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은 참 재미있는 주제다. 이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도 많고, 영화도 몇 개는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시간여행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해 보자.
이론적으로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가상적으로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면, 그걸 타키온 입자라고 부르자'고 말할 뿐이다. 과학자들이 '가상적으로' 가정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타키온 입자가 우주 어디엔가 있어서 가상적으로 가정한 게 아니라, 논의하기 위해서 가정했을 뿐이다.
전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책을 대충 읽었는데, 거기에 재미있는 가설이 나왔다. 쌍생성과 쌍소멸에서, 소멸된 입자가 어디로 갔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파인만은 이것을 '과거로' 갔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말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는 나로서는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 나는 과학에는 문외한이니까.
타키온 입자가 존재하느냐 마느냐와 별개로, 시간여행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첫째 설명은 이렇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자전도 하고 있다. 우리가 빛보다 훨씬 빠른 입자를 이용한 타임머신을 타고 1초 전의 지구로 가 보려고 하면,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걸까? 단순히 1초 전의 지구의 위치로 이동하면 될까? 그렇게는 안 된다. 그 순간에도 지구는 공전하고, 자전할 것이며, 더 나아가 태양계 전체도 어딘가로 공전하고 있고, 우리은하 전체도 우주 속에서 또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1초 전의 지구의 위치라는 건 아무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 설명은 이렇다.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단지 작용할 뿐이다.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작용한다는 개념은 말이 안 되는가? 아니다. 말이 된다. 점도, 선도, 면도, 공간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작용하기는 한다. 힘도, 에너지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작용하기는 한다. 심지어는 물질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것이다. 거시적인 레벨에서는 물질도 공간도 시간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시적인 레벨에서는 이것들을 존재하는 거라고 말하기가 무척 어렵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작용한다고만 설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작용할 뿐이다. 그러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이동한다거나 시간을 앞서서 미래로 이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열자列子]라는 책은 중국의 도가 계통 철학자인 열자의 말이나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도道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기억나는 대로 대충 적으면 이렇게 됩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어쩌면 제가 마음대로 첨삭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소리나는 것이 있고, 소리나는 것을 소리나게 한 것이 있다. 생장하는 것이 있고, 생장하는 것을 생장하게 한 것이 있다. 그러나 소리나는 것을 소리나게 한 것은 소리를 낸 적이 없다. 생장하는 것을 생장하게 한 것은 그 자신은 생장한 적이 없다. 생장하는 것은 반드시 끝나는 때가 있지만, 생장하는 것을 생장하게 한 것은 생장한 적이 없으므로 끝도 없다. 만물이 존재하는데, 만물이 존재하게 한 것이 있다. 이것을 일컬어 도道라고 부른다....
열자가 활약하던 시대에 도道의 개념은 아마 이것저것이 섞여서 분명히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열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도의 개념을 저렇게 설명해 놓은 것이죠.
한 마디 사족으로 적자면, 열자의 관점에서 보면 도를 터득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도는 터득할 수 없는 거죠. 우리가 생사의 이치를 안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 능력으로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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