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이니까 여자친구가 안 생겨서 고민입니다, 라는 소리로 시작해봐야 별로 도움이 될 소리는 없을 거 같고(...)
(도움이 되는 소리가 있다면 마탑일리가...)
요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놓은 책들 중 소설을 보면 SKT 를 제외하곤 전부다 라노베입니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라노베의 장점은 어디까지나 그립감이 뛰어나다, 정도랄까요.
네, 작아서 잡기 쉽습니다.
애석하게도 국산 라노벨(NT 노벨 이라고 해서 나오죠, 아마?)은 글쎄요... 라노벨의 책크기를 따라한 판타지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합니다.
짧고 굵게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식에 가깝게 연결되는게 아니라 반드시 다음장을 위한 내용들의 복선 같아서.
왜 이런 말을 하냐면...
개인적으로 라노벨을 보며 심심치 않은 쇼크를 주는 소설들이 있다는 겁니다.
가볍게 볼 수 있기는 개뿔요.
가볍게 볼 수 있는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가는 순간 이게 늪이더라, 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참.. 열심히 습작 수준이나마 글을 두드리는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묘사 수준을 보면 결코 일반 소설 못지 않은데, 내용은 참신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이럴 지도 모른다!' 또는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느낌을 주는 글.
뭐, 일단 이런 느낌을 준 건 현재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와 니노미야군일까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진짜 과대망상 SF 인데, 묘하게 설득력이.. 애초에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제가 본 1인칭 관찰자 시점들이 몇가지 있지만, 그중 단연 최고는 이영도 선생님의 드래곤 라자... 2위는 스즈미야입니다.
그리고 니노미야군은... 정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스즈미야를 모으는 중에 재밌어 보여서 지른 그냥 단순 코믹용, 스트레스 해소용 하렘물이다 생각해서 산 건데...
요새 다시 보는데.. 이게 또.. 참..
깨알같은 묘사들이 줄줄줄 읽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분석적(?)으로 보아하니 더욱 묘합니다. 군대가면서 구매봉인 목록중 하나였는데 뒷권을 다시 사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최근에 글을 쓰다가, 아 내가 무슨 얼어죽을 글이냐. 글쟁이 놀이 때려치우고 공부나 열심히 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끄적대온 게 십년이 넘어가니 이게 금단증상이라고 해야할까요.. 뭐라고 할까요...
방청소를 하다 군대 있을 때 써놓은 시놉시스 몇개 있기도 해, 과거 노트에 기록되어 있던 것들을 모두 꺼내서 다시 다 읽어보고..
"아, 이건 괜찮았는데.."
"우와, 손발 퇴갤!"
"어? 이건 다시 써볼까? 아악! 뒷 내용을 뭐로 하지?"
등등...
그러니까, 다시 또 키보드를 두드리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뒷내용을, 구성을, 설정을, 세계관을 차근차근 넓히고 있습니다.
일단 아는 동생에게 보여주면서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느낌이 어떠냐 등등을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하며 피드백을 얻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지인이라는 탈을 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제 욕심을 그대로 보여주는지라,
"그렇게만 되면 재밌다."
라던가,
"오, 재밌는데?"
라고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솔직히 말해서 대세를 따라가는게 인기를 얻기도 쉽고 글쓰기도 쉽고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반비례해서 글에 대한 애정도는 낮아집니다.
그런 인기나 만족을 얻기 위해 대가로 치뤄야할 고통의 시간을 갖지 않기 때문이죠...
복권당첨되면 흥청망청 쓰나, 힘들게 번 돈은 쉽게 쓰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 옛날에는 이 점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내글을 써봐야 경험치 부족 때문인지 레벨1의 글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이미 중렙 이상의 글을 쓰던 분과 닮은 글을 쓰면 그만큼까지, 또는 그 이상의 인기몰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트렌드를 읽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지금에 와서 확신하는 건, 그런 글이 바로 양판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양판을 써왔던 게 뭐 아주 경험치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고 창작의 고통이라는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만신창이가 된다는 겁니다.
밤을 새울 열정으로, 아니 진짜 밤을 새면서 쓰고 글을 올렸는데 전에 발로 대충 쓴 듯한 글보다 인기가 없고 반응도 없고...
누구에게 당한 건지도 모르는데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십년 가까이 써왔는데도 이런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뭐, 결론은 징징글이군요...
그래서 고민이 있다고 제목에서부터 말한 겁니다만...
저만 이런 것도 아닐 겁니다만...
슬슬 한 챕터를 완성시키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그것도 개강의 압박덕분에 엄청나게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다는... 열정이 넘치는 상태라는 점에서...
또 다시 이게 배신감으로 바뀔까봐 왠지 모르게 서글퍼져서...
대답이 있을지 모르지만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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