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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2.09.27 05:15
조회
1,093

흥분하면 초인 되던 쿵푸영화와 냉정해야 되는 MMA  

쿵푸영화와 다른 현실속 격투기

'아버님과 사부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쿵푸영화에 열광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보다 더 강한 원수를 노력 끝에 격파하는 스토리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쿵푸영화는 그야말로 내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나같이 비슷한 설정일색이었다.

주로 청나라 시절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부모님-스승)을 해한 원수를 물리치는 스토리가 주종을 이뤘는데 이 가운데 다른 복잡한 스토리가 끼어들 겨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심지어는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남녀간의 사랑도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쿵푸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원 관계 속에서 수련하고 복수하는 등 치고 받는 형식 위주였다.

이 같은 쿵푸액션은 강호무림을 다룬 무협영화나 소설하고는 또 달랐다. '취권(醉拳)' '소권괴초(笑拳怪招)' '용권(龍拳)' '사학팔보(蛇鶴八步)' '권정(拳精)' '사형도수(蛇形刀手)' '사왕일후(四王一后)' '사제출마(師弟出馬)' 등 한때 가장 잘 나갔던 성룡표 쿵푸영화같은 경우는 정말 모든 것이 도장으로 찍어낸 듯 상당수가 비슷한 패턴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팬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지금의 격투기가 보여주는 짜릿한 육체적 액션을 당시의 쿵푸영화는 보여줬던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 홍콩영화인 척 제작되었던 쿵푸영화가 제법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화 대본소에도 이러한 스타일의 만화가 한때 크게 유행했으며 이향원 등 잡지전문 만화가들도 '뒤죽박죽 당랑권', '무당수 취팔권' 등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러한 은원관계 설정-복수 다짐-뼈를 깎는 수련-원수갚기 등의 스토리는 비단 쿵푸영화뿐 아니라 상당수 액션 영화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쿵푸영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쟝클로드 반담의 대표작인 무에타이 영화 '어벤져' 등도 그런 식이다. 중독성같은 스토리인지라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먹힌다고 할 수 있다.

감정변화에 따라 강해지던 쿵푸영화주인공들, 격투기는 다르더라

성룡으로 대표되던 쿵푸영화들의 경우 극적인 설정 때문인지 사람의 흥분된 감정을 스토리에 잘 적용시키곤 했다. 단순히 수련해서 강해진다는 것뿐 아니라 특이한 감정 상태에 따라 상대를 맞이하는 전투력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잦았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경우가 극도로 분노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수가 너무 강한지라 불가항력적으로 두들겨 맞지만 또 다른 소중한 이가 눈앞에서 당하거나 아님 자극적인 대사(악역들은 왜 승부를 빨리 끝내지 않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중얼중얼 안 해도 되는 말들을 내뱉으며 시간을 끌면서 주인공을 자극할까?)에 열이 받아(?) 승부를 역전시키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일반인들의 막 싸움도 아니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강자들끼리의 대결인데 실력이 밀리는 쪽이 흥분했다고 승부가 뒤집히는 장면은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성룡표 쿵푸영화는 이러한 패턴의 집합소였다. 흥분해서 원수에게 역전쇼를 펼치는 영화는 물론 하다하다 안되니 울고 웃는 괴상망칙한 패턴으로 결전을 마무리짓는 작품도 있었다. 심지어 '취권' 같은 경우는 술을 먹음으로서 집중력과 테크닉이 발전한다는 괴이한 설정이다.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서 어릴 때는 이렇게 흥분하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나보다 더 강한 사람도 이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것은 아니라는(실제로 가능한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극소수) 것을 깨닫게 됐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승부에서는 무엇보다도 마음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물며 잠깐의 방심으로도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종합격투기같은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6·러시아)는 불과 2년전까지만해도 MMA 무대에서 가장 강한 선수로 꼽혔던 명실상부한 '60억분의 1'의 사나이 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쟁쟁한 강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얼음황제'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태생이 추운 러시아이기도 하지만 워낙 냉정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뛰어난지라 그러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 활동 체급이 헤비급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되려 체격조건 등에서는 불리한 요소도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도르는 특유의 침착함을 바탕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최강의 파이터로 군림했다.

표도르의 냉정함은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정상급 파이터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프라이드 시절 후지타 카즈유키(42·일본)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도 침착하게 그래플링으로 상황을 전환시켜 역전승을 거둔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표도르와 '어플릭션(Affliction)'에서 맞섰던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33·벨로루시) 같은 경우 뛰어난 타격실력과 더불어 테이크다운 방어를 통해 경기 초반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며 팬들에게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플라잉 니 킥(Flying Knee kick)'을 시도하다 카운터펀치를 맞고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표도르는 잠깐 자신이 밀리는 상황 속에서도 조금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정확히 알롭스키의 움직임을 읽어가며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

정상급 파이터끼리의 승부에서 냉정함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었던 대표적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흥분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던 쿵푸영화 속 주인공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페이스유지와 냉정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은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기에….


Comment ' 6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9.27 08:51
    No. 1

    룰 안에서 진행되는 규칙이 있는 경기와 목숨이 오가는 실전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흥분?? 이라는 것이 단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런 흥분은 아닌 듯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취중한담
    작성일
    12.09.27 09:58
    No. 2

    흥분을 하게 되면 적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MMA나 실전이나 마찬가지겠죠...

    흥분을 한 상태에서 강해진다는 것은 신체의 기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흥분한 상태에서 방어력이 강해진다거나 공격력이 강해진다거나 아니면 공속이 높아진다거나 민첩이 올라가서 적의 공격을 더 잘 볼 수 있다거나..

    하지만 이건 게임속의 이야기고, 현실에서는 MMA든 실전이든 흥분하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2.09.27 10:55
    No. 3

    흥분과 고양은 단순핸 분노와 다른 거지요. 아마 격분이나 분노와 헷갈리신 거 같은데실전 투입되는 병사들은(글자 그대로 이성을 앓는 순간 죽는 알보병) 상시 긴장 및 흥분 상태에 돌입해 있습니다.

    덧 : 쿵푸영화 때 중국 인이 무에타이 상대로 쳐바른다는 내용의 영화 막 찍어내다가 열받은 태국 베트남 버마인들이 중국 도장에 쳐들어가 묵사발을 내고 다닌 적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관측
    작성일
    12.09.27 16:21
    No. 4

    노게이라와 미어의 대결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죠.. 드디어 이겼구나 하며 신나서 파운딩하던 노게이라와 뒤지게 맞으면서도 침착하게 틈을 파고들어 아메리카나로 팔을 확실하게 꺽어버린 미어.. 노게이라가 흥분해서 관절기 대결로만 안갔어도 KO로 이긴경기인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관측
    작성일
    12.09.27 16:44
    No. 5

    MMA에서는 흥분하면 결과는 필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표도르가 그동안 이긴것만봐도 만만해보이는 표도르를 상대로 겁없이 덤비다가 카운터 어택에 단숨에 패한경기가 대부분이었고. 스트라이크스에 와서는 오히려 흥분한 표도르가 침착한 상대에게 무너져버렸고. 레스너와 미어의 첫 대결에서도 침착했던 미어가 관절기로 레스너를 발라버렸고. 소넨과 실바의 대결에서도 2라운드에서 스탠딩으로 덤비던 소넨의 자만심이 결국 패배로 연결했고. 절대적 우위에 있지 않는한 상위클래스의 선수들은 자기만의 경기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죠. 한순간 틈이 보인다고해서 올인하는 공격은 지양하는게 요즘의 격투기입니다. 사실 화려하게 보이는 펀치세례도 끝나고 보면 주먹골절이 대부분이니까 잘 안하게 되는것도 있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ainz
    작성일
    12.09.28 00:35
    No. 6

    영화는 영화일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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