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웬 네이버 지식IN에 막 이성교제에 눈 뜬 14살, 15살짜리 올릴 법한 질문이냐고 하시겠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나이가 몇 살이든 여전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런 지식은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보급되는 게 아니라 환경과 여건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령대와 지식의 보유 여부 간에 큰 상관관계가 없거든요.
어제는 주일 예배에서 또 S랑 만났습니다. 방학 중인데다 다른 학과인데도 어째 매일 만나네요.;;
얘가 찬양팀에서 율동 비슷한 걸 맡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하고 있는 모습 보고 있는데 귀엽긴 귀엽더군요. -ㅅ-;; 제가 좋아한 Y랑은 다르게 키도 쬐끄맣고 손발도 쬐끄만해서...;;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두고.;; 예배 다 끝나고 같이 돌아오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얘기거리가 없어요. ㅜㅜ
처음에는 뭐, 흔히 할 만한 세상지사를 얘기하다가 개강 후에 있을 이야기, 학과에 대한 불만불평 등을 얘기했는데...
다 하고 나니까 얘기 끝. ㅜㅜ
갈림길에서 헤어지려면 지금 온 길만큼 더 가야 하는데 벌써 얘기거리가 동나버리니 대화가 뚝 끊기더군요. 저는 뭔가 얘기를 지속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마땅히 얘랑 공유할 만한 화제도 없고... 근래에 전공과 신학에 대한 것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는데, 예대 다니는 애한테 파레토 최적과 자유주의 신학에 대해 얘기해봐야 뭐 하겠습니까. ㅜㅜ
왜 빅뱅 이론 4인방이 연애에 죽 쑤는지 알겠더군요. 저는 걔들만한 천재도 아니고 S는 그 금발 여자애처럼 바보인 것도 결코 아니지만 관심사의 차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게 크리티컬. ㅜㅜ
다만, 걷는 도중에 S가 "아! 이제 연인이니까 손 잡아도 되지?" 했는데, 머릿속으로 애꿎은 케인즈만 욕하고 있던 터라 엉겁결에 긍정의 대답을 취했지요.
그러니까 애가 냅다 제 손을 붙잡고 경쾌하게 걸어가더군요. -ㅅ-;;
평생 여자애랑 손 잡고 나란히 걸어가본 일이 없는 저는 당황에 당황을 거듭제곱해서 얼굴만 빨개진 채 '어어~' 하며 애가 잡아끄는 대로 걷고...
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아까 추었던 찬양곡을 흥얼거리면서 신나게 제 손을 앞뒤로 흔들어제끼고 -ㅅ-;;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손만 잡고 걸어오자니 분위기가 묘해지는데, 그걸 타개할 만한 얘기거리는 끝끝내 찾을 수가 없더군요.
결국 분기점인 지하철역까지 그대로 1km 가량을 걸어옴. OTL
헤어질 때야 뭐 서로 밝게 웃으며 헤어졌지만,
S가 '뭐 이리 재미없는 남자가 다 있어?' 하고 생각했을까봐 걱정되네요. 물론 S는 착한데다 걔가 먼저 날 찔러 먹었으니 그렇게 생각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왕 사귀게 되었으니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상대를 즐겁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어도 기술과 능력이 부족하니 뭐 되는 게 없습니다. 진짜.
새삼 왜 어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지 알겠어요. 책만 보면 바로 익혀서 시험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이라니! 교과서라는 교재를 통해 정리된 지식을 훈련된 교사가 체계적으로 가르쳐준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랍니까. OTL 정말, 살다보면 필요한 지식이 있는데, 맥락적·환경적인 여건의 도움이 없으면 배울 수 없는 경우를 마주치면 그것만큼 암울한 것도 없더군요. ㅜㅜ
저녁 데이트 같은 건 없습니다. 개강이 코앞이라 둘 다 일정 빠듯했습니다. 저도 어제 일을 오늘 저녁에야 적고 있으니.(...);;
아무튼 요점은 여자애들한테 뭔가 재미있게 대화하는 요령이나, 그런요령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그리고 여자애들도 남자애랑 같이 있을 때 대화가 뚝 끊기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하는 걱정을 하나요? 아까 고민하면서도 '얘도 나랑 같은 걱정을 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댓글 보니까 제 글을 연재작(...)처럼 여기시는 분이 계시던데,이 글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니만큼 꾸준한 연재도, 이야기의 드라마틱함도 절대 보장할 수 없습니다. ㅜㅜ
애초에 저는 진짜 죽을 맛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재밌다고만 하지 말고 조언 좀 달란 말이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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