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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병아리파워
작성
10.05.02 22:52
조회
445

어디서 보고 퍼왔어요. 공감 많이 가는 글이라 눈요기용..

출처 : http://blog.naver.com/orient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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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르 소설의 현황과 문제점

나는 몇 해 전까지 소설을 쓰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소설가는 세상과 동떨어진 특별한 존재고, 나처럼 혼자 글을 끄적거리는 사람은 소설가 축에도 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소설이라는 형태를 조금씩 갖춘 글을 쓰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었는데 내가 쓴 글은 무협이나 SF도 아니고 로맨스소설도 아니었다. 결국 좋아하는 작가 카페를 전전하면서 글을 올리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이라는 온라인 글쓰기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나의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글을 읽고 심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것은 우리나라에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배, 아니 백배 정도는 많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막연하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피시 통신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덧글과 추천 등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온라인에 글을 올려 왔다. 퇴마록과 드래곤 라자가 선풍적으로 등장할 때에도, 귀여니의 소설이 인터넷 소설을 규정지을 때에도 있었으며, 셀 수 없는 대여점용 소설이 등장하고 퇴락하는 동안에도 묵묵히 온라인에 소설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들이 썼던 수많은 작품들은 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최근 서점가에서 장르 소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가가 온라인 창작 사이트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낯설지 않다. 온라인에서 개개인으로 활동하다 명맥이 끊기던 작가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문단에서는 온라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원래 수 년 동안 그런 방식으로 온라인에 장편소설을 연재해 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출판계에서는 대중적인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을 그 어느 때보다 애타게 찾고 있다. 그러면 과연 그들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까? 이런 신호는 온라인에서 꽃피웠던 장르 문학이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 서막일까? 겨우 두 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하는 나는 도저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온라인 소설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친구로 둔 사람으로서 미약한 의견이나마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몇몇 사람들을 괴롭혔다.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신 매드 클럽의 전건우 작가, 웹사이트 조아라 이수희 대표, 주원규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무협과 판타지 - 문피아와 조아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터넷 소설에 대한 편견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 접속률로 봐서는 문피아(www.munpia.com)와 조아라(www.joara.com )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동안 부동의 입지를 다지던 조아라가 최근 문피아에게 추월을 당한 형국이다. 작가 커뮤니티를 강화 시키고 출판사와 작가의 적극적인 연계활동을 벌이는 문피아에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이용자 연령층은 조아라가 10-20대, 문피아가 20-30대로 조금 더 높다. 문피아의 전신이 고무림 이라는 무협 사이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무협소설이 많고, 조아라는 판타지와 로맨스 소설의 비율이 약간 높은 편이다. 아무리 이곳에 올라오는 소설을 폄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인터넷에서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곳은 이 두 사이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곳에서의 연재는 누구나 평등하게 시작한다. 사이트 내에 공모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연재 게시판에서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연재한 글의 수가 많아지면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조회수나 추천에 따라 노출의 빈도가 달라진다. 반응이 꾸준하게 좋은 작품은 정식 연재의 기회를 갖게 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다. 인기작품의 조회수는 천 단위를 훌쩍 넘는다.(이는 포털 사이트의 유명 작가의 연재소설 조회수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를 통해 출간의 기회도 갖는다.

자, 그럼 이곳에서의 최고 인기 작품이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도 그만큼 열렬한가?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독서 인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데 맹점이 있다. 이미 창작의 경험을 갖고 있는 온라인 창작사이트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존 무협, 판타지 세계관을 갖고 있는 일정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굳이 책으로 나오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소비하면 그만이다. 책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서점으로 사기 보다는 대여점에서 빌려서 읽는다. 2005년 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에는 3만 여개의 도서 대여점이 있었고 그중 1/3 정도만 한 작품을 구입하더라도 10만권(보통 한 작품이 10권 정도의 시리즈라고 보면)의 판매가 가능했다. 이는 기존 문학 작품의 서점 판매에 대비해서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현재 대여점이 5천개 정도로 줄어들면서 권당 2,000부 정도도 판매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는 책을 출판하더라도 전업 작가로 생존을 하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독자들이 인터넷 소설을 한 번 읽고 마는 소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가들도 자신의 창작물을 순간적인 재미에 맞추려고 한 것도 문제다. 소모적인 작품에 제대로 된 비평은 나올 수 없었고 작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편집자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작품의 발전이 없었다. 인기 있는 작품을 책으로 출간해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내부적인 순환구조가 무너지는 요즘 이를 타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가 나올 것으로 본다. 차라리 위기가 기회다. 작가들은 연재소설을 출판해서 생존을 할 수 없을 경우 여러 장르 문학 공모전이나 대형 출판사를 통해서 책을 내는 길을 모색할 것이다. 실제로 문피아에서 활동하던 주원규 작가는 올해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이트들은 전자책과 유로 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무협, 판타지 소설을 읽는 독자는 항상 존재해 왔다. 주요 대학 도서관 대출 상위권의 책들이 죄다 무협, 판타지물인 것을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대여점 시장이 아니라 일반 서점시장에서도 폭발력을 가진 작품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 준다. 판타지 세계관에 입각한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같은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외국에서 인기를 끄는 장르 소설과 비슷한 소설이 우리나라에 없다고 한탄하기 전에 눈을 조금만 돌려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장르 소설은 이런 사이트에 연재 되어 왔던 무협, 판타지물이 아닐까 한다. 물론 질적 향상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환상문학과 호러 - 거울과 매드 클럽

거대한 인터넷 소설 연재 사이트 사이에서 초기에는 존재감은 희박했으나 이제는 넘볼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환상문학 웹진 거울(www.mirror.pe.kr)이 주인공이다. 작가 박예진이 2003년에 창간한 이 웹진은 매월 중 단편 소설을 ‘시간의 잔상’ 메뉴에 업데이트 한다. 정확한 운영 방법이나 작품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독자 투고를 통해 정식 필진을 선정하고 정식 필진 중 일부가 매월 작품을 발표한다. 특정한 장르나 길이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장르 문학(호러, 판타지, SF)에 바탕을 둔 중, 단편소설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기존 인터넷 연재소설의 장르적 관습을 따르지 않고 소설적 재미에 집중한다. 출간된 장르 소설을 소개하고, 해외 단편을 번역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공개 합평회를 가져서 온라인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년 자체적으로 작품집을 기획, 발간하는 등 장르 문학 웹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도를 다 하고 있다.

연작소설 『타워』를 발간한 배명훈, 멀티문학상 당선작인『절망의 구』를 쓴 김이환 외에도 국내에 장르 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 중에는 장르문학 전문 번역자 및 출판 관계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 창작 공모전 당선작 작품집에 다수의 회원 작품들이 실리는 것을 시작으로 웹진 거울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필진들의 단편을 모은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1,2(2008,2009)』은 우리나라에서도 진지하게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 시켜 주었다. 이후에 나온 각종 장르문학 단편선에도 거울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실리게 되었다. 인터넷 소설에 대한 편견을 불식 시켜줄 정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의 질을 보장하고는 있다는 점에서 웹진 거울의 작가들은 믿음직스럽다. 몇몇 출판사에서 만드는 장르 단편집이 오프라인 잡지가 없는 웹진 거울의 작가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비평이 아쉽다. 작품의 질적 성장은 올바른 비평과 함께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신인 작가 발굴과 장편 소설 연재를 기대해 본다. 읽을 만한 단편소설은 많지만 웹진 거울에서도, 거울 출신 작가들 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장편소설이 없다. 웹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웹 기획자와 편집진이 구성되어 보다 체계적인 온라인 창작 사이트로 거듭난다면 국내에서 비교할만한 사이트가 없을 것이다.

매드 클럽(themadclub.net)은 『이프』, 『분신 사바』, 『귀신전』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공포문학의 가능성을 보여 준 이종호 작가가 이끄는 공포문학 창작 집단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령의 공포문학 카페(cafe.naver.com/64ghost)를 통해 독자 투고 받고 실력이 검증된 작가는 매드 클럽에서 활동하게 된다. 매드 클럽에 소속된 작가들은 비공개로 철저한 합평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킨다. 매드 클럽도 웹진 거울처럼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2,3,4(2006,2007,2008,2009)』을 통해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출신 작가들은 대부분 단행본을 한 두 권씩 내거나 준비중에 있다. 『몸』,『손톱』의 김종호 작가는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올해에 『굿바이 파라다이스』,『신문물 검역소』를 연달아 펴낸 강지영 작가의 활동도 돋보인다.

매드 클럽은 온라인 글쓰기 사이트라기보다는 온라인을 매개로 한 창작집단에 가깝다. 위의 언급한 사이트 보다 커뮤니티 성격이 현저히 낮고 사이트의 운영이 이종호 작가의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과연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어느 사이트보다 운영자가 확실한 기획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공포문학에서 스릴러와 추리, SF와 환타지까지 투고 소설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고 적극적인 출판기획과 타 매체와의 컨텐츠 연동소식은 매드 클럽 작가들이 일반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 알라딘 창작 블로그, 크로스로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올해 여름 내놓은 창작 블로그(story.aladdin.co.kr) 서비스는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연재소설 메타 블로그라는 기술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특정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창작 블로그에 링크를 걸어 독립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글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구효서, 이제하 등 기존 작가들의 연재와 네티즌의 연재가 같은 페이지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올라온 소설을 살펴보면 로맨스 소설의 비율이 높고, 차마 볼 수 없는 수준의 글이 없을 뿐 전반적인 글의 수준은 여타 인터넷 소설 사이트와 다르지 않다. 우수한 작품을 뽑는 기준이 조회수와 추천수 뿐이므로 우수 작품에 대한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온라인 서점에 속해있는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편집주체가 불분명하고 운영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고, 이와 비슷한 메타 블로그 서비스의 출현도 예상해볼 수 있다. 알라딘 창작 블로그는 태생적으로 알라딘이라는 회사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한다면 독립적인 사이트로 개편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타사의 블로그나 카페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통합하기에 용의할 것이다.

웹진 크로스로드(crossroads.apctp.org)는 과학 특집, 에세이, 칼럼, 과학 소설, 아시아의 창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이다. 한 달에 한 편씩 국내 작가의 SF 단편 소설을 싣고 있다. 독자투고가 가능하지만 별도의 창작 게시판은 없다. 웹진 거울의 필진도 다수의 단편을 실었고 박민규 등의 기존 문단작가, 이영도, 듀나 등의 장르 작가등도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종이책으로 매년 작품집을 발간하는데 최근에는 『죽은 자들을 고하라』가 출간되었다.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비교적 높은 원고료를 지급하고 작품을 싣기 때문에 작품의 수준은 그 어느 온라인 사이트 보다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장르작가들이 한 두 번씩 단편 작품을 실었으므로 이제는 SF 장편 소설 연재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밖에도 한페이지 단편소설(1pagestory.com)을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창작 커뮤니티가 독립 사이트로, 네이버 다음 등의 카페의 형태로 산재해 있다. 인터넷의 창작 관련 커뮤니티 중 글쓰기 사이트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우리나라에 그만큼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많은 온라인 창작 사이트가 많은데도 왜 턱, 하고 내 놓을만한 재미있는 장르 소설이 우리나라에 없을까?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소설이 서점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의 화원』을 필두로 한 팩션 소설이 한 때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온라인 소설 사이트에서는 팩션 작품이 많이 창작되지 않았다. 연재 작품 수나 조회수로만 따진다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책으로 나온 온라인 소설이 수두룩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혹시 독자들이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장르 번역물의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 독자들은 이미 장르소설의 팬이다. 일정 수준의 재미있는 작품만 나와 준다면 국적을 불문하고 읽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면 문제는 일정 수준을 작품을 쓰지 못하는 작가에게 있는가? 나는 작가의 문학적 재능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을 점프할 수 없는 작가의 능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온라인 창작 사이트의 고유한 창작물의 성격을 말한다. 각 사이트 에 주목 받는 글은 분명히 어떤 정형성을 띄게 되어 있다. 그건 온라인 사이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문학잡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이 취미 생활이라 특정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목적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미로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온라인 창작사이트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글이 책으로 나와 서점에서 팔리고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조회수가 높고 추천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덧글을 달아주는 온라인 상의 독자와 서점에서 책을 사보는 독자는 간극이 크다. 사이트에서 추종 받는 장르 형식과 일반 독자들이 생각하는 장르 형식은 다르다. 자신의 작품이 웹진이나 편집인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독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제대로 된 장르 소설을 쓰려면 사이트 안에서 자신의 글을 분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밖에서 제대로 된 소설과 자신의 소설을 비교해 봐야 한다. 이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작가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과 자기가 쓰고 싶은 작품을 제대로 비교해주고 길을 제시해 주면 좋겠지만 그 일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의 운영자나 편집인은 아직 없다. 정체된 시스템을 빠져 나오지 않는 이상은 스스로 갇힐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에게 필요한건 시스템을 뛰어나와 오프라인으로 나갈 수 있는 강한 점프력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최근 새로 생긴 소설 공모전의 특징은 상금을 무척 많이 주고, 영화 등의 2차 창작물에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를 고려하여 작품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의 원천 컨텐츠를 미리 생각해서 소설을 뽑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소설은 소설만의 재미가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일단 상업성이 있는 장르소설, 혹은 대중소설을 원한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이런 공모전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순수 문학을 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온라인에서 재미있는 글을 쓰던 사람이 투고할 확률이 크다. 몇 안 되던 순수문학의 장편소설 공모전 보다 훨씬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사실 기존의 문학 공모전도 순수 문학을 뽑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단지 좋은 작품을 뽑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고, 올해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주원규 작가는 문피아에서 활동을 하고 장르 소설을 출판한 이력이 있다. 웹진 거울에서 활동한 김이환 작가가 멀티 문학상을 받은 것도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슬슬 점프를 하고 있다는 예다. 물론 상을 받은 작가들이 이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이러한 소설 공모전에 어떤 사람들이 당선되는지는 지켜볼만 하다.

또 하나의 희망은 출판계의 흐름이다. 근래 한국 소설이 선전하고 있다는 말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한국 소설은 작가나 출판사를 가리고 본다면 대중 소설에 가깝다. 외국의 사례는 더 흥미롭다. 마이클 쉐이본이나 주놋 디아즈, 코맥 매카시처럼 순문학에 장르를 영민하게 차용한 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게 멀리 보지 않아도 된다. 지금 베스트셀러 1 위를 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어보면  해답이 나온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읽고 있는 소설이 순수문학인지 대중문학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그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징후를 본다면 문단 작가들이 제대로 된 장르 소설을 쓰기 위해 점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성공적인 착지를 할 가능성은 그쪽이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통틀어서 온라인을 통해 이만큼 소설을 쓰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나는 그들이 좀 더 분발하기를 바란다.

이제 거울을 보자

가끔씩 독서가 순수한 놀이였을 때가 그리워지곤 한다. 아마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하교길에 보따리를 풀어놓고 우리를 유혹하던 장사치 중에서 세계 유명 SF 소설, 추리 소설 전집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집안 사정이 괜찮았던 (아쉽게도 우리집은 제외였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졸라 집에 전집을 들여놓았고, 같은 반 아이들은 그걸 산 아이에게 잘 보여야지만 한 권씩 책을 빌려볼 수 있었다. 다행히 집안 사정이 넉넉했던 친구를 둔 탓에 맘껏 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ABC 살인사건 등의 추리소설과 강철도시, 타임머신, 우주 전쟁 등을 읽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책을 돌려 읽은 친구들끼리는 강한 연대감이 생겨서 이해되지 않는 소설의 결말 같은 것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매거크 탐정단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우리도 자체적으로 소년 탐정단을 꾸려서 학급내의 분실물 사건을 (아무도 의뢰를 하지 않았지만) 맡기도 했다. 당시엔 인터넷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게임기를 가진 집은 극소수라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거리가 부족했다. 부모님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어서 안심했지만 우리는 단지 그 책이 재밌어서 미친듯이 몰두했을 뿐이다. 그로부터 스무해가 훌쩍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책을 읽어 왔다. 그러나 그 때 만큼 재미있는 책을 읽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다시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그것에 순수 소설이든 장르 소설이든 상관없다. 문단 작가가 쓴 것이든, 온라인 출신 작가가 쓴 것이든 상관없다. 영화화 될 예정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동시대를 살면서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을 읽고 싶은게 간절한 소망이다. 남은 페이지가 아까워 넘기기 힘들고 침을 튀겨가며 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을 읽고 싶다. 그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소설을 찾기 힘드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방구석에 앉아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근래에 들어서 진짜 소설가 몇 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보았고, 평소에 존경하던 작가도, 너무 재미없어서 찢어버리고 싶은 책의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 소설가는 세상과 동떨어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다들 보통 사람들이었다. (보통 사람보다 이상한 사람도 있었다.) 혹시 아직도 소설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들, 특히 온라인에서 홀로 열심히 글을 쓰며 고민하는 사람들은 거울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그곳에 이미 소설가가 있다. 당신이 할 일은 묵묵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점프할 곳이 어디인지 알고 쓰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2009.12 작계세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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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주 마이너한 부분이죠. 우리나라만큼 장르 소설 웹사이트가 열띤 반응을 보인다는 건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서도 수많은 연재 글을 봤었고 유럽 번역판도 봤었지요. 북미도 양판소 판타지라 불릴만한 글 참 많습니다. 물론 큰수의 법칙에 의한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이글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Comment ' 8

  • 작성자
    양파즙
    작성일
    10.05.02 23:02
    No. 1

    요약이 필요해ㅠ 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5.02 23:02
    No. 2

    장문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天劉
    작성일
    10.05.02 23:06
    No. 3

    대체로 공감이 갑니다. 판타지 무협에 한정된 장르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 고객층이 학생이고, 대부분의 학생은 책을 돈을 주고 사지 않는다는 거겠죠. 그게 용돈이 적어서든지 사서 보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서든지는 둘다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일본 쪽을 예로 들어보자면 양판소가 나오는 꼴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그쪽은 구매층이 두텁습니다. 물론 인구차이가 난다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겠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싱싱촌
    작성일
    10.05.02 23:10
    No. 4

    일본 애들은 '가치가 있는 것은 사서 소장한다'라는
    그런 사고방식이 강한 종족이죵.

    나쁘게 말하면 오타쿠정신이지만
    일본 내수시장이 무식하게 큰 이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天劉
    작성일
    10.05.02 23:12
    No. 5

    일본이 오타쿠 정신이 강하다기보다..우리나라의 저작권 의식이 희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놈의 인터넷 강국 돋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닐니
    작성일
    10.05.02 23:33
    No. 6

    우리나라 저작권 의식 정말 심하게 희미한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음...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주
    작성일
    10.05.03 00:06
    No. 7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에어(air)
    작성일
    10.05.03 04:05
    No. 8

    흐음, 제가 모르는 사이트가 많이 있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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