 치고 받는 스타일이라면 두려운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그러한 분위기는 그대로 경기에서 반영됐다. 자신의 스트레이트성 펀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특유의 궤적 큰 훅으로 맞받아치는 퀸튼의 대응에 리델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더욱이 다소 어정쩡하기는 했지만 옥타곤에서는 누구도 잡기 힘들었던 스텝마저 퀸튼의 활발한 움직임에 막혀 별다른 강점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리델의 펀치는 자꾸만 허공으로 빗나갔고 이따금씩 안면 쪽으로 들어가는 공격마저 두터운 가드에 막혀 정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되려 퀸튼의 주먹이 간간이 리델에게 먹혀 들어갔다.  

이렇게 되자 리델은 곤경에 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특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자꾸 태클을 시도하며 그라운드로 전환하려는 퀸튼의 클린치를 뿌리치며 방어를 하는 정도로는 승부의 추를 바꿀 수 없었다.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고 자신의 코너로 돌아간 리델의 얼굴은 난감함으로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퀸튼 역시 '하드펀처'인 리델을 상대하느라 거칠게 호흡을 뱉어내며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2라운드에 접어들자 퀸튼의 동작은 더욱 빨라졌다. 퀸튼은 리델과의 타격전에 자신감을 얻은 탓인지 훅은 물론 어퍼컷도 자신 있게 뿌려대며 승부의 페이스를 틀어쥐었다. 늑대인간의 발톱은 아예 대놓고 아이스맨을 두들겨댔고 충격을 받은 리델은 투지마저도 잃어갔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퀸튼의 어퍼컷이 폭발했고 리델은 밑동이 부러진 고목 마냥 링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연거푸 달려드는 퀸튼을 피해 재빨리 일어섰지만 이미 풀려버린 다리는 이후의 테이크다운에 속수무책이었고, 계속되는 파운딩 연타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TKO로 무너지고 말았다.

옥타곤을 호령했던 '아이스맨'이 만월(滿月)로 가득 찬 링 안에서 '늑대인간'의 뜨거운 숨결에 녹아버리는 순간이었다.

-윈드윙-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6680 3개월간 했던 카페베네 알바후기/카페매뉴설명 +6 Lv.1 [탈퇴계정] 12.10.13 9,542
196679 아놔 문제 부터는데 어이가 없어요.ㅠ +3 Lv.8 銀狼 12.10.13 1,322
196678 문피아 메인이 사라졌어요!!! +4 Lv.1 [탈퇴계정] 12.10.13 1,376
196677 왜 이럴까요? +1 Personacon 덴파레 12.10.13 1,235
196676 뻥 뚤린 최전방을 보니 +9 비스트워즈 12.10.13 1,381
196675 네이버 도전만화 추천 +3 Personacon 조원종 12.10.13 1,208
196674 흠......같은 노동자로서 안타까운 사연 +1 Lv.95 비룡마스터 12.10.13 1,252
196673 이종범-허재-크로캅, 그들에 빠지던 날! +1 Personacon 윈드윙 12.10.13 1,264
» 아이스맨 VS 늑대인간… 경악의 1차전 +2 Personacon 윈드윙 12.10.13 1,354
196671 헠헠 노래가 너무 좋아요. +15 Lv.35 성류(晟瀏) 12.10.13 1,649
196670 9시에 잠이 잤다. (당연히 밤) +2 Lv.25 망고주스 12.10.13 1,247
196669 갤럭시 넥서스 젤리빈! +7 Personacon 조원종 12.10.12 1,378
196668 아, 아청법느님. X, X까세요. +16 Personacon 엔띠 12.10.12 1,603
196667 설화라고 마냥 거짓말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9 Lv.21 雪雨風雲 12.10.12 1,373
196666 어느 정도부터가 먼치킨일까요? +6 Personacon 오유성 12.10.12 1,296
196665 요즘은 그냥 맨날 피곤하네요 +3 Personacon 마존이 12.10.12 893
196664 사실 저 복근이 있습니다. +8 Lv.1 [탈퇴계정] 12.10.12 1,243
196663 은하영웅전설 다 읽었습니다. +5 Lv.50 궤도폭격 12.10.12 1,384
196662 컴퓨터란게 의외로 간단히 고쳐지기도 하는듯.. +7 Lv.67 서래귀검 12.10.12 1,270
196661 먼치킨 소설에 대해 해박하신 분들? +14 Personacon 엔띠 12.10.12 1,258
196660 고장난 공유기 그 결과는... +7 Lv.1 [탈퇴계정] 12.10.12 1,002
196659 말 그대로 인터넷만 되는 작문용 중고노트북 +3 Personacon 빡글러 12.10.12 917
196658 GS25에서 택배 보내지 마세요~ +11 Lv.2 기적예감 12.10.12 1,654
196657 뜨어...착각하고 있었던 단어. 패(폐)드립. +5 Lv.1 [탈퇴계정] 12.10.12 999
196656 일본은 지옥. +16 Lv.65 거울의길 12.10.12 1,420
196655 으아니, 마마마 극장판이라니! +9 Lv.4 K현 12.10.12 920
196654 궁금한점이 있슴요 +3 비스트워즈 12.10.12 939
196653 소돔의 120일 +11 Lv.7 [탈퇴계정] 12.10.12 914
196652 마우스를 하나 샀는데 +9 Lv.9 디아누스 12.10.12 1,113
196651 무한도전 퀴즈 1 !! +10 Personacon 無轍迹 12.10.12 1,119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