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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죽부인
작성
10.03.11 11:18
조회
897

지방에서 조그만한 사업을 하는 친구가 본가(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몇개월 만에 만나는 친구라...

서 나이트를 갔습니다. 평일에요.

장안동 국빈관인데...

솔직히 20대 후반이 나이트 가기에는 초큼 애매합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클럽을 가자니... 춤을 못추고(정확히는 젯밥에 관심이 더...)

이십대 애들이 자주 가는 나이트를 가자니... 거기는 25섯 넘으면 퇴물 취급 받고... 그렇다고 카바레를 가자니... 어설픈 제비가 되겠고...

할 수 없이 성인 나이트를 갔습니다.

청춘을 돌려다오 ㅜ.ㅜ 엉엉

새벽이 넘어 갈 때까지는 중년분들이 많은데... 그 후에는 물갈이가 되서... 재 또래분들이 오거든요.

그런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하고... 물갈이 시간때도 더디는 겁니다.

웨이터 감자인가? 고구마인가? -어째든 구황식물-라는 양반이 행님. 나가 이 바닥에서 물 먹은지가 16년이지라잉. 하마도 족보 못내분당께요.

아따, 고분 차아암 사투리 걸쭉하네.

자기의 스펙을 한동안 자랑합니다. 처음에는 먹고 살려고 어필이었지만 이제는 나르시즘에 빠진 박통처럼 끝이 없는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은 18년 동안 자기 자랑 할까봐 저는 팁을 주었어요.

웨이터 구황식물은 유선에게 출사표를 던진 제갈량처럼 비장한 걸음으로 퇴장했지요.

일단 맥주로 가볍게 목부터 축이고...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어요.

하지만 어느새 몸은 정지 되있고... 무대에서 현란한 댄스를 추시는 언니들을 보면서 입을 벌려요.

쓰고이 쓰고이 쓰바라시

블루스 타임이 되자, 조명은 꺼지고 꺼진 조명수 만큼 음량이 사그라들어요.

친구랑 같이 테이블로 돌아와 목을 축였는데, 구황식물이 부킹을 주선했어요.

여자가 앉아요.

큰이모뻘 중년 아줌마가 수줍게 웃으면서 눈인사를해요.

친구랑 저는 굳어요.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착한 친구랑 저는 맥주를 따라줘요 물론 천장을 바라보면서요.

그런데 안가요.

이번에는 바닥의 먼지를 살펴요. 안가요. 수박에 박힌 씨앗을 세어요.

역시 안가요.

계속 안가요.

무척 돌아버려요.

하마. 어쩌고 하던 구황식물이 생각나요. 순간, 저는 장롱에 쳐박아 놓고 싶다는 상상을 해요.

출사표 좋아하네.(-_- 죽는다 아주.)

테이블에 올려진 핸드폰이 드르륵 드르륵 진동해요. 액정에는 우리 아들 파이팅 이라고 써있어요.

그래서는 안되는데... 친구랑 저의 얼굴이 액정에서 이모님. 아니, 어머님 얼굴을 보아요.

무척 민망하셨는지 어머님 후다닥 일어서요.

멀어지는 어머님을 보며

친구랑 저는 거의 동시에

"우리 아들 파이팅!"

이라고 외쳐요.

엄청 웃었습니다.

구황식물이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와요. 한마디 할려고 하는데 뒤에서 한 여성분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걸음을 하면서 털래털래 따라오는 것도 보여요.

아쉬운 입맛을 다셔요. 여자가 앉아요. 저는 오른손에 마우스가 쥐어졌다면 여기가 나이트가 아니라 피시방으로 착각 했을 거에요.

혹시 니가-구황식물- 데려온 부킹녀가 오크족은 아니겠지~

덧샘 뺏샘 할 것도 없이 오크족 영웅 쓰랄이었어요.

아까는 친구 옆에 앉혔으니, 이번에는 제 차례에요. 친구 녀석 화가 났는지 벌떡 일어나서는, 방금 돌아선 구황식물을 구석으로 끌고가요.

이번에도 이모뻘 필이 나는 여자였어요.

미쳐버리죠 제가.

다행히 이번에 오신 이모님은 제가 천장에 시선을 주며 맥주를 따르자... 같이 천장을 바라봐... 아이 이게 아니잖아. 버럭 >_<

마침 제 심정에 딱 맞는 노래가 흘러와요.

복사용에 안녕 또 안녕~

이번 이모님은 그래도 천장을 바라본 의미를 아셨는지... 금방 일어서요.

저는 쾌재를 불러요

"쾌지나 칭칭 나래~ 얼쑤!"

구황식물과 볼일이 끝낸 친구가 돌아와요.

"팁 줬으니까는 이번에는 이모는 안 데려오겠지."

친구의 용자다운 결단에 저는 아부를 떨어요. 당신은 부르마블 킹

1시 반이 넘으니... 서서히 중년 분들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제 또래애들이 들어서기 시작해요.

팁을 받아선지 구황식물은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마냥 계속 부킹을 주선해줘요.

그런데 흥부에게 갚는 은혜로는 안보여요. 친구랑 저는 놀부전에 그 놀부되었어요.

개념은 조석센스고... 덩치는 타우렌이에요. 그런주제에 양주없다고 일어서요.(죽는다 아주. 그냥 내비둬 찍자는 거니?)

대부분 이런 식이예요.

걍, 짜증나서 춤이나 추고 술만 마시기로 했습니다.

미친듯이 흔들고, 마셨어요.

시간이 새벽 3시가 다되어가네요.

말은 포기하기로 했지만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아 근데... 팁빨이 다된 건지, 아니면 우리가 스테이지에서만 시간을 보낸건지... 한동안 부킹을 안해주던 구황식물이...

또 부킹걸을 모셔왔네요. 피크타임도 이미 놓쳤고, 또 앞에 일 때문에 짜증나서...

테이블 앞에서 조폭씩 인사를 하는 구황식물의 귀에대고...

"필요없어요!"

꼬장부리는 톤으로 말했죠.

그런데 웨이터와 친구녀석이 경악한 얼굴을 저를 얼빠지게 쳐다보는겁니다.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돌렸더니...

여성분의 얼굴이 새빨개진 겁니다. 창피반 민망반....

아차 싶었습니다.

블루스 타임때라는 것을 그제야 저도 알게된 겁니다.

아, 들었구나.

저도 민망해지고... 죄송해서... 사과할려고 하는데...

아이고.

이제야 여자분이 눈에 들어오네요.

서영이다(물론 닮았다는 말)

몸매가 러시아 모델처럼 늘씬했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장점을 아는지 맵시 입는 옷을 입었더군요.

숨막히는 미모에 순간 넋이 나가서 사과할 생각도 못했는데... 그 여성분 어꺠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돌아서더군요.

결국 사과할 타이밍 놓쳤죠 뭐 쩝.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뜩이나, 미안하고 쪽팔리고, 민망한데...

구황식물녀석이... 아직도 그 표정을 풀지 않고....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생동감있게 변하더군요.

마치...

-니가 대관절 뭐건데... 고블린 루저 주제에 엘프 위너를 어렵게 섭외했는데 이런 미친짓을 한거냐? 내 웨이터 인생에 최고의 쇼부였다. 그런데 네가, 네가, 네가, 감히...웃기는 짜장 짓거리를 하냐? 주제도 모르는 개잡놈.-

라는 얼굴이었습니다.

거짓말 안하고 삼분 동안...

그런 표정과 자세로 저를 쳐다보네요.

가뜩이나, 공황상태에 빠진 저인데....

팁으로 이만원 주고 보냈습니다...

그런데 구황식물 삐쳤는지.... 그 후로 부팅을 안해주네요.

아니, 그럴거면 팁을 왜 받아.

테이블 썰렁하네요.

친구도 울고 나도 울고~ 할 (개념)말 있으니 전화받아~

암틈 나중에 기회가 되서 그녀를 다시 만나면 사과는 해야겠습니다. 히잉 그런데 내게 다시 그런 기회가 올려나 -_^ㄱ긁적긁적

니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스치는 우연이라도 한번만 이라도~

결국 어케 되었느냐고?

걍 친구랑 터벅터벅 포차갔지 뭘~

짱나게 가는 길에...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 같이 생긴 아찌가 느끼하게... 아가씨 필요해요? 안마...어쩌고...스타일...어쩌고...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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